❺ 속마음을 절대 감출 수 없어 난감한 <너의 목소리가 들려>의 '박수하'

 

 

   소싯적 동화 좀 읽어봤다는 여자들은 십중팔구 위기의 순간에 짠하고 나타나서 멋지게 나를 구해주는 백마 탄 왕자님을 한번쯤 꿈꿔본 적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남자들도 절체절명의 순간 혜성같이 등장하는 잔다르크에 대한 환상을 품어본 적 있을까? 모든 남자가 잔다르크에 대한 환상이 있는지는 사실 모르겠지만 그 환상을 경험하고 결국 잔다르크와의 사랑을 이뤄낸 연하남 한명은 확실히 알고 있다. 작년 여름 말도 안 되는 초능력으로 여자들, 특히 누나들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한 <너의 목소리가 들려>의 ‘박수하’가 그 주인공이다.
   어린 시절 아버지와 함께 차를 타고 가다 교통사고를 가장한 살인으로 인해 아버지가 눈앞에서 죽는 것을 목격한 수하는 상대방의 마음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초능력을 갖게 된다. 사고 당시 수하도 살인범에게 죽을 뻔 했지만 그 순간 여주인공 ‘장혜성’이 잔다르크처럼 등장해 수하를 구한다. 뿐만 아니라 혜성은 법원에서 수하 아버지가 살해당하는 것을 직접 봤다고 진술해 범인을 구속시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혜성의 증언으로 유죄를 선고받은 범인은 혜성에게 섬뜩한 경고를 남기고 결국 구속된다. 당시 수하의 눈에 비친 혜성의 모습은 정의롭고 멋진 잔다르크였다. 그런 혜성에게 첫눈에 반한 초등학생 수하는 훗날 범인의 보복이 두려워 울고 있는 여중생 혜성을 평생 지켜준다고 약속한다. 수하는 지켜주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무려 10년 동안이나 혜성을 찾아 헤맨다. 우연히 국선변호사가 된 혜성의 소식을 신문으로 접한 수하가 그녀를 찾아내며 변호사 혜성과 고등학생 수하의 로맨스가 시작된다.
   수하는 초능력을 이용해 버스에서 가장 먼저 내릴 사람의 마음을 읽고 그 좌석 앞에 혜성을 세워주거나 출근길을 함께 해주며 늘 혜성의 곁을 지킨다. 그러다 혜성이 위험한 상황에 처하면 쏜살같이 달려와 혜성을 구해준다. 수하는 혜성이 다른 남자를 좋아할 때도 묵묵히 자신의 초능력을 이용해 혜성의 재판을 도와주기도 하고 계속해서 그녀와 함께한다. 혜성을 배려해주는 수하의 행동은 어느 하나 설레지 않는 것이 없다. 수하는 재판을 마치고 온 혜성과 대화하며 목이 아프면 말로 하지 말고 자신이 마음을 읽을 테니 속으로 생각하라며 다정하게 눈을 맞춰준다. 또 자신을 걱정해주는 혜성에게 귀엽게 애교를 부리기도 하고 혜성이 누군가를 욕하면 혜성이 무안하지 않을 정도로 맞장구를 쳐주기도 한다. 애교 많고 귀여운 연하남이면서 때로는 애정 어린 잔소리로 덜렁대는 혜성을 어른스럽게 챙겨주고 든든하게 지켜주는 수하의 해바라기 같은 사랑에 혜성도 결국 수하를 좋아하게 된다. 

 

    그러나 수하와 혜성의 사랑이 끝까지 해피엔딩이었을 거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 수하는 상대의 눈을 보면 그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이는 혜성에게도 예외는 아니다. 사랑하는 사이에도 숨기고픈 개인적인 비밀이 있을 수 있는데 혜성과 수하는 그럴 수 없다. 엄밀히 따져보면 수하에게는 비밀이 있을 수 있지만 혜성에게는 비밀이 있을 수 없는 것이다. 서로 다투고 난 뒤 순간의 격한 감정에 나쁜 생각을 할 수도 있는데 만약 혜성이 그랬다면 수하는 그 순간의 혜성의 마음을 읽고 상처받을 수도 있다.
   이런 일들이 반복되다 보면 혜성은 본의 아니게 수하에게 구속 아닌 구속을 받고 수하는 원하지 않는 혜성의 마음을 읽게 돼 결국 서로 간에 오해가 생길 수도 있을 것이다. 과연 혜성은 항상 자신의 마음을 몽땅 읽는 수하의 초능력을 극복하고 수하와 행복한 결말을 맞이했을까?
 

유정현 기자 yjh13@c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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