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음표에서 느낌표까지

 
   아마존과 뉴욕 타임즈에는 이미 이 책이 베스트셀러란다. 저자의 TED강의는 조회 수 300만을 기록했다고 한다. 모든 언론과 학자들은 그를 극찬하고 있다. 누구인지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대단한 것 같은 미국의 대학 교수들이 질세라 추천평을 썼다. 조너선 하이트의 『바른마음』은 그런 화려한 수식어로 이목을 끈다. 전 세계 지식인들을 충격에 빠뜨렸다는데, 그런 책이 드디어 한국에서도 출간되었다고 하니 안 읽고 배길 사람이 있을까. ‘나의 옳음과 그들의 옮음은 왜 다른가’라는 부제도 매력적이다. 퍽퍽한 삶에 잠시나마 안식처 역할을 자처하는 책 같았다. 시험이 끝나고 후회에 몸부림치던 때 운명처럼 손짓하던 책이었다.
   처음 책을 펼쳤을 때 조금 당황했고 약간 후회했다. 술술 읽히는 뻔한 자기개발서가 필요했을 뿐인데 생각보다 어려웠다. 이어폰을 꼽고 까딱까딱 리듬 맞추며 읽을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자세를 고쳐 앉아 각 잡고 필기하면서 정독했다. 미리 밝혀두자면 시험 끝나고 머리 식힐 겸 읽을 책은 분명 아니다. 그렇지만 마냥 지루하고 어렵기만 한 책도 아니다. 연습장을 꺼내들고 필기하며 읽은 데에는 이유가 있다. 해묵은 주제로만 여겼던 ‘도덕성’이 꼿꼿이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언젠가부터 ‘도덕’이나 ‘윤리’같은 단어는 어째 좀 뜬구름처럼 느껴지곤 했다. 푸른 하늘에 떠있는 흰 구름처럼 멀리서 보면 예쁘지만 아무리 손을 뻗어도 만져지지 않는다. 더군다나 바람이 불면 모양이 바뀌어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종잡을 수 없다. 도덕적인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화장실에 붙어있을 법한 격언은 이제 무안할 정도로 감흥을 주지 못한다. 우리는 그동안 명확한 이유를 모른 채 그래야 한다는 교육을 받으며 물음표를 의식 어딘가에 묻어두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도덕 심리학’을 다룬 『바른마음』은 그동안 묵혀두었던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꾸어 준다.
   도덕을 심리학적으로 접근한 이 책은 박하사탕, 사이다, 아무튼 그런 맛이다. 도덕성이란 과연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지 차근차근 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설명하고 있다. 그 속엔 사회학자들의 이론부터 다윈의 진화론까지 들어있는데, 단순히 ‘우리는 도덕적으로 살아야합니다’라는 말에 체해버린 독자들을 위한 소화제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세 개의 원칙을 세우고 마음을 코끼리(직관)와 기수(이성)로 비유해 갖가지 실험 결과들과 함께 명확한 이유를 제시하고 있다. 도덕성의 근원부터 시작해 정치적·종교적으로 어떻게 작용하는지까지 흥미로운 사례들로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방향으로 ‘도덕성’의 범위를 넓히기도 한다. 특히 누군가를 설득하고 싶다면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라는 대목에서는 사이다를 크게 한 모금 마신 것 같은 기분이었다. 코끼리와 기수를 중심으로 카네기의 주장까지 들어 그동안의 의문들을 시원하게 해소해준다.
   다소 심오한 내용이지만 흥미롭게 읽히는 이유는 또 하나 있다. 저자는 혹시라도 독자들이 이해하지 못할까 조바심을 내고 있는 것 같다. 각 장마다 내용을 요약해 놓고, 앞 뒤로 다시 중요한 개념들을 정리해주고 있다. 나중에는 그 정성에 웃음이 났다. ‘우리는 어차피 한동안은 이 땅에 다 같이 발붙이고 살아가야 한다. 그러니 서로 잘 지낼 수 있게 함께 노력해보자’는 저자의 마지막 말에 마구 박수를 치고 싶어지는 것은 필자뿐만이 아닐 것이다.  

안수진 기자 luckysujin@cnu.ac.kr

저작권자 © 충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