❻ 이별이 반복되는 이유를 적나라하게 알게 해준 <연애의 온도>의 ‘이동희’

사진 출처. 영화 <연애의 온도>
   연인 간에 아름다운 이별이라는 것이 과연 존재할까? 이별이 아름답기 위해선 서로 간의 감정이 미련 없이 깨끗해야 한다. 하지만 사실 이별 앞의 연인들 대부분은 서로 간의 감정이 그다지 깨끗하지 못하다. 영화 <연애의 온도>는 이런 현실적인 이별을 표현해 이별해본 연인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영화의 남자주인공 ‘이동희’는 <연애의 온도>를 통해 여성 관객의 공감뿐 아니라 내재된 분노도 이끌어내며 연인의 실감나는 이별을 보여줬다.
   동희는 여자주인공인 영과 비밀 사내 커플이었다. 만남이 거듭될수록 왜 싸웠는지 도 생각안날 정도로 빈번하게 싸우던 둘은 결국 헤어진다. 동희와 영은 비밀 연애를 했기 때문에 대놓고 티는 못 내고 서로 온갖 유치한 복수를 이어간다. 그러던 중 영이 갑작스럽게 직장 선배에게 소개팅을 제안 받는다. 영의 소개팅이 거슬리는 동희는 영의 소개팅을 훼방 놓는다. 이에 화가 난 영이 결국 폭발하고 둘은 직장 동료들이 다 보는 앞에서 서로 욕하고 때리며 싸우고 결국 헤어진 사내 커플이었음을 들킨다.
   영의 소개팅을 훼방 놓을 땐 언제고 동희는 새 여자 친구를 사귄다. 새로운 연인과 즐거워하는 동희를 바라보며 영은 동희의 여자 친구를 질투한다. 그런데 마주치기만 하면 으르렁거리고 자신과 여자 친구의 사이를 질투하던 영이 갑자기 남자 친구가 생겼다며 자신에게 초연한 감정을 내비치자 동희는 묘한 기분에 사로잡힌다. 영의 남자친구가 궁금해 영의 SNS를 몰래 훔쳐보던 동희는 자신과 찍었던 사진이 모조리 지워진 것을 보며 씁쓸해 한다.
   그 후 둘은 함께 회사 워크샵에 가게 된다. 그런데 워크샵에서 동희는 영과 소개팅을 한 남자가 영에 대해 안 좋은 말을 하고 다녔다는 것을 알게 되고 영에 대한 안 좋은 소문을 듣고 화가 난 동희는 급기야 소문을 낸 당사자와 주먹다짐을 한다. 그리고 회사 임원들과 같은 방에 있던 영을 무작정 끌고 나와 불같이 화를 낸다. 사실 워크샵 이전만 해도 영과 동희는 똑같이 유치하게 서로를 의식하며 구질거리는 이별 후의 모습을 보여줬다. 그러나 회사 사람들 앞에서 주먹다짐을 하고 영에게 소리 지르고 화내던 동희의 행동은 정도를 넘어선 어처구니없고 배려심 없는 행동이었다. 비밀 사내 커플이었다 헤어진 사실이 만인에게 알려진 마당에 워크샵에서 자신 때문에 돌발 행동까지 한 동희가 영은 얼마나 당황스럽고 난처했을까. 시키지도 않았는데 불같이 화를 낸 동희 때문에 오히려 영에 대한 소문만 파다해져 버렸을 것이다. 
사진 출처. 영화 <연애의 온도>
   그러나 재밌는 것은 워크샵의 사건을 계기로 동희와 영은 다시 사귀게 된다. 한번 헤어짐을 경험하고 다시 만난 둘은 서로에게 늘 조심스럽다. 사소한 일에는 화내지 않고, 최대한 부딪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영은 서로에 대한 모든 것을 공유하는 사랑을 원하지만 영과 함께 있는 시간에 싸우고 싶지 않은 동희는 영을 점점 피하고 거짓말이 늘어간다. 그러다 결국 동희가 자신을 의무감으로 만나고 있다고 느낀 영은 참고 있던 감정을 모조리 쏟아내고 첫 번째 이별과 똑같은 이유로 헤어지게 된다. 동희와 영 모두에게 다시 시작한 연애는 그만큼 더 조심스러웠을 것이다. 둘 다 서로에게 상처주기 싫은 마음은 같았겠지만 영은 최소한 동희에게 정직했다. 동희는 순간의 다툼을 피하기 위해 일부러 영을 피하고 거짓말하며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지 못한 채 똑같은 이유로 또 이별에 이른다. 끝까지 자신에게 먼저 헤어지자고 말하라던 이기적인 동희, 과연 그가 진짜로 영을 사랑했을지 궁금하다.


유정현 기자 yjh13@c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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