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대학의 현실, 침묵의 강의실

▲사진 출처. http://kesn.co.kr/z11/7589

   대학 강의실을 떠올려보자. 어떤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지는가? 자유롭게 토론하는 모습, 교수님에게 질문을 하고 피드백을 받는 모습? 우리나라 대학교에 이런 강의실 풍경은 보기 드물다. 우리나라 대학의 강의실에는 대부분 교수의 목소리 외에는 정적만 흐를 뿐이다. 그렇다면 현재 우리 대학의 강의실 풍경은 어떤지 알아보기 위해 약100명의 학우가 수강하는 교양수업을 기자가 직접 들어봤다.

“강의 중 침묵 당연하다”

   지난 19일 기자는 수업을 듣고 있었다. 강의실에는 덩그러니 교수님의 소리만 울려퍼지고 있었다. 교수의 말과 ppt를 받아적기에 바쁜 학우들. 고등학교 교실과 별반 다를 게 없는 풍경이었다. 간혹 교수가 질문을 던져도 학우들의 반응은 묵묵부답이었다. 몇 번의 질문을 재촉한 끝에야 몇몇 학우들만이 대답을 할 뿐이었다. 
   침묵의 강의실 속에 기자는 용기내 질문을 해보기로 결심했다. 교수님이 잠깐 말을 끊은 시점을 틈타 손을 들었다. “교수님, 질문 있어요” 기자의 이 한마디 말에 강의실의 침묵은 깨졌고 동시에 많은 학우들의 시선은 집중됐다. 수업시간에 질문하는 것이 이렇게 모든 학우의 주목을 받을 일인지 새삼느끼게 됐다. 기자가 말을 이어나가는 동안 다수의 학우들은 다시 시선을 돌렸다. 
   학우들의 반응을 더 알아보기 위해 기자는 잠시 후 또 다른 질문을 교수님께 던졌다. 교수님은 기자의 얼굴을 쳐다보시더니 조금 전과 마찬가지로 성심성의껏 대답해 주셨다. 이번에도 기자에게 몇몇 학우들의 시선이 잠깐 집중됐다. 반면 기자의 질문에도 무과심한 학우들이 눈에 들어왔다.
   수업을 마친 후 기자는 강의실를 나가려는 학우들을 붙잡고 방금전 상황에 대한 느낌을 물었다. A학우는 “수업시간에 질문을 하는 것이 당연한 일인데 괜히 어색하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또 다른 B학우는 “수업의 흐름을 깨는 것 같아 불편하게 느꼈다”고 말했다. 인터뷰를 마치고 강의실을 나가는 기자에게 한 학우가 눈에 들어왔다. 그 학우는 교수님께 책을 갖고 가 질문을 하고 있었다. 수업 중에 궁금한 것이 생겼을 텐데 수업이 끝나서야 질문을 하고 있었다.
   질문을 던졌을 때 어색하게 느끼는 학우들 혹은 관심조차 없는 학우들. 수업 중 궁금한 것이 있는데도 수업이 끝나고 나서야 질문하는 학우들. 이것이 현재 우리 학교 강의실의 모습이다.

초·중·고 강의식 교육의 산물?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하게 된 것일까? 대한민국의 보통 대학생들이라면 초·중·고등학교 기간동안 일방적인 강의식 수업을 받아왔다. 그러니 대학에 와서도 지난 12년간 해오던 강의식 수업에 익숙할대로 익숙해진 것이다. 이에 일반적으로 듣기만 하던 입장에서 질문을 하는 모습이란 상상하기 어렵다. 또한 이런 대학강의실의 모습에 대학 사회는 이미 당연시 여기고 있는 오래다. 
   실제 우리나라 대학에 비해 외국 대학에서는 수업분위기가 자유롭다. 지난호 기획면에 연재했던 고병수 학우의 캐나다 교환수기를 보면 외국대학에서 수업시간에 질문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교수는 학생들에게 많은 질문을 하고 학생들은 아무 거리낌 없이 손들고 대답을 하며 수업 중간에 자유로운 질문 분위기를 형성하고 학생과 교수 사이에 논쟁이 일어나기도 한다.

   강의 중 교수님가 질문을 던져도 아무 말 하지 않는 우리나라 대학생들. 여전히 강의식 수업에 익숙해져 수업 내용을 받아적기만 하는 머리 숙여져 있는 뒷모습. 그리고 발표수업을 기피하고 조별과제를 원하지 않는 모습까지. 이 모든 모습이 지난 수 십년간 이어져온 우리나라 대학 수업의 실태다.

 

오주형 기자 jhoh24@c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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