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성급한 것 아닌가요? 국가안전처 신설과 탁상공론

사진 출처. 해양경찰청 홈페이지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9일 대국민 담화에서 세월호 참사의 후속조치 일환으로 국가안전처를 신설하겠다고 밝혔어.
   국가안전처 산하에는 2개의 본부 외에 육상 관련 재난을 담당하는 육상안전본부, 해양관련 재난을 담당하는 해양안전본부, 항공과 에너지, 통신 인프라 재난을 맡는 특수재난본부가 설립돼. 육상 관련 재난은 소방본부가 맡고, 해양관련 재난은 해경이 폐지되고 그 기능을 일부 담당하게 되는 해양안전본부가 담당할 방침이라고 해. 국가안전처 신설은 각 부서에 흩어져 있던 안전관련 조직을 하나로 통합하고 지휘체계를 일원화해 모든 유형의 국가 재난을 총괄하겠다는 뜻이야.
   국가안전처 신설로 인해 각 부처의 조직이 큰 변화를 맞게 되었어. 그 중에서도 가장 큰 주목을 받은 것은 해경의 해체와 소방방재청의 폐지야. 대통령의 담화에 따르면 기존 해경을 폐지하면서 해경이 담당하던 수사·정보 기능을 경찰청으로 넘기고 해양 구조·구난과 해양경비 분야는 신설하는 국가안전처로 넘길 것이라고 해. 그리고 소방방재청은 언뜻 보면 육상안전본부 기관으로 그대로 편입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청’에서 ‘본부’로 명칭이 바뀌게 되므로 조직이 격하되는 것이라 해.
   하지만 이 조직개편체제가 탁상공론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아. 조직 개편의 불똥은 해경 시험을 준비하는 애꿎은 수험생에게 튀었어. 해경 해체 발표가 있던 다음날은 2014년 해경 채용 실기시험이 예정된 날이었어. 지난 3월 치러진 1차 필기시험 합격자가 발표된 상태였고 이들은 2차 실기시험과 면접, 적성검사를 남겨놓고 있었지. 수험생들은 시험 바로 전날 해경을 해체한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듣게 된 거야. 지금 실기 시험은 잠정 보류된 상태야.
   소방방재청 폐지에 대한 우려도 많아. 정부가 내놓은 계획안은 국가안전처에서 육상안전본부에 소방방재청만을 편입시키고 소방관련 인력의 90%를 차지하고 있는 각 지방의 소방본부는 예전처럼 시·도지사 관할로 놓는다는 거야. 이런 소방직의 이원화 문제는 예전부터 제기되어 왔던 문제인데, 개선하기는커녕 재난대응과 화재진압·구급 구조 등의 업무도 함께 담당하던 소방방재청을 소방본부와 떨어뜨려 놓아 기존 업무에 차질이 있을까 우려하는 목소리와 과연 효율적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을지 의심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아.
   물론 자신의 임무를 다하지 못한 해경에게는 확실히 변화가 필요했어. 어쩌면 해경 해체가 정답이었을지도 몰라. 하지만 앞뒤 상황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몇 주만에 조직 개편을 발표하는 것은 너무 성급한 결정이라 생각해.
   박근혜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에서 “고심 끝에 해경을 해체하기로 결론을 내렸다”라고 말했어. 박근혜 대통령이 말하는 ‘고심’이 과연 무엇이었을까 의문이 들어. 아마도 너무 고심하다보니 넓고 깊게 생각하기가 어려웠나 봐.


최유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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