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와 생각의 청사진을 그려라

『커넥톰, 뇌의 지도』,
승현준, 김영사,
482쪽, 정가 23,000원
   작년 미국 오바마 대통령은 정체된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카드로 ‘뇌 과학’을 내놓았다. ‘뇌 프로젝트’에 아낌없는 투자를 하겠다고 밝혔고 경제 전문가들은 성공만 하면 정체된 경제 판도를 한순간에 뒤집을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오바마 대통령은 ‘양쪽 귀 사이 1.4Kg에 미래가 있다’고 말해 본격적으로 뇌 과학 연구에 기폭제를 쏘았다. 자연스럽게 인간의 뇌에 관한 관심이 폭발했다. 우리나라의 뇌 과학 연구에도 발동이 걸렸다. 이렇게 모든 관심이 집중하게 된 데에는 단순히 경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인간의 본질이라는 미지의 세계를 탐구하려는 호기심이 때를 맞춰 봇물 터졌을 뿐이다. 요즘 유행처럼 쓰이는 융·복합이라는 단어도 이때를 기점으로 범람하기 시작했다. 뇌를 단순히 분석해야할 과학의 대상으로 접근하기보다는 다양한 학문에서 바라보려는 움직임이 일었기 때문이다. 특히 철학적으로 뇌를 다루려는 움직임은 뇌 과학 분야가 단순히 결과 값만으로 가치를 매길 수 없음을 증명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커넥톰’이라는 개념으로 과학계를 들썩이게 한 인물이 있다. 『커넥톰, 뇌의 지도』의 저자는 인간은 하나의 커넥톰이라는 주장을 바탕으로, ‘커넥토믹스’에 주목해야 할 때가 왔음을 역설하고 있다. 책에서는 그동안 뇌를 둘러싼 학설들을 설명해주고 앞으로 이를 어떻게 연구해야 할 지 방향을 제시해주고 있다. 1000억개의 신경세포로 이뤄져있는 뇌와 그것을 연결하는 연결구조가 바로 커넥톰이다. 저자는 커넥토믹스를 학계의 중심으로 들여온 뒤 뇌의 지도를 그려 점차 인간의 본질을 탐구할 수 있다고 제시한다.
   전공자의 눈에선 어떨지 모르겠지만, ‘시냅스’와 ‘뉴런’같은 단어와 친하지 않은 독자일 경우 많이 어려울 수 있다. 내내 머리가 지끈거리다가 ‘예쁜꼬마선충’같은 난해한 단어가 나오면 그만 책을 덮고 싶기도 한다. 그렇지만 저자가 낯선 단어들을 나열하기 전에 꼭 비유를 통해 이해할 수 있게끔 이끌어준다. 또 놀라운 점은 평생 현미경을 통해 신경세포들과 씨름했을 손으로 썼을 것이라곤 상상하기 힘든 유려하고 친절한 문장이다. 비유로 드는 이야기의 폭도 다채롭다. 철학부터 문학까지 섭렵한 비유들은 지루함을 덜어주려고 애쓴 흔적으로 보인다.
   과학은 이만큼 발전했다. 이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면 자폐아나 정신질환의 원인을 알아내고 더 나아가 이를 치료할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그동안 인류가 염원했던 뇌에 관한 비밀을 드디어 풀 수 있는 실마리의 역할을 할 수도 있다. 그동안 접근할 수 없는 것으로 여겨지던 영역들이 하나 둘 깨져가는 것이다. 저자는 책의 말미에 ‘성경에 따르면 신이 자신의 모습에 따라 인간을 만들었다고 한다. 독일 철학가 루드비히 포이에르바하는 인간이 자신의 모습에 따라 신을 만들었다고 한다. 트랜스휴머니스트들은 인류가 스스로를 신으로 만들 것이라 말하고 있다’고 적었다. 인류 발전의 한계는 어디일까? 생각과 기억과 정신을 지도로 만들려는 시도가 엄청난 파장을 일으킬 것만은 분명하다.

안수진 기자 luckysujin@cu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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