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꿈

『위대한 개츠비』,
 F.스콧 피츠제럴드, 민음사
   우리학교 기초교양교육원은 학부교육 선도대학 육성산업(ACE)의 일환으로 CRC(CNU Readers Club)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교양도서 100선을 선정하고 이를 활용해 학생들의 자발적인 독서모임을 통한 대학문화를 형성하기 위함이다. 교양도서 100선은 언어·문학, 역사·철학, 사회·경제. 자연과학, 예술체육 5개 분야로 이루어져 있다. F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는 우리학교 교양도서 100선의 언어·문학 분야에 선정되어 있는 도서다. 미국에서 가장 위대한 소설로 불리며 영화로도 제작된 바 있다.
   빛나고 아름다운 것은 끝내 잡을 수 없기 마련이다. 뭉쳐서 혹은 흩어져 반짝이는 별빛이 그렇고 매일 얼굴을 바꾸는 달빛이 그렇다. 찰나에만 모습을 드러내는 무지개가 그렇고 하루도 거르지 않고 대지를 밝히는 태양이 그렇다. 가질 수 없음을 알면서도 사람들은 아름답게 빛나는 것들에 홀렸다. 중국의 문호 이태백은 강물에 비친 달을 잡으려다 빠져 죽었다.
   『위대한 개츠비』는 빛나고 아름다운 것에 대한 내용이다. 대공황이 불어 닥치기 직전 화려하게 빛나던 미국을 배경으로, 아름다운 빛을 손아귀에 넣기 위해 고군분투한 남자의 이야기다. 언제나 그랬든 아름다움과 화려함의 기준은 돈이 있고 없음으로 결정된다. 시골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 ‘제임스 개츠비’는 매일 밤 깜깜한 하늘의 별들을 보며 자신의 운명을 개척하려 한다.
   무작정 도시로 나와 장교가 된 ‘제이 개츠비’는 어느 사교 모임에서 부호의 딸 ‘데이지’를 만난다. 데이지를 만난 즉시 개츠비의 별빛은 데이지가 되어버린다. 빛나는 별을 따라 모든 것을 버리고 도시로 나왔듯 개츠비는 데이지를 갖기 위해 온 일생을 바친다.
   하지만 밝음에는 어둠이 있고 빛에는 그림자가 있다. 그는 오로지 데이지를 위한 세계를 만든다. 그의 세계를 완성하기 위한 마지막 조각은 역시 데이지였다. 개츠비는 자신의 세계를 완성하기 위해 기어코 나사 풀린 기관차가 되었다. 삐끗거리는 기관차가 무너지는 것은 생각보다 빠르고 무엇보다 처절하다. 안타까운 것은 끝까지 나사가 빠진 줄 모른다는 것이다. 더 안타까운 사실은 기관차는 끝내 목적지에 도달할 수 없는 것이다. 어떤 수단과 방법으로 돈을 끌어 모은 부자와 옛날 옛적부터 부자였던 부자는 출발선의 높이가 너무도 달랐다. 개츠비는 한쪽 다리가 부서진 사다리로 그 벽을 올랐다. 데이지는 바람 쐬듯 개츠비를 만났다가 다시 넘을 수 없는 견고한 성벽 안으로 들어갔다. 처음부터 위태했던 개츠비는 결국 무너졌다.
   개츠비에게 데이지는 별빛이기도 무지개이기도 했다. 이 빛을 잡기 위해 무던히도 애썼다. 별빛과 무지개를 꿈으로 치환한다면, 개츠비는 하나뿐인 꿈을 위해 살았다. 불빛으로 뛰어드는 나방처럼 꿈을 향해 몸서리를 치며 덤볐다.
   마지막까지 전화벨을 기다린 개츠비는 조만간 자신이 만든 세계의 마지막 조각을 채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지 모른다. 누구에게나 빛 혹은 꿈이 있다. 허황된 꿈이든 그렇지 않든, 그것을 위해 얼마나 무모하게 달려드는지 차이가 있을 뿐이다. 꿈에 모든 것을 바치는 이에게, 설령 헛된 꿈이라 할지라도 우리는 쉽게 평가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안수진 기자 luckysujin@c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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