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은 어떤 통제 불가능한 어둠의 힘을 지닌 이야기의 한 형식이다. 이번 응모작들에서도 소설이란 이야기 매체가 지닌 그러한 어둠의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그것이 젊음의 이야기여서, 젊은이가 들려주는 이야기여서 더욱 잠재적인 중요함으로 다가오는 그런 감정과 의미를 함께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야기를 들려주는 말의 깊이나 그 이야기가 담으려 한 일상의 단면은 다소 어설펐다. 소설은 가장 사소한 우리들 삶을 말하지만 그것을 담아내는 담론의 깊이를 요구한다. 그것은 말하는 이의 지적인 능력이 수반되어야 하며 각고의 노력을 통하여 도달할 경지이다. 소설이 다른 이야기 매체와 다른 점이 바로 말하기의 깊이를 간직할 수 있다는 점일 것이다.
   젊은 세대들은 대부분 부당하게 가혹한 삶에 대하여 이야기하고자 한다. 그들의 이야기들은 그것이 결코 벗어날 수 없는 것이라면 이토록 치열하게 사유해 보는 것, 감정을 불어넣어 보는 것,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게 말해 보는 것이라고 항변하는 것 같다. 「가족의 탄생」, 「유실된 닻」, 「봄」 등은 그런저런 측면들을 담아낸 눈에 띠는 작품들이다. 그러면서도 결함이 보인다. 「가족의 탄생」은 이야기에 매몰되어 문장의 힘을 잃었으며, 단락도 정연하지 못하다. 「유실된 닻」은 기법의 쇄신을 가했으나 줄거리의 공감력이 떨어진다. 「봄」은 상처를 질기게 추적하는 근성이 있으나 예정된 결말을 향하기에 만들어진 인상을 준다. 좌절된 사건, 그 가혹한 운명 자체에 가치를 부여하는 독자적 시선이 필요해 보인다.


심사위원
민경택(영어영문학과 교수)
송기섭(국어국문학과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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