❽ 사회지도층의 사랑은 신데렐라가 최선입니까? 확실해요? <시크릿가든>의 ‘김주원’

사진 출처. 드라마 < 시크릿가든>
   재투성이 신데렐라 같은 여자가 유리 구두를 손에 든 왕자님 같은 남자를 만나 행복해진다는 내용의 드라마는 뻔하지만 계속 보게 되는 중독성이 있다. 현실에서는 아마 불가능하겠지만 드라마 재벌남들은 하나같이 사랑하는 그녀를 위해 자신의 기득권과 어마어마한 부를 포기하는 것을 아까워하지 않는다. 그들의 눈물겹도록 헌신적인 사랑은 늘 비슷한 내용의 뻔한 구성임에도 불구하고 드라마를 보게 되는 원동력이 된다. 그런데 천편일률적인 재벌남의 애정방식 사이에서 남다른 독특함으로 더 크게 사랑받은 재벌남이 있다. <시크릿가든>의 ‘김주원’이 바로 그 재벌남이다.
   주원은 깐깐하고 까칠한 재벌 3세 백화점 사장이다. 온실 중에서도 특급 온실에서 자란 화초 같은 그에게 여자주인공인 스턴트우먼 길라임은 충격 그 자체였다. 서로 간에 오해가 있긴 했지만 첫만남부터 “직업상 거의 남자들만 상대해서 처음 보는 당신과 다소 같이 있는 것은 별로 불편하지 않다”는 라임의 폭탄발언에 주원은 “껌 한 두통 씹은 게 아닌 것 같다”며 라임에 대한 소감을 가감없이 얘기한다. 라임은 주원이 살아온 배경에서는 상상할 수도 없고, 주원의 사고방식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여자지만 주원은 그런 라임의 의외성에 매력을 느낀다.
   라임에게 호감을 느낀 주원은 촬영장에서 여배우의 액션 대역을 하다 쓰러진 라임을 병원에 데려간 후 병원비를 받겠다는 빌미로 그녀가 다니는 액션스쿨에 등록한다. 그때까지만 해도 라임은 주원을 ‘괴상한 반짝이 운동복을 입고 다니는 정신이 이상한 백수’쯤으로 생각하고 주원을 귀찮아한다. 그러던 어느 날, 라임을 위해 자신의 백화점을 촬영지로 협찬까지 한 주원은 라임이 여배우의 액션 대역을 하며 수도 없이 죄송하다고 머리를 조아리는 모습을 멀리서 지켜본다. 계속해서 라임의 액션연기에 어깃장을 놓고 구박하는 감독의 태도에 화가 난 주원은 “길라임씨한테 소리 좀 그만 지르세요. 방금도 막 밀치고 그러시던데 그러시면 안됩니다. 저한텐 이 사람이 김태희고 전도연이거든요”라고 감독에게 무안을 준다. 

  사진 출처. 드라마 <시크릿가든>

   시청자들은 이런 주원이 멋있어 보였겠지만 따지고 보면 주원은 매우 생각이 짧았다. 그 자리는 엄연히 라임의 직장이며 라임은 을의 입장이었다. 주원은 삼신 할머니의 랜덤 덕에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 평생 남에게 머리를 조아려본 적이 없겠지만 라임은 주원과 달리 늘 을의 입장에서 죄송해야하는 처지였다. 만약 주원에게 무안을 받은 감독이 라임에게 안 좋은 감정을 가지고 다시는 라임을 고용하지 않으면 라임은 일거리를 잃는 상황에 처했을 것이다. 주원 딴에는 라임에게 함부로 대하는 감독에게 멋지게 한방 먹여준 것이겠지만 라임의 입장을 전혀 배려하지 못한 행동에 불과하다.
   이에 그치지 않고 주원이 처음으로 라임에게 한 고백은 그야말로 무례없음의 절정에 다달했다. 라임에 대한 자신의 마음이 아직 헷갈린다며 라임을 덥썩 안은 주원은 이내 라임에게 지금과는 다른 인생을 살게 해주겠다고 한다. 라임이 그럼 자신이 신데렐라가 되는 것이냐고 묻자 주원은 신데렐라가 아니라 ‘거품처럼 사라지는 인어공주’가 되어 달라고 한다. 비록 나중에 주원은 라임에게 완전히 빠진 자신을 인정하고 라임을 위해 인어공주보다 더 큰 희생도 불사하지만 자신의 마음을 인정하는 과정에서 제멋대로였던 그의 모습은 구애보다는 횡포에 가깝다. 자신이 먼저 일방적으로 좋아했으면서 사랑하는 그녀가 자신의 기준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모질게도 괴롭혔던 주원의 사랑은 확실히 최선이 아닌 최악이었다.  


            유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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