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학교 공시족을 따라가다
학벌 사회와 취업난,
고용 불안정 속에서 공시족 급속 증가

1등 배우자감, 1등 장래희망
이들의 교집합은 ‘공무원’

고졸 공시족, 학업과 시험 준비 병행
대학생도 예외는 아니다

2014년 공무원 정원 100만 시대,
우리 학교 공시족의 모습은?


   공무원 권하는 사회
   사실 대학가의 공무원 열풍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학연과 지연이 판치는 사회, 심각한 취업난, 구조조정 위험 부담으로 인해 우리 사회는 점차 안정성이 높은 직업을 선호하고 있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우리학교 사회과학대학 A 학우(남·23)는 공무원이 되려는 이유에 대해 “여러 가지가 있지만 무엇보다 가장 큰 이유는 공직만의 장점 때문”이라며 “공직은 업무상 사기업에 비해 실적에 크게 얽매이지 않는다. 보통 사기업은 여러 가지 채용 단계가 있는데 적성 시험도 봐야 하고 학벌과 스펙도 중요하다. 반면 공직은 그런 것들에 얽매이지 않는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실제 공무원 직종은 타 직종에 비해 ‘월급은 적지만 채용 시 학벌을 배제하고 잘릴 위험이 없다’는 이유로 선호도가 높다. 취업정보 전문 업체 잡코리아에 의하면 9급 공무원 봉급과 수당을 합친 기준 초봉이 연 1956만원이다. 대기업 평균 3695만원, 중소기업 2331만원과 비교했을 때 확연히 적은 액수지만 해가 갈수록 공무원 시험 경쟁률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이에 관해 한국사회문제연구원 현택수 원장은 YTN 라디오 방송에서 “공무원 시험을 보는 젊은이들이 많아지는 것은 취업난 때문이다. 웬만한 대학, 심지어는 유명한 대학을 나와서도 취업하기 힘든 상황과 비정규직이 증가하고 있는 힘든 경제난 속에서 안정된 직장을 원하는 젊은이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정책도 대학가의 공무원 열풍에 한몫 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민생복지를 슬로건으로 공무원 2만 명을 신규 채용하면서 올해 공무원 정원이 100만 명을 돌파했다. 앞으로도 공무원 정원이 증가하며 공시족들은 점점 더 늘어날 추세다. 9급 공무원 응시자 수를 기준으로 보면 2009년에는 13만 7639명, 2013년에는 20만 4698명으로 7만 명이 넘게 늘었다. 또한 2009년 경쟁률 59.3:1에서 2013년 경쟁률은 74.8:1 로 늘어나 공시족들이 점차 증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B 학우(21)는 “이번에 경찰직 채용이 대폭 늘어나다 보니 학원 측에서는 상담하러 오는 사람 거의 모두에게 경찰공무원 시험을 권유한다”며 “정부가 채용 인원을 늘리는 만큼 사람들이 더 많이 몰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1. 휴학 중인 공익 근무요원, 시간 쪼개 공무원 시험 준비
   공익 근무요원으로 근무하며 혼자서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인 A 학우는 근무 후 저녁 9시부터 10시까지 공부를 한다.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주말을 이용하거나 가끔씩 늦은 시간까지 근무지에 남아 공부를 하기도 한다. A 학우는 “인강이 돈이 많이 드는 편이라 지금 봉급으로는 힘들어서 나중에 아르바이트를 해 돈이 모이면 학원에 갈 계획” 이라고 말했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면서 힘든 점에 대해 A 학우는 “육체적인 면은 거의 없다. 9급 시험은 5과목만 준비하면 되고 수능보다 조금 더 어려운 수준이기 때문이다. 다만 정신적으로 힘든 점은 수능은 등급을 나눠 대학을 가는 것인데 반해 공무원 시험은 1점만 부족해도 불합격이 될 수도 있다는 것” 이라고 말했다. 모든 취업 준비생이 이런 불안감을 가지고 있겠지만 서른 살이 넘어서까지 공무원 시험을 준비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A학우의 큰 고민거리다.

   #2. 학업과 공무원 시험 준비 병행하기
   어렸을 때부터 경찰 공무원이 꿈이었던 B 학우는 겨울 방학 때부터 학원에 다니며 공무원 시험을 준비했다. 새 학기에는 학업과 학원 수업을 병행할 계획이다. B 학우는 “대학교 졸업 후에 바로 취업을 하기 위해 공무원 시험을 일찍 준비하려 한다. 대학교 1년 생활 동안 공강시간을 잘 활용하면 충분히 시험을 준비할 수 있다고 느꼈다. 취업이 쉽지 않기 때문에 미리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어려운 점을 묻자 그는 “오래 전부터 경찰공무원이 꿈이어서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있기 때문에 학업 면에서는 힘든 점이 없다. 하지만 장시간 앉아 있다 보니 소화도 잘 안 되고 허리도 아프다. 고등학교 때와는 달리 같이 여유를 나눌 친구가 없어 정신적으로 힘들기도 하다”고 말했다.

   #3. 취업난이 탄생시킨 ‘고졸 공시족’
   이제 공시족은 대학교 4학년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대학교 1, 2학년 때부터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것은 물론 고졸 공시족들도 눈에 띄게 늘었다. 어려운 취업난 속에서 대학 졸업장보다는 고교 졸업장만 갖고 시험에 응시해 평생 취업을 보장받을 수 있는 공무원 시험에 투자하겠다는 것이다. 고졸 공시족이 되려다 우리 학교에 입학한 C(여·21) 학우는 “원하는 대학에 가지 못할 바에 빨리 취업을 해서 부모님을 도와드리는 것이 좋을 것이라 생각했다”며 “학교 추가 모집이 있기 전 한 달 동안 공무원 학원에 다녔다. 공무원이 좋은 직업이라는 어른들 말씀도 있고 시험에 수능 과목도 있으니 가능성도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고 말했다.
   예비 대학생의 신분으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경우도 있다. 올해 우리 학교에 입학하는 신입생 D 양은 공무원 학원에 다니고 있다. D양은 “공무원이 되는 것이 목표라기보다는 특별히 꿈이 없으니까 공무원을 선택한 것이 사실”이라며 “요즘 취업난도 심하고 공무원이 다른 직장에 비해 안정적이기도 해서 공무원이 되기로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공무원이 되면 무슨 일을 하는지 아느냐고 물었을 때 D 양은 “아직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작년부터 9급 공채에 선택과목제가 도입되면서 C 학우와 D 양 같은 사례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안전행정부는 고졸 출신의 공직 진출을 장려하기 위해 기존 과목인 행정법과 행정학개론에 고교 이수 과목인 수학, 과학, 사회 과목을 추가해 다섯 과목 중 두 과목을 선택하여 시험을 보도록 했다. D 양은 “아직은 부족한 과목도 있고 무작정 학원을 다니다 보니 정보도 없고 힘들지만 고등학교 때 배웠던 과목이라 기억에도 많이 남아있고 학교 교육과정과도 비슷하다보니 도움은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A 학우는 “실제로 일을 하게 된다면 수학이나 과학 같은 과목이 실무에 도움이 될까 하는 의문이 든다 ”고 말했다.
   이러한 세태를 반영해 일부 공무원학원에서는 수능이 끝난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반을 개설하기도 한다. 대전의 한 공무원학원 관계자는 “요즈음 빠른 학생들은 고2 때부터 공무원 시험을 준비한다. 공무원 시험 과목이 고교 교육과정과 겹쳐 시험을 보는 데에 큰 무리는 없다”고 말했다.

   공무원 학원은 공시족의 적?
   학원의 상업적 요소도 공시족들을 힘들게 한다. B 학우는 “공무원 학원에서 돈을 벌기 위해 학생들을 단순히 돈벌이 수단으로만 보는 면도 없지 않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학원에서 2개월 강의를 개설하고 그 기간 동안 시험과목 진도를 모두 마치려 한다는 것이다. B 학우는 “공무원 수험서 한 권을 6시간씩 수업해 9~10번 만에 끝내려고 하다 보니 무리가 있다. 진도를 무척 빨리 나가고 하루에 6시간을 수업해도 모자란다”며 “기간 안에 진도를 다 끝내지 못하게 되면 강의를 또 들어야 하고 진도 따라가랴, 수강료 따지랴 학생 입장에서는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수강생의 선택권에도 불합리한 점이 있다. B 학우는 “내가 듣고 싶은 과목만 선택해서 듣고 싶은데 강의를 묶어 팔아 강제로 듣게 되는 과목도 있다”며 “학교는 학생에 맞춰 학생 본인이 원하는 것을 찾아주고 그 방향으로 이끌어 주는 반면 학원은 학원의 명성만을 바라보고 합격률을 높이는데 급급한 면이 있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공무원 합격해도 학업은 끝까지 마칠 생각
   그렇다면 공시족들에게 학업은 어떤 의미일까. 재학 중 공무원 시험에 합격한다면 학업을 계속 할 것이냐는 질문에 인터뷰에 응한 모든 사람들이 그렇다고 답했다. A 학우는 “학업보다는 직장이 우선이 될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나라는 어쩔 수 없이 학사 자격이 있어야 한다”며 “공무원이 된 다음이라도 최대한 알아봐서 병행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B 학우는 “원칙적으로 학력을 보지 않는다고 하는데 승진시험 볼 때도 학력을 보는 것이 사실이고 시험이 평가제라서 대학 졸업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학연, 지연, 혈연도 많이 작용한다고 본다. 또한 나만의 특별한 재능이 없는 그런 공무원이 아니라 나만이 할 수 있는 무언가를 갖고 싶기 때문에 학업도 병행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C학우 또한 “처음에는 학교에 안 다녔을 것 같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대학 졸업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야간이라도 학교에 다녔을 것”이라고 말했다. D 양은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면 학업을 마치고 복직할 수 있다고 들었다. 졸업장이 있어야 취업이 제대로 될 것이라 생각해서 학교를 끝까지 마칠 생각”이라고 말했다.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더라도 대학은 끝까지 다녀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공통된 생각이다.

   앞으로 공시족의 숫자는 점점 더 늘어나고 공시족에 입문하는 연령대는 점점 더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명확한 꿈이 있고 의지가 있다면 ‘공시족 증가 현상’이 씁쓸한 일은 아니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심각한 문제다. 공시족 모두에게 해당되지 않겠지만 취업난 속에서 학력이나 학벌 차별, 스펙 없이도 비교적 공정하게 능력을 인정받을 수 있는 유일한 직업이 공무원이기 때문에 공시족이 점점 증가하는 것은 아닐까.
   공시족이 35만 명에 육박하는 오늘날, 우리 사회는 ‘공무원 권하는 사회’가 되어가고 있다.


최유림 기자
hahayoorim@c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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