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의 편의 vs 예산부족 타협점은?

 

▲ 정문 앞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학우들과 시민들

   통학생 A학우는 아침마다 버스를 놓칠까봐 전전긍긍하며 버스 알림 어플을 확인한다. 배차간격이 15분이나 되기 때문에 한 번 버스를 놓치게 되면 어쩔 수 없이 지각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등교 준비를 늦게 한 것도 아닌데 1~2분 차이로 버스를 놓쳐 지각을 하게 되면 억울한 마음마저 들기도 한다. 등교뿐 아니라 하교 때도 버스는 A 학우의 발목을 잡는다. 빠른 막차시간 때문에 A 학우는 학교 행사에 마음 놓고 참여해 본 적이 없다. A 학우는 오늘도 축제를 뒤로 하고 막차를  위해 떼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옮긴다.

    인구 비례한 배차시간? “그래도 불편해”
   시내버스 이용에 불편을 겪는 것은 비단 A 학우뿐만이 아니다. 우상철(수학·3) 학우는 “교내에서 운행 중인 48번 버스와 108번 버스는 배차간격이 너무 길다”며 불편함을 호소했다. 이동욱(경영·2) 학우 역시 “버스를 놓치거나 못 타게 될 경우 거의 15분이나 되는 긴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대전 시내버스의 평균 배차간격은 15.1분이다. 대전시 측에서 제공한 2014년 기준의 타 지역 평균 배차 간격 조사 자료에 따르면 ▲서울 (9.0분) ▲부산 (12.0분) ▲대구 (12.1)분으로 대전 시내버스의 배차 간격이 타 지역에 비해 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게다가 15.1분은 평균에 불과할 뿐 일부 버스들은 25분에서 30분에 가까운 배차시간을 가진다. 대전광역시버스운송사업조합 김현하 상무는 “배차시간이 평균 15분이라는 것은 체감시간이 20분에 가깝다는 의미”라며 “사실상 배차 간격이 10분 안 쪽일 때 시민들은 이용의 편리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학우들을 비롯한 이용객들은 긴 배차간격에 대한 불편함을 호소하지만, 실제 타 지역과의 인구수를 비교했을 때 대전 시내버스 배차 간격이 길다고 단정 짓기 어렵다. 특별시, 광역시를 대상으로 한 인구수 조사를 보면 ▲대전 (153만) ▲서울 (1039만) ▲부산 (356만) ▲대구 (255만)으로 대전시의 인구수에 따른 버스 배차 간격이 나쁘지 않은 상황이다. 대전시청 교통건설국 대중교통과 김주형 주무관은 “대전과 인구수가 가장 비슷한 광주와 비교해 봤을 때 광주는 인구수 147만에 버스 배차시간은 17.3분으로 대전이 훨씬 더 좋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학우들은 여전히 불편함을 호소한다. 오희연(정치외교·1) 학우는 “배차시간이 타 지역에 비해 짧아도 버스 두 대가 동시에 오면 배차간격이 두 배로 늘어나는 등 불편한 점이 많다. 이용객 입장에서는 여전히 불편하다”고 말했다. 또한 서수정(심리·2) 학우는 “인구수를 고려했을 때 적당하다고 해도 자가용이나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다른 사람들에 비해 대중교통을 많이 이용하는 학생 입장에서는 배차간격이 길게 느껴진다”고 전했다.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 필요해
   대전시와 대전 시내버스 관계자들도 이러한 배차 시간문제를 충분히 공감하고 있는 상태다. 김현하 상무는 “배차 시간문제에 있어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은 증차”라며 “현재 대전 교통상황에서 배차시간을 줄이기 위해서는 최소 100대 이상의 증차가 필요하고, 배차간격이 10분 안 쪽이 되기 위해서는 150대 정도의 증차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증차는 쉽게 결정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증차가 어려운 가장 큰 원인은 예산부족이다. 김주형 주무관은 “버스 한 대를 운영할 때마다 1년에 3000만원의 손해가 발생한다”며 “증차가 되면 이런 손해 폭이 더 커질 텐데, 이 손해를 충당하기 위해서는 재정지원금이 지금보다 늘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지방선거 당시 권선택 대전시장은 버스 증차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김주형 주무관은 “현재 대전시는 증차를 위한 예산 확보에 노력 중”이라며 “예산만 확보된다면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증차를 해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대전시에서는 배차시간에 대한 시민들의 불편함을 줄이기 위해 집중배차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김주형 주무관은 “집중배차제도란 이용객이 몰리는 출근시간에 평소 배차간격보다 10%씩 시간을 단축해 버스를 운행하는 제도”라며 “증차가 없는 상황에서 조금이라도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집중배차제도를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집중배차제도는 세 자리 수 모든 노선에서 시행 중이다. 그러나 정작 학우들은 이러한 집중배차제도의 시행을 체감하지는 못하고 있다. 이동욱(경영·2) 학우는 “이용객이 많은 노선이나 출퇴근시간에는 배차간격을 줄여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지윤(심리·1) 학우도 “아침 출근 시간대에는 차가 좀 더 자주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시대에 뒤떨어진 막차시간
    많은 학우들이 긴 배차시간뿐만 아니라 빠른 막차 출발시간에도 불편함을 느끼고 있었다. 김재곤(회계·4) 학우는 “빠른 막차시간이 불편하다. 시험기간에 공부를 하거나 친구들과 어울리다가도 막차 시간 때문에 일찍 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한 김지윤(심리·1) 학우는 “시내버스를 이용할 때 막차 시간이 가장 불편하다. 야간요금을 더 내더라도 막차 출발시간을 늦춰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현하 상무는 “대전 막차 출발시간이 시대와 맞지 않게 빠른 감이 있다”고 말했다. 대전 시청에서 제공한 2014년 기준 자료의 평균 막차 출발시간을 보면 ▲대전 (22:30~22:40) ▲광주 (22:10~22:50) ▲서울 (00:00~1:00) ▲부산 (22:20~22:40)으로 타 지역에 비해 이른 편이다. 김주형 주무관은 “현재 시민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주요 5개 노선만큼은 막차시간을 22:55, 23:10으로 늦추어 운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막차시간을 무작정 늦추는 것은 불가능하다. 김주형 주무관은 “늦춰달라는 요구가 꾸준히 있어 왔지만 쉽게 결정하기가 어렵다”며 “막차 시간을 늦추기 위해서는 버스 운전기사와 합의가 필요하다. 그러나 근무시간 연장에 대한 버스 운전기사 노조 측의 반대와 택시 업계의 반발이 있다. 시측에서도 이 부분에 대해 계속해 협의와 단체교섭을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막차의 대안책, 심야버스
    지난해 서울에서 심야버스 운행이 시작되면서 이른 막차시간으로 불편을 겪던 대전 시민들의 심야버스 운행 요구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통학생인 B 학우는 “대학가를 비롯한 주요 노선에 심야버스가 생겼으면 한다. 지하철도 자정이면 끊기기 때문에 집에 가는 것이 불편하다”고 말했다. 대전 시내버스 관계자도 이에 동의했다. 김현하 상무는 “심야버스 운행 수요가 클 것이라 생각하지 않지만 주요 간선 도로에는 분명 필요할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전시는 심야버스 운행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김주형 주무관은 “대전시도 심야버스 운행을 검토해봤으나 수요에 있어 어렵다고 판단한다”며 “심야버스를 요구하는 이용객의 대부분이 학생들인데 학생이용객은 전체의 10%에 지나지 않는다. 대중교통은 다수를 위한 서비스이기 때문에 다수의 의견을 따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글 / 곽효원 수습기자 kwakhyo1@c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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