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흐름이 만든 자연스러운 '문화'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청자켓에 청바지나 청치마를 입으면 시대에 뒤떨어진 촌스러운 사람 취급을 받았다. 그러나 ‘유행은 돌고 돈다’라는 말이 있듯이 촌스러움의 대명사였던 청청패션이 지금 대유행하고 있다. 과거에 유행했던 오락실 게임과 보드 게임이 스마트폰 게임으로 재탄생하며 또다시 유행하기도 한다. 영화관에선 옛 영화 중에서 흥행작들을 선별해 재상영하는 리마스터링 명작열전을 시행하기도 한다. 패션, 게임, 영화뿐만 아니라 문화계 전반에 걸쳐 복고가 널리 성행하고 있는 것이다. 언제부터 시작됐는지 정확히 알 순 없지만 어느 순간부터 유행하기 시작한 복고가 드디어 문화의 한 장르로 인정받기 시작했다. 


   응답하라, 그때 그 시절
   복고를 논하면서 ‘응답하라 시리즈’는 빼먹을 수 없는 얘기다. 서태지 신드롬과 농구선수가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자랑하던 시절의 <응답하라 1994>부터 H.O.T를 시작으로 생겨난 아이돌 대형 팬덤 시초 시절의 <응답하라 1997>까지. 응답하라 시리즈는 90년대를 생생하게 재현해내며 복고 신드롬에 가장 큰 영향을 끼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드라마가 방영된 당시 등장한 소품부터 시작해 출연진들의 극중 착용 옷, 신발, 가방 등은 인기 검색어에 오르내릴 정도로 큰 관심을 끌었다. 뿐만 아니라 드라마 OST로 사용된 90년대 리메이크 노래들과 그 원곡까지 인터넷 음원 차트를 점령하며 그야말로 복고 신드롬을 체감하게 했다. 90년대 문화를 직접 소비하며 자란 30, 40대 뿐 아니라 인터넷 세대인 10, 20대까지 사로잡은 복고의 매력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복고는 겪어본 이들의 과거를 회상하고 추억하는 보편적인 정서를 자극해 향수를 불러일으킴과 동시에 겪어보지 못한 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매력이 있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특히 90년대는 아날로그와 디지털이 공존한 우리나라 대중문화의 황금기였기 때문에 그만큼 추억할 거리와 다시 주목받을만한 가치를 가진 문화 콘텐츠가 넘치는 시절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먼 훗날 응답하라 2000년대 시리즈가 나온다면 어떤 것들이 그 안에 담기게 될까. 밀레니엄 시대 개막 후 우리나라에는 90년대 못지않게 많은 일들이 있었다. 우선 2002년 한일 월드컵때는 온 나라를 붉은 물결로 뒤덮으며 4강에 진출하는 기염을 토했고 2010년 벤쿠버 동계올림픽에서는 김연아 선수가 세계신기록을 세우며 우리나라 사상 최초로 피겨스케이팅 금메달을 획득했다. 2003년부터 우리나라는 영화 실미도를 시작으로 천만 관객 시대가 열렸다. 대중음악에선 2007년 원더걸스의 ‘Tell Me’라는 노래가 큰 인기를 얻었다. 또 2012년 발매 이후 매년 봄마다 흘러나오는 봄 캐롤이라는 별명까지 얻은 버스커 버스커의 ‘벚꽃엔딩’ 그리고 한국 노래 최초로 빌보드 차트 2위까지 오른 싸이의 강남스타일 등이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밖에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발달로 버디버디, 세이클럽, 싸이월드, 페이스북 등 개인홈페이지와 메신저가 크게 유행했다. 이외에도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각종 유행과 수많은 일들이 있었으며 지금도 그것들은 진행 중이다. 

복고는 사라지지 않는다
   반드시 유행을 하거나 한 시대를 풍미한 특별한 무언가가 있어야만 복고로서 인정받는 것은 아니다. 복고는 단어 자체에 과거로 돌아간다는 뜻을 가지고 있는 말이다. 즉, 추억할 수 있는 과거만 있다면 어떠한 것도 복고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복고를 통해 즐겁고 따뜻했던 어린 시절에 대한 향수 속에서 현재의 어려운 현실을 위로 받는다. 현대사회는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너무도 빨리 변하는 디지털 시대다. 하루하루를 바쁘게 살아가는 우리에게 종종 너무 빠른 속도는 지나치는 과거들에 대한 기억을 잊지 않고 천천히 추억해보길 원한다. 복고가 절대 반짝하고 지나가는 유행이 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나 복고가 문화의 한 장르로 완전히 자리 잡기 위해서는 그동안 그래왔던 것처럼 단순한 추억 팔이 형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복고라는 한 문화 장르의 미래를 밝게 하기 위해선 신세대에겐 새롭고 이전 세대에겐 친근한 새로운 창구가 돼야하고, 다른 문화 장르와의 조화를 이뤄 발전해가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유정현 기자 yjh13@c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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