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듭되는 오보 · 언론 통제 · 허위사실 유포


   지난달 16일, 차곡차곡 쌓여 왔던 대한민국의 무책임과 무관심이 곪아 터졌고 일어나서는 안 되는 비극이 일어났다. 그 대가는 죄 없는 학생들을 비롯한 대한민국 국민들이 치르게 되었다. 온 국민이 슬픔에 잠기고 대한민국 전체가 무거운 분위기로 가라앉았다. 사람들은 “지금 대한민국에서는 아무것도 믿을 수 없다”고 말한다. 대한민국은 ‘불신의 사회’로 전락해버렸다.

    슬픔에 잠긴 대한민국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의 유가족들과 구조를 기다리고 있을 실종자들의 가족은 물론 이 참사를 지켜보는 국민들은 참담한 심정이다. 우리학교 A 학우는 “처음 세월호 사건을 접했을 때 정말 슬프고 남 일 같지 않았다. 사람들이 빨리 구조되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에 사건 당일 뉴스만 5시간 동안 쳐다보고 있었다”고 말했다. B 학우 또한 “지금까지도 세월호 소식만 접하면 몹시 속상하고, 나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생각하니 무기력해진다”고 말했다.
   각 단체와 행사 주체들은 애도의 분위기 속에 각종 행사를 취소했고 방송국은 드라마와 예능을 결방하고 있다. 또한 전국 각지에서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촛불문화제와 노란 리본 캠페인, 세월호를 둘러싸고 있는 의혹들에 대한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대규모 집회도 열리고 있다. 만사를 제쳐두고 자원봉사를 위해 사고 현장으로 달려가는 사람들도 있다. 진상 규명이 먼저고 유가족의 의사와 무관하다며 반대의 목소리도 많지만 학교와 시·지자체 등 각계에서는 모금 운동도 벌어지고 있다. 이렇듯 국민들은 안타까움 속에 희생자와 실종자, 유가족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각자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 우리학교 또한  애도의 뜻으로 5월에 예정돼 있던 백마대동제를 2학기로 미뤘고 세월호 참사 성금 모금을 진행하고 있다.

   불신조장한 언론과 정부, 퍼나르기식 SNS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국민들이 맞닥뜨린 현실은 불신으로 가득 차 있다. 특히 정부와 언론을 향한 국민들의 불신은 극에 달한 상태다. 우리학교 C 학우는 “세월호 사고가 있고 나서 아무것도 믿을 수 없게 되었다”며 “언론이 보도하는 구조 작업 현황과 현장에 있던 가족들이 전하는 구조 작업 현황과는 확연한 차이가 있으니 도대체 무엇이 진실이고 거짓인지 구분이 안 가고 정부나 언론에서 계속 오보를 내니 의심부터 든다”고 말했다.
일부 대한민국 언론은 거듭되는 오보와 취재윤리에 어긋나는 행동 등으로 대한민국 저널리즘의 한계를 드러냈다. 경기교육청은 사고 당일 두 차례에 걸쳐 출입기자들에게 학생이 전원구조 됐다는 문자를 발송했고 언론은 ‘단원고 학생 전원 구조’ 라는 속보를 쏟아냈다. 단원고 학생 가족들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러나 약 5시간 후 오보라는 믿고 싶지 않은 사실을 접해야 했다.
   또한 정부는 사고 당시 구조자 수를 ‘대다수 구조’라며 368명으로 발표했으나 한 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구조 인원을 8차례 바꾼 뒤 174명으로 발표했다. 정확한 탑승자 수도 파악하지 못해 5차례나 바뀌었다. 수 없이 쏟아졌던 오보는 거기에 그치지 않았다. 사고 이틀 만인 18일 오전에는 잠수사들이 침몰한 세월호 선내에 진입했다고 밝혔지만 오후에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 실종자 가족들의 가슴에 대못질을 했다.
   책임자 측의 언론 통제와 정보 조작도 일부 사실로 밝혀지며 불신은 더욱 커져가고 있다. 지난 26일 방송된 ‘그것이 알고싶다-희망은 왜 가라앉았나? 세월호 침몰의 불편한 진실’편에서는 경찰이 피해자 가족과 취재진의 인터뷰 내용을 녹취하고 있었던 사실이 드러났고, 침몰 당시 진도 VTS와의 교신 내용이 의도적으로 편집돼 공개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를 연출한 배정훈 PD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이번 주 방송을 앞두고 의견을 구하던 학자들이 하나 둘씩 인터뷰 약속을 취소해버렸다. 그리고는 점점 섭외가 힘들어지더니 끝내 불가능해져버렸다. 사고를 분석해줄 전문가들이 침묵하기 시작했다”며 “소신껏 이야기하는 전문가는 무엇인가에 의해 웃음거리가 되는 세상. 사고를 사건으로 만드는 사람들. 투명하게 이야기하지 못하면 결코 나아지지 않는다. 우린 지금 모두가 신뢰를 잃어버린 세상에 살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안타까운 상황에서도 허위 사실을 유포해 관심을 끌려고 하는 관심종자들은 불신을 더욱 증폭시킨다. 세월호 참사로 온 국민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을 때 각종 SNS에는 실종자를 사칭해 ‘식당 쪽 객실에 6명이 갖혀있다’며 구조를 요청하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었고 한 고등학생은 세월호 참사를 두고 ‘여객선 침몰이 잘 되었다’, ‘생존자가 더 있다니 아쉽다’ 등의 악성 글을 올리기도 했다. 
   또한 자신이 구조 활동에 참여한 민간 잠수부라며 인터뷰를 자청한 홍가혜 씨는 ‘정부 관계자가 대충 시간이나 때우고 가라고 말했다’, ‘민간 잠수부가 선체 벽을 사이에 두고 생존자와 대화를 했다고 들었다’ 등의 허위 사실을 유포해 큰 논란을 일으켰다. 이들은 모두 경찰에 검거되었다. C 학우는 “이젠 뭐가 맞는지도 혼란스럽고 누구를 믿어야 할지도 모르겠다”며 “대한민국에 사는 것이 부끄럽다”고 말했다.
   또한 세월호 참사의 한 유족은 뉴스타파 인터뷰에서 “300명씩이나 희생되면서도 사회적 약자로 남을 수밖에 없는 사람들을 위해서 공정하게 보도할 수 있는, 적어도 사실을 사실대로만 보도할 수 있는 그런 언론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A 학우는 “더 많은 인원이 구조될 수 있었던 상황에서 이런 대참사가 일어난 건 움직이지 말고 자리를 지키라는 선장의 말을 믿고 따랐기 때문”이라며 “배 안에 있던 사람들은 책임자의 말을 믿고 따랐지만 끔찍한 사고를 당했다”며 분노했다. 여기에 정부와 언론의 신뢰할 수 없는 행태로 인해 이제 누구의 말도 믿지 못할 것 같다는 것이 A학우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의 생각이다.
   세월호 참사가 수습되고 있는 현재 상황에도 불신의 의혹은 점점 커지고 있다. 민간자원 잠수사들은 지난 28일 모 언론사를 통해 세월호 구조작업을 독점하고 있는 민간기업 언딘이 의도적으로 구조를 지연했다는 제보를 했다. 갈수록 믿기지 않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불신의 파장은 앞으로도 일파만파 커질 전망이다.
    세월호 참사는 수많은 사고가 있었음에도 전혀 나아지지 않은, 무책임과 불신이 얽힌 대한민국의 실태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이 참사를 초래한 당사자들은 반드시 엄중한 처벌을 받아야 할 것이며 책임을 미루며 숨으려 해서도, 덮으려 해서도 절대 안 된다. 국민들 또한이 참사를 잊어서는 안 된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며, 다시는 이런 참사가 없기를 바란다.     


            최유림 기자 hahayoorim@cnu.ac.kr

저작권자 © 충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