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와 생각의 청사진을 그려라
이런 와중에 ‘커넥톰’이라는 개념으로 과학계를 들썩이게 한 인물이 있다. 『커넥톰, 뇌의 지도』의 저자는 인간은 하나의 커넥톰이라는 주장을 바탕으로, ‘커넥토믹스’에 주목해야 할 때가 왔음을 역설하고 있다. 책에서는 그동안 뇌를 둘러싼 학설들을 설명해주고 앞으로 이를 어떻게 연구해야 할 지 방향을 제시해주고 있다. 1000억개의 신경세포로 이뤄져있는 뇌와 그것을 연결하는 연결구조가 바로 커넥톰이다. 저자는 커넥토믹스를 학계의 중심으로 들여온 뒤 뇌의 지도를 그려 점차 인간의 본질을 탐구할 수 있다고 제시한다.
전공자의 눈에선 어떨지 모르겠지만, ‘시냅스’와 ‘뉴런’같은 단어와 친하지 않은 독자일 경우 많이 어려울 수 있다. 내내 머리가 지끈거리다가 ‘예쁜꼬마선충’같은 난해한 단어가 나오면 그만 책을 덮고 싶기도 한다. 그렇지만 저자가 낯선 단어들을 나열하기 전에 꼭 비유를 통해 이해할 수 있게끔 이끌어준다. 또 놀라운 점은 평생 현미경을 통해 신경세포들과 씨름했을 손으로 썼을 것이라곤 상상하기 힘든 유려하고 친절한 문장이다. 비유로 드는 이야기의 폭도 다채롭다. 철학부터 문학까지 섭렵한 비유들은 지루함을 덜어주려고 애쓴 흔적으로 보인다.
과학은 이만큼 발전했다. 이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면 자폐아나 정신질환의 원인을 알아내고 더 나아가 이를 치료할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그동안 인류가 염원했던 뇌에 관한 비밀을 드디어 풀 수 있는 실마리의 역할을 할 수도 있다. 그동안 접근할 수 없는 것으로 여겨지던 영역들이 하나 둘 깨져가는 것이다. 저자는 책의 말미에 ‘성경에 따르면 신이 자신의 모습에 따라 인간을 만들었다고 한다. 독일 철학가 루드비히 포이에르바하는 인간이 자신의 모습에 따라 신을 만들었다고 한다. 트랜스휴머니스트들은 인류가 스스로를 신으로 만들 것이라 말하고 있다’고 적었다. 인류 발전의 한계는 어디일까? 생각과 기억과 정신을 지도로 만들려는 시도가 엄청난 파장을 일으킬 것만은 분명하다.
안수진 기자 luckysujin@cun.ac.kr
안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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