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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의 순간, 딜레마에 빠지다우리를 둘러싼 딜레마 이야기
허채은 수습기자 | 승인 2014.09.30 15:27|(1087호)

   
 

   몇 년 전 인기리에 방영됐던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에서 남자 주인공 한결은 남장 여자 주인공 역할의 은찬을 좋아하는 마음과 은찬이 남자라는 사실 사이에서 괴로워한다. 한결은 더 이상 자신의 감정을 숨길 수 없음을 깨닫고 은찬에게 “널 좋아해. 네가 남자건 외계인이건”이라고 말한다. 우리학교 A(경영학부·1) 양은 “날 여자로 보는 남자 친구의 마음을 거절해 상처주기 싫으나 거짓으로 사귄다 해도 결국 더 큰 상처를 주게 될 것 같아 고민이다”라고 말했다. 위 두 이야기의 공통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사랑에 대한 고민? 자세히 들여다보면 둘은 모두 딜레마에 빠져 있다. 이처럼 알게 모르게 우리는 일상에서 딜레마에 마주하고 있다.

    대학생의 크고 작은 딜레마

   “윤리시간에 윤리공부를 했다고 대학을 못 간다면 그건 옳은 걸까. 이런 걸 아이러니라고 해. 그럼 윤리 시간에 수학문제를 풀겠다는 학생에게 그러라고 하는 게 윤리적일까? 아님 어차피 수능에서 선택하지도 않을 윤리를 계속 공부하라고 하는 게 윤리적일까. 이런 걸 딜레마라고 하고.” 수능과 관련 없는 윤리시간에 수학문제를 못 풀게 하자 “수학 때문에 대학 못 가면 선생님이 책임지실 거예요?”라고 반항하는 학생에게 드라마 <신사의 품격>에서 윤리교사 이수가 한 말이다. 학생은 정말로 못 알아듣는 듯 “그걸 제가 어떻게 알아요”라며 비딱하게 반응한다. 학생이 멍청한 게 아니라 실제로 이수의 말은 한 번에 이해하기에 어려움이 있다. 우리도 마찬가지로 막상 딜레마적 상황을 설명하면 딜레마를 떠올리지 못한다. 우리는 흔히 ‘딜레마에 빠졌다’라는 표현을 자주하지만 여기에 큰 의미부여를 하고 말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하지만 딜레마는 사실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삶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우리는 매일 선택을 하면서 살아간다. 그리고 그 선택의 갈림길에서 딜레마에 빠지는 순간을 이따금 마주하게 된다.
   많은 학우들이 꺼려하는 조별과제만 봐도 그렇다. 조별과제에 열심히 참여하지 않고 무임승차하려는 사람을 교수님에게 말할까 말까부터 어차피 수업에 늦었는데 뛸까 말까를 고민하는 것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매우 다양한 방식으로 딜레마에 직면하고 있다. 우리학교 전민근(정치외교학·1) 학우는 “소속 학과가 진로와 직결되지 않는 것 같아 전과를 생각하고 있지만 막상 전과를 한다고 해도 바뀐 학과가 꿈과 연관되는지, 흥미와 적성에 맞을지 확신이 들지 않아서 고민”이라고 말했다. 우리학교 박(생화학·1) 양은 “별로 안 친해 어색한 사람이 같이 밥을 먹자고 했는데 같이 먹으면 내가 불편하고, 거절하면 관계가 서먹서먹해질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우리학교 김(경영학부·1) 양은 “옷을 살 때 나의 체형에 맞는 옷을 사야 할지 아니면 내가 좋아하는 옷을 사야 할지 망설여진다”고 말했다.

    이래도 저래도 힘든 그 상황, 딜레마

   선택을 멈추지 않는 한 우리는 이러한 딜레마에 맞닥뜨릴 수밖에 없다. 이쯤 되면 딜레마가 대체 무엇인지 몹시 궁금해진다. 그렇다면 딜레마란 과연 무엇인가?
   딜레마란 선택해야 할 길은 두 가지 중 하나로 정해져 있는데, 그 어느 쪽을 선택해도 바람직하지 못한 결과가 나오게 되는 곤란한 상황을 말한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이러한 딜레마 상황에 직면하는가? 우리학교 심리학과 김남희 박사는 “현대사회의 다양하고 무수한 정보들은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폭을 넓히는데 기여한다”고 말했다. 심리학자 슈왈츠는 넓어진 선택의 폭이 개인에게 자유와 행복을 가져다주기보다 오히려 개인을 불행하게 만들 수 있음을 가리켜 선택의 역설이라고 말한다. 슈왈츠는 이러한 선택의 역설에서 빠져나오기 위해서는 자신의 선택에 대해 만족할 수 있는 태도를 가져야 하고 다른 사람의 선택과 비교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하지만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하던 간에 후회는 남기 마련이다. 김 박사는 “자신이 선택하지 않은 대안들에 대해 지속적으로 생각하고 후회하는 것은 자신을 더 우울하게 만들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후회는 사후 가정적 사고와 같은 인지적인 요소와 동시에 슬픔이나 분노와 같은 정서적인 감정을 동반한다. 사후 가정적 사고란 ‘만약 …했다면’ 또는 ‘만약 …하지 않았다면’과 같이 어떠한 사건이 발생한 후에 발생하지 않은 대안적인 사건에 대한 생각을 말한다. 김 박사는 “현재의 결과가 ‘만약 내가 이 과목을 수강 철회했다면, 이렇게 좋은 강의를 들을 수 없었을 거야’와 같이 긍정적이라면 안도, 기쁨, 만족을 느끼게 되나 ‘만약 내가 A와 사귀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힘들지 않았을 거야’와 같이 부정적이라면 후회, 슬픔, 실망을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딜레마를 읽는 시선의 차이

   그렇다면 지금 선택의 결과로 인해 후회를 느끼고 있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김남희 박사는 “우선 후회의 긍정적인 기능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의 후회는 미래의 후회를 예방하는 역할을 하며 특히, 이전에 선택하지 않음에 대한 후회는 이후 새로운 선택을 할 때 보다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행동을 하는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김 박사는 “현재의 선택이 새로운 가능성과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앞에는 선택하지 않으면 안 되는 ‘선택’이 놓여있다. 만약 어떤 선택을 해도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가 나오게 된다면 우리는 또다시 딜레마를 맛보게 된다. 그리고 또 한 번 뒤늦은 후회를 한다. 김남희 박사는 “선택을 되돌릴 수 없다면 현재의 상황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조금만 다르게 보면 딜레마는 자연스러운 현상이고 평범한 삶의 일부가 된다. 이제는 딜레마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 진지하게 생각해볼 때이다.


허채은 수습기자 gwo12@c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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