한국의 발자취를 따라서

『한국현대사 60년』, 서중석, 역사비평사
   서강대학교 최진석 교수는 그의 저서 『인간이 그리는 무늬』에서 인문학이란 인간의 결, 인간의 동선을 파악하는 학문이라고 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남기고 간 인생의 결들이 나이테처럼 모이고 겹쳐 무늬를 만든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인문(人文),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무릎을 탁 치고 손뼉을 짝 부딪칠만한 말이다. 그 옛날 사람들의 고뇌와 깨달음들은 고였다 흘렀다를 반복하며 지금까지 전해지고 있다. 흔히 인문학이 문학, 역사, 철학으로 대표되는 것은 이와 같은 까닭이다. 특히 사람들의 발자취를 차곡차곡 쌓은 역사서는 인간이 그린 굴곡을 돌아보기 가장 좋은 기회이다.
   대표적인 역사서 『사기』에는 역사를 객관적으로 서술한 후 사마천의 견해로 정리한다. 대부분의 역사서에는 편찬한 이의 주관적인 해석이 들어가기 마련이다. 방대한 분량 구석구석에 저자의 시선을 빼놓지 않았다. 한 글자도 보태거나 뺄 수 없는 문장이 좋은 글이라고 할 때 사기는 더 이상 가감할 수 없는, 들어가야 할 내용만 들어간 알찬 역사서이다. 언제 어디서 어떤 사건이 일어났는지 간략하게만 소개되어 있지만, 그 안에 저자의 비판적인 시선이 녹아들어 있다.
   서중석 교수의 『한국현대사 60년』은 우리학교 교양도서 100선의 역사·철학 분야에 선정된 도서이다. 해방 이후부터 지금까지의 현대사를 개론서를 보듯 한 눈에 훑어볼 수 있다. 다른 방대한 역사서들과는 다르게 분량이 적다. 250페이지에 60년을 담아냈으니 10년을 40페이지 안에 담아낸 꼴이다. 책의 크기는 다이어리 정도이며 틈틈이 사진자료까지 이해를 돕는다.
   저자는 한국의 현대사를 크게 6시기로 구분한다. 해방과 분단, 전쟁, 전쟁 후의 이승만 정부에 대한 정리가 그 시작이다. 4월 혁명과 민주주의(2장), 박정희 군부정관과 학생운동(3장), 유신체제와 반독재투쟁(4장), 광주민중항쟁에서 6월 민주항쟁으로(5장), 민주주의의 진전과 남북의 화해(6장) 등 큼직한 사건들로 현대사를 꿰어 서술했다. 현대사를 ‘민주주의 발전’과 ‘경제 발전’이라는 큰 축에서 이리저리 잘 재단했다. 특히 민주화 운동이 어떻게 전개되었는가를 한 눈에 볼 수 있다.
   저자는 ‘모쪼록 이 저서가 한국 현대사 이해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머리말에 밝혔다. 책은 머리부터 꼬리까지 꽉꽉 눌러 채웠다. 작은 크기에 하드커버라 더 옹골찬 느낌이 드는지도 모르겠다. 현재 우리나라를 이해하기 위한 열쇠는 현대사에 있다. 저자가 머리말에서 밝혔듯, 장기간에 걸쳐진 치열한 이데올로기의 전쟁터에서 현대사에 접근하기는 쉽지 않다. 좀처럼 갈피를 잡기 힘든 현대사 속에서 물길을 찾기 위한 노력은 계속되어야 한다.

안수진 기자 luckysujin@c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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