❶ 발레<빌리 엘리어트> 속박에서 벗어나 아름다운 백조가 된 발레리노

1. 사진 출처 warls.tistory.com/entry
   발레 음악으로 유명한 ‘백조의 호수’를 생각하면 순백의 발레리나가 제일 먼저 떠오를 것이다. 헌데 발레리나의 꿈의 배역으로 알려진 백조 역에 발레리노도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그리고 백조가 발레리노라는 파격적인 설정을 세상에 널리 알린 것이 우리가 익히 알던 유명한 영화 <빌리 엘리어트>라는 사실 또한 알고 있는가?
   영화 <빌리 엘리어트>의 주인공 빌리는 노쇠한 할머니, 엄한 아버지, 형과 함께 영국의 가난한 탄광촌에 사는 11살 소년이다. 빌리는 아버지의 강압으로 권투를 배우지만 영 소질에 맞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빌리가 다니는 체육관 한쪽에 탄광 노조에 레슨실을 내주면서 발레 교습소가 들어선다. 박자에 맞춰 우아하게 움직이는 발레를 구경하던 빌리는 얼떨결에 발레 레슨을 받게 된다. 빌리의 남다른 발레 실력을 눈여겨본 선생님은 빌리에게 로열 발레 학교 입학을 제안하며 무료로 개인 교습을 해준다. 하지만 빌리의 발레에 대한 꿈을 막는 아버지와 형의 극심한 반대, 가난한 가정환경 등 현실의 벽은 너무나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빌리는 발레에 대한 꿈을 접지 않는다. 음악만 나오면 저절로 반응하는 빌리의 몸은 늘 춤을 춘다. 빌리의 몸짓은 우아하면서도 투박하다. 발레 특유의 꼿꼿한 자세에서 나오는 우아함과 춤을 추고 싶지만 자신이 처해있는 답답한 현실에서 비롯된 투박함은 관객으로 하여금 빌리가 얼마나 춤을 추고 싶어 하는지를 느끼게 한다. 특히 로열 발레 학교 입학시험을 놓친 후에도 빌리는 발레에 대한 꿈을 포기할 수 없었다. 그러던 중 아버지 몰래 발레 교습소에 가서 친구에게 발레를 가르쳐주며 마음껏 춤을 추다가 결국 그 모습을 들키고 만다. 춤추는 모습을 들킨 후 잠시 얼어붙은 듯 멈춰있던 빌리는 그동안 아버지의 반대에 번번이 순응하던 과거와는 달리 아버지가 보는 앞에서 미친 듯이 춤을 춘다. 그런 빌리의 모습에 아버지도 마음을 돌리게 된다.
   발레에 대한 빌리의 열망은 아버지와 형의 마음을 움직이고 빌리는 아버지와 함께 로열 발레 학교 입학시험을 치르러 간다. 체계적으로 발레를 배우지 못하고 타고난 감각과 산발적으로 배웠던 발레실력이 전부였던 빌리는 입학시험의 심사위원들 앞에서 잔뜩 긴장해 몸이 가는대로 춤을 춘다. 실기시험을 망쳤다고 지레 짐작한 빌리는 심사위원들과의 면담에서 내내 불퉁하고 불성실하게 대답한다. 그렇게 어영부영 입학시험을 치르고 시험장을 나가는 빌리에게 마지막으로 한 심사위원이 묻는다. “네가 춤을 출 때 어떤 기분이니?” 빌리는 질문에 대답한다. “모르겠어요. 그냥 기분이 좋아요. 조금은 어색하기도 하지만 한번 시작하면 모든 걸 잊게 되고 사라져 버리는 것 같아요. 내 몸 전체가 변하는 기분이죠. 마치 몸에 불이라도 붙은 느낌이에요. 전 그저 한 마리의 나는 새가 되죠. 마치 전기처럼요.”
2. 영화 <빌리 엘리어트>
   결국 빌리는 로열 발레 학교에 합격한다. 심사위원의 마지막 질문에 대한 빌리의 대답은 빌리의 춤과 자신이 일체화 된 그 자체를 표현한 대답이었다. 빌리의 춤은 발레에 대한 마음속의 열망을 그대로 보여준 것이기 때문이다. 할머니, 아버지, 형, 탄광촌을 뒤로 하고 떠난 빌리는 마침내 자신을 속박하던 현실을 넘어 강인하고 아름다운 백조로 무대 위를 날아오르며 영화는 막을 내린다.
 

유정현 기자 yjh13@c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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