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사냥꾼들

『모던하트』, 정아은, 생각의 나무

   ‘헤드헌터’라는 직업을 알게 된 것은 작년 이맘때였다. 취업을 위한 강의를 듣고 있었다. 강사는 본인의 직업이 ‘헤드헌터’라고 소개하며 강의를 시작했다. 헤드헌터란 알맞은 인재를 알맞은 회사와 알맞은 지위에 소개하는 직업이라고 했다. 그땐 그냥 이렇게 별난 직업도 있구나, 정도로 생각했다. 수업의 대략적인 내용은 면접에 적합한 이미지를 만드는 법이었다. 동영상과 강사의 개인적인 경험을 근거로 첫인상이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배우고 있었다. 경악했던 것은 그 다음이다. 얼굴의 근육을 사용해 밝게 웃는 법을 강조하며 학생들의 미소를 유형별로 나누고, 미소 짓는 표정을 어떻게 개선해야 하는지를 지적했다. 200명 남짓의 학생들 중 절반이 넘는 학생들이 자신들의 미소를 평가받았다. 취업을 위해 웃는 표정까지 메뉴얼을 따라야 한다니? 손을 들고 강사를 향해 방긋방긋 미소 짓는 학생들 사이에서 뚱한 표정으로 그 광경을 구경했다. 맙소사, 미소 짓는 것까지 연습 해야 하는 세상이다.
   정아은 작가의 『모던하트』는 2013년 출간된 따끈따끈한 현대소설이다. 언제 어디서나 인재를 포획해 적재적소에 소개시키는 헤드헌터 ‘미연’이 주인공이다. 소설은 37살 미혼인 헤드헌터의 눈으로 바쁜 도시를 좇는다. 그 도시에는 남녀의 사랑이라는 아름다운 이름 속에 감춰진 먹이사슬이 있다. 또 자신도 모르는 사이 출신대학으로 등급이 매겨지는 현대판 카스트 제도도 있다. 이 회사에서 저 회사로 넘어가려는 지원자의 면접을 보는 동시에 다른 면접을 위해 끊임없이 교통상황을 계산하고, 번번이 끼니는 거른다. 결혼을 정치적으로 접근하면서 훈련된 미소로 무장한 채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모던하트』는 37살 노처녀 헤드헌터의 사랑 이야기가 아니다. 바쁜 현실 속에서 자아를 찾고 극복하는 내용은 더더욱 아니다. 이름부터 ‘사냥꾼’이라는 적나라하고 험상궂은 직업이 사냥터에서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보여준다. 그러나 냉철한 사냥꾼들도 누군가에게는 사냥감이 되는 그저 그런 소시민일 뿐이다. 자신의 전화 한통에 도시를 넘어 달려오는 노총각 ‘흐물’과 전화 한 통에 달려가게 만드는 남자 ‘태현’의 사이에서, 결혼이 정치가 되었음은 이미 당연한 이야기인 듯하다. 녹물이 나오는 아파트에서 살면서도 장밋빛 미래를 확신하며 무리한 아파트 투자를 하는 시끄러운 아랫집 여자도 몇 번이나 마주친 것 같은 우리 주변 사람이다. 그런가하면 치매에 걸려 의식이 없는 어머니를 모시는 것도 다분히 계산적이다. 재산을 둘러싼 자식들의 눈치싸움은 절대 악의적으로 표현되지 않는다.
   헤드헌터라는 주인공의 직업을 중심으로 소설 『모던하트』는 우리 사회의 모습을 골고루 보여준다. 사랑을 비롯해 회사 생활과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의 자리에서도 훈련된 미소가 필요하다. 현대 사회를 풍자도 않고 그렇다고 마냥 아름답다고 찬양하지도 않는다. 그냥 있는 그대로의 사회를 정직하게 묘사한다. 자신에게 모든 것을 바치던 ‘흐물’의 결혼식에 가는  ‘미연’이 끝까지 훈련된 미소를 벗어던졌는지 우리는 모른다. 

                        

 안수진 기자 luckysujin@cun.ac.kr

저작권자 © 충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