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남녀 간의’ 사랑? 국립국어원 뜻풀이 논란

▲사진 출처. 다음 블로그
   지난주에 네이버 검색순위에 국립국어원이 올라있었던 적이 있었지. 다들 왜 그런지 아니? 바로 ‘사랑’이란 단어의 뜻풀이 때문이야. 지난 2012년까지는 국립국어원이 규정한 사랑의 사전적 정의 4개 중 4번째 정의가 ‘남녀 간에 그리워하거나 좋아하는 마음. 또는 그런 일’ 이었어. 그런데 몇몇 대학생들이 국민신문고를 통해서 사랑을 남녀관계만으로 한정짓는 것은 성소수자들에게 차별이 된다고 문제를 제기했지. 국립국어원은 이를 받아들여서 ‘어떤 상대의 매력에 끌려 열렬히 그리워하거나 좋아하는 마음’으로 사랑의 뜻풀이를 바꾸고 애인, 연인, 애정, 연애도 이 취지에 맞추어 뜻풀이를 바꿨어.
   그런데 지난 1월 약 1년 만에 사랑의 정의가 다시 2012년 이전으로 바뀌었어. 국립국어원 측은 수정된 단어 뜻풀이가 너무 포괄적이어서 의미를 세부적으로 구분하기 어렵고, 사랑의 본질적이고 전형적인 뜻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의견이 있어 사랑의 뜻풀이를 다시 고치게 되었다고 해.
   하지만 이에 대한 거센 반발이 일고 있어. 몇몇 인권단체들은 사랑의 뜻풀이 변화가 사랑의 주체를 남녀로 한정시켜 성소수자의 차별을 조장하고 인권을 침해한다고 말해. 재개정 이전 뜻풀이는 어느 누구도 배제하지 않고 있지만, 개정된 뜻풀이는 성소수자를 배제하고 있다면서 말이야. 게다가 2012년 사랑의 뜻풀이가 바뀐 이래로 기독교계 등 보수단체 측에서는 꾸준히 국립국어원이 규정하고 있는 사랑에 대한 정의가 동성애를 옹호하고 조장한다고 주장해 왔어. 그래서 보수 측의 민원이 국립국어원이 사랑의 행위 주체를 남녀로 돌린 것 아니냐는 비난도 일고 있지. 개정을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온라인 서명운동을 진행 중이고 피켓 시위도 할 계획이라고 해.
   이번 뜻풀이 논란은 단순한 사전적 정의 변경으로만 바라보아서는 안 돼. 언어는 그 사회의 모습을 반영하고 그 사회 구성원들 사이의 약속인 만큼 정말 중요한 거야. 실제로 재판을 할 때나 정책을 수립할 때도 사전적 정의에서 근거를 찾기도 하잖아. 작은 일이지만, 이를 바탕으로 우리 사회가 만들어지고 운영되는 것이라 생각해.
   이번 뜻풀이 논란에서 생각할 점은 동성애에 대한 가치판단을 떠나서 다양한 사람들의 가치를 인정해 주어야 한다는 거야. 국립국어원 측은 ‘수정된 뜻풀이가 너무 포괄적이어서 전형적인 쓰임이 사전에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있다’고 해. 맞는 말이기도 하지만 ‘전형적인 기준’ 이라는 것 자체가 다양한 가치를 인정하지 않고 옳고 그름을 한정시키는 것이 아닐까? 옳고 그름보다도 서로의 가치를 존중하는 ‘포괄적인 의미’가 필요하다고 봐.                  

최유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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