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달려본 이색마라톤 ‘EDM 5K RUN’

1. 일렉트로닉 댄스 음악을 즐기며 출발을 기다리는 사람들
2. 바람 공 구간
3. 풍선 미끄럼틀 구간
   일반적으로 마라톤을 수식하는 말들은 대개 무시무시하다. 자신과의 고독한 싸움, 인간의 한계를 시험하는 운동 등 듣는 것만으로도 마라톤이 얼마나 힘든 운동인지를 짐작할 수 있게 한다.
   마라톤을 즐기는 사람들은 달리는 과정이 힘들어도 그 과정을 이겨내면 느낄 수 있는 성취감, 보람 등을 마라톤의 매력으로 꼽는다. 그러나 평소 달리기와 친하지 않다면 그 매력을 경험하기란 보통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최근 마라톤이 색색의 가루, 술래잡기, 커플 맺기 등 다양하고 이색적인 요소들과 결합해 남녀노소 즐길 수 있는 재미있는 스포츠로 거듭나고 있다.

    취향에 맞게 즐기는 이색마라톤
   하루의 대부분을 앉아서 수업듣고, 업무를 보고, 휴식과 여가를 보내는 현대인들에게 운동은 조금 멀게 느껴지는 활동일 수도 있다. 그러나 오히려 정적인 일상으로 인해 활동적인 여가와 취미생활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즐기는 운동이 문화콘텐츠가 되어가고 있다.
   원래 마라톤은 남녀노소 즐기는 운동과는 거리가 먼 종목이었다. 육상종목에서 가장 장거리의 구간을 달려야하고 많은 체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가벼운 생활체육으로 즐기기엔 다소 부담스러운 감이 있었다. 그런데 미국에서부터 시작된, 마라톤에 이색적인 요소로 재미를 더한 '펀 런(Fun run)'이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며 우리나라에도 다양한 이색마라톤이 열리기 시작했다. 이색마라톤은 펀 런이라는 성격에 맞게 대부분 3km~10km 정도의 단축마라톤 코스로 진행되고 있다. 또한 경쟁이나 기록경신이 아닌 즐거움이 궁극적 목적이기 때문에 따로 기록을 재거나 엄격한 룰이 없다. 자신의 체력에 맞게 걷거나, 뛰거나 자유롭게 마라톤 구간을 즐기면 되고 코스 자체가 단축 코스이기 때문에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없이 완주가 가능하다.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알려지고 인기가 많은 이색마라톤으로는 좀비런과 컬러런을 그 예로 들 수 있다. 좀비런은 본인이 좀비에게 쫓기는 입장이 된다는 설정을 기반으로 한다. 좀비를 피해 장애물 통과구간, 숨죽이며 도망치는 구간, 빛과 함께 도망치는 구간, 좀비흉내를 내는 구간, 이성과 손잡고 도망하는 구간 등 3km의 총 5개의 구간을 통과해야 한다. 그리고 좀비런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코스를 완주하며 좀비로부터 3개의 생명끈을 지켜내야만 완주가 가능하다. 컬러런은 흰색 티셔츠를 입고 달리는 도중 정해진 구간에서 뿜어져 나오는 색색의 가루를 맞으며 달리는 마라톤이다. 부담없이 자신의 체력에 맞게 자유롭게 걷거나 달리며 입고 있는 흰 티셔츠를 각각의 구간에서 색색의 가루로 예쁘게 물들이며 즐기면 된다. 이외에도 싱글을 위해 소개팅을 하며 달리는 싱글런, 낮에는 일하고 밤에 운동을 즐기는 사람들을 위한 나이트런 등 다양한 이색마라톤의 수가 점점 늘고 있다.

    음악과 함께하는 ‘EDM 5K RUN’ 체험
   지난 20일 서울 잠실 종합운동장에서 열린 ‘EDM 5K RUN(Electronic Dance Music 5km Run)’은 일렉트로닉 댄스 음악을 즐기며 달리는 마라톤이다. 평소 마라톤을 비롯, 모든 운동과 담을 쌓고 생활했다고 해도 무방한 기자 역시 완주할 수 있을 정도의 부담없는 코스의 즐거운 마라톤이었다.
   시작 시간인 오후 7시를 15분쯤 남기고 잠실 종합운동장에 도착하자 대회의 참가티셔츠인 노란색티셔츠를 입은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다양한 국적과 연령대의 참가자들이 본격적인 시작 전 디제이 스카나이트의 디제잉을 즐기고 있었다. 진행자가 ‘EDM 5K RUN’과 이 마라톤에 참여하며 낸 참가비의 일부가 ‘세이브더칠드런’에 기부된다는 사실을 설명해주었다.
   대회 시작 시간인 오후 7시가 가까워졌다. 주변이 어둑해지자 디제잉이 빨라지며 더욱 분위기가 고조되었고, 사람들은 저마다 음악에 맞춰 뛰거나 춤을 추며 각자 몸을 풀었다. 대회에서 나눠준 야광스틱을 각자의 개성에 맞게 착용한 참가자들은 4개의 조로 나뉘어 출발했다. 그러나 중간에 쉬거나 아예 처음부터 걷는 참가자들도 있어서 4개의 조로 나뉘어 출발한 특별한 의미가 없고 경쟁이 없는 마라톤이라는 것을 체감으로 느낄 수 있었다. 달리는 중간 중간 설치된 스피커에서 일렉트로닉 댄스 음악이 흘러나오자 스피커 앞에서 춤을 추거나 코스 중간에 있는 분수대 물속에 들어가 춤을 추는 참가자도 있었다. 
   기자는 체력의 한계로 인해 처음부터 끝까지 거의 걷다시피 했지만 거대한 바람 공이 굴러다니는 구간, 풍선 미끄럼틀 체험 구간 등을 체험할 수 있어 지루할 틈이 없었다. 어둠 속에서 빛나는 참가자들의 개성 넘치는 야광스틱 물결 또한 장관이어서 보는 재미까지 쏠쏠했다. 골인지점을 통과하고 출발 전 디제잉에 맞춰 춤을 췄던 곳에서 일레트로닉 댄스 음악에 맞춰 구준엽과 펠릭스 카르탈의 디제잉까지 즐기고 나서야 마라톤은 끝이 났다.
   기자가 직접 체험해 본 이색마라톤은 평소 마라톤을 한 번도 해본 적 없거나 운동을 즐기지 않는 사람들도 재밌게 즐길 수 있는 운동이었다. 컴퓨터, 스마트폰, 텔레비전이 아닌 활동적이고 건강한 운동으로 여가를 즐기고 싶지만 평소 운동이 힘들고 지루하거나 어렵게 느껴진다면 이색마라톤으로 운동을 시작해보는 것은 어떠한가. 선선한 가을, 운동을 통해 건강도 챙기고 재미있는 갖가지 체험도 해보고 싶은 사람에게 건강과 재미를 동시에 챙길 수 있는 이색마라톤을 권해본다.

      
글 / 사진 유정현 기자
yjh13@c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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