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움의 철학이 담긴 스웨그

 

   “머리 어깨 무릎 발/ 스웨그 체크.” 가수 지드래곤은 노래 ‘크레용’에서 자꾸만 ‘스웨그’를 체크하라고 외친다. 의미는 알 수 없지만 뮤직비디오 속 그는 소파 위를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껄렁대고 으스대며 스웨그를 남발한다. 한편 개그맨 박명수는 모 프로그램에서 ‘수액’이라고 외치며 우리에게 스웨그보다 수액을 더 익숙하게 만들었다. 느낌있게 껄렁대는 지드래곤의 몸짓처럼 여유 있고 나아가 ‘수액’의 박명수처럼 경박하기까지 한 스웨그가 우리 주변 곳곳에 침투, 하나의 ‘스웨그 현상’으로 탄생했다.

1. 뮤직비디오 ‘크레용’속 가수 지드래곤
2. SNS시인 하상욱의 시

     무겁고 진지한 건 싫어
   스웨그는 본래 ‘으스댄다’는 뜻의 힙합용어로 쉽게 말해 ‘멋지다’, ‘폼 난다’의 의미다. 최근에는 패션, 언론, 사회 현상에서 딱딱함, 엄숙함, 진지함에서 벗어나 가볍고 여유 있으면서 허세가 더해진 모습이 나타나는 것을 아울러 말한다. 경박한 말과 행동, 말장난과 희화화, 성 개그 등이 인기를 얻고 있는 현재 우리의 모습을 스웨그라고 표현하는 것이다.
   말장난과 은밀한 성 개그를 소재로 콩트를 펼치는 ‘SNL코리아’와 이전에는 쉽게 꺼내기 어렵고 금기시되던 성과 연애를 노골적으로 다루는 ‘마녀사냥’은 방송에서 스웨그가 단적으로 보여지는 예다. SNL코리아
<가수 신화 편>에서는 오토바이 위에서 성행위를 연상시키는 출연진들의 몸짓이 관객들로부터 웃음을 유발시켰고, 마녀사냥은 대담 중 ‘낮져밤이’, ‘그린라이트’처럼 직접적으로 의미를 알 수 없는 의미심장한 단어를 사용하면서 궁금증을 자아냈다. 이러한 성 개그와 대담은 항상 꽁꽁 감춰져 있던 은밀한 소재를 노골적으로 드러내지 않고 알 듯 말 듯 19금의 수위를 넘나들며 웃음과 재미를 주는 것이 특징이다. 시청자들도 자칫 거북할 수 있는 내용을 희화화와 개그를 통해 스스럼없이 보고 즐길 수 있어 인기를 얻고 있다.
   또한 SNS에서는 SNS시인 하상욱의 시가 인기다. 시의 틀에 사소하지만 누구나 공감하는 참신한 소재를 언어유희와 간결한 문체로 재치 있게 담아낸다. 김주윤(자유전공학부·1) 학우는 “하상욱의 시는 짧지만 기발하고 참신해서 마음에 확 와 닿고 공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러한 SNS시는 사람들이 익히 알고 있던 심오하고 고차원적이라는 시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시를 가볍게 즐기며 감성도 느낄 수 있는 하나의 스낵 컬쳐(짧은 시간에 가볍고 편하게 즐기는 문화)로 만들었다.
   스웨그는 패션에서도 빠질 수 없다. 인터넷 쇼핑몰 11번가는 스웨그(SWAG)를 패션키워드로 정해 스포티즘(Sportism), 화이트(White), 과감한 시스루(Attractive see-through), 반짝임(Glittering)으로 표현했다. 또 모 의류브랜드는 반항적이고, 힙합의 느낌이 넘치는 스웨그 라인을 선보였다. 챙이 빳빳한 스냅백, 일명 ‘배꼽티’라 불리는 크롭티는 이제 캠퍼스 곳곳에서 볼 수 있는 개성 넘치는 스웨그 패션의 일부다. 스웨그 패션은 활동적이고 자유분방한 스타일로 약간의 허세를 더해 자신의 개성과 매력을 보여주는 것이 특징이다.
   지루한 활동을 게임처럼 만드는 게임화 현상 또한 스웨그로 묶을 수 있다. 인천 부평역에는 계단걷기와 재미가 만난 피아노계단이 있다. 에스컬레이터 옆 피아노 계단을 한 칸 한 칸 밟으면 경쾌한 소리가 나 역 이용객들이 계단을 이용하도록 유도하며 건강과 에너지 절약,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 자칫 성가시고 어려울 수 있는 활동들이 게임처럼 편하게 즐기는 스웨그로 변화되고 있다.

3. 스웨그 라인 의류 사진출처. blog.naver.com/luckysh91/220110648422
4. 인천 부평역의 피아노 계단 사진출처. 부평구청 홈페이지

     멋과 경박함의 사이 
   한편 스웨그는 진중한 문제를 단순한 농담거리로 치부하며 발전적이거나 생산적인 생각으로 나아가지 않는 젊은이들의 하위문화라고 비판받기도 한다. 전미영 서울대 생활과학연구소 연구교수는 “스웨그는 생명, 사회문제 등을 너무 가볍게 여겨 조롱, 희화화하는 문제점이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웨그의 가벼움이 환영받는 이유에 대해 전 교수는 “스웨그는 경기침체의 장기화, 무거워진 사회 분위기의 반대현상으로 나타난 것이다. 과거의 심각한 주제와 달리 미디어의 가벼움을 즐기는 대중들의 소비가 사회문화에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스웨그는 젊은 세대만이 아닌 전 세대에 퍼져나가는 현상으로 볼 수 있다. 다양한 세대에서 자유, 젊은 감각, 개방적인 모습을 갖는 것을 멋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자유와 허세로 무장한 채 새로운 스타일을 만드는 스웨그, 굳어있던 기성의 고정관념을 깨고 한 없이 가벼워질 앞으로의 모습이 기대된다.


이예원 수습기자 wownow@cnu.ac.kr

저작권자 © 충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