❸ 너무 답답해서 사랑하는 만큼 원망스런 <로맨스가 필요해 2012>의 윤석현

 
   부모님 때부터 절친한 사이여서 어릴 때부터 볼꼴, 못 볼꼴 모두 보고 자란 남녀가 연인으로 발전해 행복해지는 로맨스는 사랑이야기의 단골소재다. 하지만 막상 주변을 둘러보면 찾아보기 힘들다. 그런데 현실적이지 못한 이상적인 로맨스를 이용해 설렘뿐만이 아닌 엄청난 공감까지 이끌어낸 드라마가 있다. 바로 <로맨스가 필요해 2012>다. 특히 이 드라마의 남자주인공 윤석현은 여자주인공 주열매를 들었다 놨다 하면서 수많은 여성들을 설레게도, 분노하게도 만들었다.
   <로맨스가 필요해 2012>의 석현과 열매는 까마득한 어린 시절부터 함께 자랐다. 그리고 무려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사귀고 헤어지고를 반복한다. 오랜 시간 석현을 사랑했고 그와 늘 함께인 것이 당연하다고 여겼던 열매는 석현과 결혼하고 싶어한다. 그러난 석현은 결혼도 하고 자식도 낳고 영원히 함께하고자 하는 열매의 마음을 외면한다. 엄마가 돌아가신 후 늘 가족이 필요해 외로웠던 열매를 누구보다 잘 알고 또 사랑하지만 결혼을 함으로써 자신과 맺어지고 싶어하는 열매에게 이별을 고한다.
   석현과의 확신 없는 연애에 지친 열매는 다른 남자와 새로운 사랑을 시작한다. 더 이상 연인은 아니지만 석현과 열매는 두 집이지만 한 집처럼 붙어있는 구조인 땅콩집에 살며 서로의 생활 속에 항상 들어있다. 석현은 열매의 새로운 사랑이 신경 쓰이고 질투나지만 끝까지 매달린 열매를 외면한 것은 자신이기 때문에 아무런 티도 내지 못한다. 오히려 열매의 데이트에 직접 차로 데려다주기도 하고 바비큐를 구워준다고 집에 초대하기도 한다. 현실적으로 얼마나 말도 안되는 일인가, 전 여자친구와 새로운 남자친구의 사랑을 응원하는 구 남자친구라니. 사실은 엄청나게 신경 쓰이지만 애써 그 마음을 외면하고 누르려고 하는 석현은 보는 이로 하여금 숨 막히는 답답함을 자아낸다.
   티는 못 내지만 속으로는 까맣게 타들어가는 석현의 심정과는 상관없이 열매의 새로운 사랑은 순조롭게 흘러간다. 늘 사랑받는다는 느낌을 받고 믿음직하고 든든한 사랑에 열매는 석현과의 연애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안온함을 느낀다. 열매의 새로운 사랑에 쿨한 척했지만 막상 열매가 자신의 곁을 완전히 떠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초조해진 석현은 무작정 열매를 붙잡는다. 확신 없는 자신의 사랑에 늘 불안해하던 열매가 안정된 사랑에 행복해 하는데도 갑자기 마음을 바꿔 막무가내로 열매를 붙잡는 석현은 답답함을 넘어 찌질하고 이기적이기까지 하다. 사랑에 대한 확신을 바라는 마음을 뻔히 알면서 확신도 주지 못하고 다른 남자에게 보내지도 못하는 모습을 ‘찌질하고 이기적’이라는 말이 아니면 달리 어떤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사실 석현이 열매와 결혼하지 않으려고 하던 이유는 아버지부터 대대로 내려오는 유전병 때문이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열매는 고민 끝에 석현에게 돌아온다. 석현은 다시 돌아온 열매가 고맙지만 자신의 곁에서 아직 새로 만났던 사람을 잊지 못한 열매의 모습에 다시 열매를 밀어낸다. 자기가 먼저 잡아놓고선 돌아와 주니까 다시 가라고 등 떠미는 것이 사랑이라고 하기엔 너무 잔인하다. 그렇게 석현은 자신만의 사랑방식으로 마음을 열고 돌아온 열매에게 또다시 상처를 준다. 그러나 석현을 너무도 사랑하는 열매는 끝까지 석현에게 먼저 손을 내민다. 열매가 늘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고 먼저 다가가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기에 망정이지 안 그랬다면 이미 석현은 끝까지 ‘찌질한 답답이’로 남았을 것이다.

 

유정현 기자 yjh13@cnu.ac.kr

 

저작권자 © 충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