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두 개인전-무겁거나 혹은 가볍거나

  

   ▲ <베르길리우스의 문>(좌)와 습작(우)

   꿈이 있는 사람들의 아직 이루지 못한 꿈을 가상으로나마 이뤄준 예술가를 만나본 적이 있는가? 꿈을 예술로 실현시켜준 작가, 정연두가 바로 그 예술가다. 제2의 백남준이라고도 불리는 이 미디어 아티스트는 일상이나 주변을 세심하게 관찰해 작품의 모티브로 삼는다. 그의 반회고적 개인전 <무겁거나 혹은 가볍거나>에서 주변의 익숙함을 예술을 통해 색다르게 느껴볼 수 있다.

   문화현상도 미디어 아트로
   전시회가 열리고 있는 로비의 <베르길리우스의 통로(2014)>는 로댕의 <지옥의 문>을 3D 게임 디바이스인 ‘오큘러스 리프트’라는 기계를 통해 바라보는 가상조각 영상작품이다. 이 작품은 정연두 작가가 우연히 한 맹인 안마사가 자신의 일상을 사진으로 담아내는 모습을 본 것에서 착안해 과연 ‘본다’라는 행위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한다.
   <베르길리우스의 통로>를 관람하는 방법은 무척이나 독특하다. 작품 앞에 놓인 의자에 설치된 쌍안경처럼 생긴 오큘러스 리프트를 통해서만 작품을 관람할 수 있다. 겉보기에는 조각 작품 <지옥의 문>이지만 오큘러스 리프트를 사용하면 지옥의 문에 새겨진 조각들이 살아 움직이는 듯 신비한 효과음과 함께 눈앞으로 다가온다. 정 작가는 작품의 3D 표현을 위해 <지옥의 문>에 새겨진 조각들을 실제 모델로 재현해 일일이 카메라로 찍은 뒤 3D 영상으로 합성했다. 또한 영상을 찍기 위해 실제 모델들이 취한 포즈를 습작한 작품들도 함께 전시해 비교해가며 감상할 수 있다. 
 

   ▲ <크레용팝 스페셜>

   또 다른 작품인 <크레용팝 스페셜(2014)>은 신선한 충격 그 자체다. 이 작품은 걸그룹 크레용팝의 30-50대 아저씨 팬인 ‘팝저씨’에 대한 작품이다. 크레용(龍)팝의 용 캐릭터를 사용해 만든 설치 무대, 일사분란하게 벽에 배치된 크레용팝의 상징인 색색 트레이닝복 그리고 노래 반주에 맞춰 우렁차게 응원하는 팝저씨들의 모습이 담긴 스크린까지 모두가 <크레용팝 스페셜> 한 작품이다. 팝저씨들은 다른 걸그룹에 비해 지극히 평범한 크레용팝을 응원하며 그들이 성공하는 과정을 지켜본다. 그들의 성공에 자신을 투영시키기도 하고 응원하는 과정에서 힐링을 하는 것이다. 정 작가는 팝저씨라는 문화현상을 미디어 아트로 만든 <크레용팝 스페셜>을 통해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남편, 아빠들의 열정을 시각화했다.

 

   ▲ <영웅>                                                            ▲ <상록타워>

   일상을 되돌아보게 하는 예술
   정 작가가 ‘꿈의 작가’라고 불리게 된 계기는 꿈이 있는 평범한 사람들의 꿈을 사진으로나마 이뤄준 <내 사랑 지니>프로젝트를 통해서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내 사랑 지니>의 시발점이 된 작품 <영웅(1998)>을 감상할 수 있다. 이 사진은 중국집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는 한 소년의 꿈을 나타낸 작품이다. 할리우드 액션 스타를 꿈꾸지만 어린 동생을 학교에 보내기 위해 본인은 학교에 나가지 못하고 중국집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는 한 소년의 꿈이 사진으로나마 실현됐다. 이외에도 캄캄해진 밤의 아파트를 연상케 하는 <상록타워(2001)>연작을 통해 정 작가가 ‘사람’과 ‘일상’을 세심하게 관찰해 이를 예술로 만들었음을 느낄 수 있다.
   <정연두 개인전-무겁거나 혹은 가볍거나>에선 익숙한 예술 작품을 새로운 시각으로 볼 수 있다. 그런가하면 조롱거리로 치부될 수도 있는 아저씨팬의 열정을 예술로 재탄생 시킨다. 심오하고 난해할 수도 있는 미디어 아트를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소재와 흥미로운 표현으로 나타내 부담없이 관람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늘 마주치는 일상이나 평범한 사람들의 모습을 다시 한 번 생각하고 스스로를 되돌아 볼 수 있게 한다.
매일 비슷한 일상의 반복이 지루해질 즈음, 정연두의 <무겁거나 혹은 가볍거나>를 통해 일상을 조금 다른 시선으로 되돌아보는 것은 어떨까. 6월 8일 일요일까지 삼성 플라토 미술관에서 만나볼 수 있으며 관람료는 3000원이다.


유정현 기자 yjh13@c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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