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육 정체성 위협 중앙대생 자퇴 선언

   지난 7일 중앙대 철학과 3학년 학생이 자퇴를 선언했어. 4년 전의 ‘김예슬 선언’과 꼭 닮은 꼴이야. 이 학생은 자퇴 선언문을 통해 “박용성 이사장은 대학이 교육이 아닌 산업이라 말했다”며 “회계를 의무적으로 배워야 했고 성공한 명사들의 특강을 의무적으로 들어야 했다. 비용 절감을 이유로 교양과목은 축소되었고 이수 학점은 줄어들었다. 학과들은 통폐합되었고 건물이 지어지고 강의실은 늘어났지만 강의 당 학생 수는 줄어들지 않았다”며 기업의 대학 인수 이래 학생들의 교육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대학교육의 실태를 비판했어.
   ‘학문의 상아탑’이라 불렸던 대학교가 취업의 관문으로 전락한지는 오래야. 게다가 사립대든 국립대든 관련 기관의 눈치를 보느라 대학교육의 근간이 위협받고 있어.
   기업이 대학을 인수하면 재정난 해결에 도움이 되고, 해당 기업 특별 채용도 있으니 취업 면에서도 도움이 되기는 해. 하지만 기업이 인수한다는 명목 아래 일부 대학에서는 백년대계인 교육을 사업화하고 있고 경영대를 확장하고 통계과목을 필수 이수 항목에 집어넣는 등의 ‘기업식 대학 개혁’이 이뤄지고 있어. 그 과정에서 자퇴한 중앙대 학생처럼 자신이 원하는 교육을 받을 권리를 박탈당하는 학생들도 점점 늘고 있고.
   이런 현상은 기업이 인수한 사립대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야. 국립대도 마찬가지야. 국가로부터 예산을 지원받고 퇴출당하지 않기 위해 특성화 사업에 참여해야 하고 특성화 사업의 명목 아래 구조조정을 시행하지. 구조조정의 지표를 취업률로 삼다 보니 당연히 비인기학과나 예술관련 학과의 불합리한 구조조정이 이뤄지게 됐고 학생들은 교육을 받을 권리를 침해당하고 있어.
   필자를 비롯한 학생들은 시간표를 짤 때마다 항상 고민에 빠져. 좋은 점수를 받기 어렵더라도 내가 관심이 있고 나에게 필요한 과목을 선택해야 하나, 아니면 나와 별 상관이 없더라도 좋은 점수를 받기 쉬운 과목을 선택해야 하나. ‘배우고 싶은 과목이지만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해 취업할 때 발목을 잡으면 어떻게 하나’ 하는 생각에 전자를 우선시하고 싶더라도 현실을 생각하면 그렇지 못한게 사실이야. 어쩌면 이런 고민들도 취업과 이윤 창출만을 바라보는 대학교육 근간이 위협받는 연장선상이 아닐까.
   고등교육법 제28조에 나온 대학의 정의를 보면 ‘대학은 인격을 도야하고, 국가와 인류사회의 발전에 필요한 심오한 학술이론과 그 응용 방법을 가르치고 연구하며, 국가와 인류사회에 이바지를 목적으로 한다’고 해. 대학의 목적은 단순한 이윤 창출도 취업에 불과하지 도 않는다는 것이지. 물론 대학의 경영과 생존, 학생들의 취업도 중요하지만 이런 구조가 학생들이 교육받을 권리를 침해받고 있는 것은 사실인 것이 분명해. 지금 대한민국에서 외부의 눈치를 보거나 의존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설 수 있는 대학 운영을 바라는 것은 너무 과한 욕심일까.

                                               최유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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