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다수 공모전 ‘저작권 귀속 조항’… 보호받지 못하는 응모자 저작권

 

   불공정한 공모전 저작권 귀속 조항
   "수상작 및 응모작의 저작권 주최 측 귀속되며 작품반환 불가
   공모전 출품 시 사라지는 저작권?"

   우리 학교 A학우는 공모전을 준비하며 유의사항을 읽어보던 중 이해 할 수 없는 의문이 생겼다. 바로 ‘수상작품 및 응모작품의 저작권은 주최 측에 귀속되며 작품은 반환 불가’ 라는 저작권 귀속 조항이다. 단지 공모전에 출품한다는 이유만으로 자신의 창작물의 저작권이 주최 측으로 넘어간다니 이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인가. A학우는 찜찜해서 다른 공모전을 찾아보기로 했다. 그런데 이럴 수가. 공모전을 찾는 족족 저작권 귀속 조항이 없는 곳이 없다. A양은 억울하지만 달리 손 쓸 도리가 없어 공모전에 작품을 내기로 결정했다.

   저작권 갈취하는 공모전
   공모전에 도전해 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십중팔구 A학우와 같은 경험이 있을 것이다. 공모전은 좋은 아이디어를 수집해 대학생들에게는 자신의 아이디어를 활용하는 스펙이 되고, 기업들에게는 좋은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있다. 취업난이 극에 다다른 요즘 공모전 수상 경력은 스펙을 넘어 ‘필수’로 자리 잡고 있고 따라서 취업을 준비하는 대학생이라면 너도나도 공모전을 준비한다. 하지만 이들 중 저작권을 정당하게 보호받는 경우는 거의 없다.
   특허청이 최근 1년(13.1월~11월) 동안 개최된 아이디어·기술 관련 공모전 201건을 분석한 결과 주최 측이 응모된 아이디어에 대한 권리를 가져간 경우는 47.2%(95건)에 해당하고, 제안자가 권리를 갖도록 명시한 경우는 18%(36건)에 불과하다. 대다수 공모전이 ‘수상작 또는 출품작의 저작권 일체는 귀사에 속한다’는 저작권 귀속 조항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학교 허원강(문헌정보·4) 학우는 광고에 관심이 많아 공모전에 스무 번도 더 넘게 나간 경험이 있다. 허원강 학우는 “내가 참여한 모든 공모전에서 주최 측에 저작권을 넘긴다는 조항이 있었다”며 “불공정하다고 생각해도 학생 입장에서 원하는 것은 상금보다는 스펙이기 때문에 이력서에 한 줄이라도 더 남기기 위해 공모전에 참여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만약 내가 수상한 작품을 실제로 광고에 쓰겠다고 하면 무조건 찬성”이라며 “자신의 창작물이 실제 광고에 활용된 것은 아주 좋은 경력”이라고 말했다. 대다수의 응모자들이 저작권 침해를 인지하고 있지만 경력을 위해 어쩔 수 없이 공모전에 참여하고 있는 것이다.
   저작권 귀속 조항을 두는 것으로도 모자라 수상작을 선정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작가 지망생 박 모양(24)은 “시나리오 공모전의 경우 큰 곳에서 주최하는 몇몇을 제외하고는 항상 당선작이 없었다”며 공모전의 불공정 사례를 지적했다. 주최 측에서 의도적으로 당선작을 선정하지 않고 무료로 아이디어만 가져간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당선작이 없다는 것 또한 주최 측의 심사 결과이니 따질 수도 없는 노릇이다. 박 양은 “요즘 공모전은 응모자들의 아이디어를 빼내는데 그 목적이 있는 것 같다”며 “심지어 공모전에 낸 시나리오가 창작자 모르게 영화로 만들어져 소송을 벌이는 경우도 보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작가 지망생들은 스펙을 위해 공모전에 참여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박 양은 “억울하더라도 작품을 공모전에 내보내야 성과가 있다” 며 “작품을 써도 혼자 가지고 있으면 소용이 없다”고 말했다. 작가 지망생들은 이 같은 사실을 알면서도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공모전에 출품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공모전 저작권침해, 대안 마련은?
   공모전 저작권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자 정부에서는 아이디어에 대한 적절한 보호를 위해 올 1월부터 ‘공모전 아이디어 보호 가이드라인’을 실행했다. 가이드라인의 주요 내용은 ▲응모 아이디어에 대한 권리의 제안자 귀속 원칙 확립 ▲아이디어 취급 시 비밀유지를 위한 구체적인 책임·의무 규정 ▲주최 측과 제안자 간의 수상 아이디어에 대한 권리 균형 확보 ▲제안자에게 조정·소송 등 다양한 분쟁해결수단 선택 기회 제공 등이다.
   특허청 산업재산보호정책과 김동국 서기관은 “창조경제의 기조 하에서 아이디어 창출 활용이 중요한데 공모전은 주요한 플랫폼에 해당된다. 지금까지의 공모전 운영방식에 개선이 필요하다고 판단돼 새로운 운영 방향을 제안하는 가이드라인을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가이드라인 자체만으로는 법적 구속력이 없지만 특허청은 공공기관과 민간업체 모두에게 적용 가능한 가이드라인을 위해 공정위원회(공정위)의 약관심사과와 협의를 마친 상태다. 김 서기관은 “하반기에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가이드라인 운영 실태조사를 할 예정” 이라며 “가이드라인에 위배가 될 경우 공정위의 불공적약관 심사 대상이 된다”라고 말했다.

   저작권 귀속 조항이 불공정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스펙을 위해 작품을 출품하는 대학생이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 우리나라의 저작권 의식은 아직 성숙하지 못하다. 저작권 귀속조항 같은 사소한 것들이 불법 다운로드와 표절이 성행하는 우리나라의 저작권 의식수준에 알게 모르게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닐까. 곧 시행될 공모전 아이디어 보호 가이드라인 정책이 허울뿐인 정책이 되지 않았으면 한다.

                
최유림 기자 hahayoorim@c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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