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다른 전략을 내걸고 반격을 시도하다

 
   인터넷이 없던 시절 우리는 만화 대여점이나 만화방에 가서 만화책을 보곤 했다. 하지만 인터넷 보급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애니메이션과 웹툰이 만화를 대신하게 됐고 만화방을 찾는 발길은 차츰 끊기고 말았다.
   그러나 최근 이런 상황 속에서 역전을 꿈꾸는 만화방의 반격이 시작됐다. 만화방 문화를 잃지 않기 위한 만화방의 노력과 여성 고객과 젊은 세대를 공략하기 위한 만화방의 탈바꿈을 살펴보자.

   추억을 쫓는 사람들의 안식처
   중앙로역 1번 출구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청춘만화방’은 대전에서 가장 오래된 만화방 중 하나다. 오랜 역사를 가진 만화방인 만큼 복도에서부터 예사롭지 않은 분위기가 풍긴다.
   2층에 위치한 청춘만화방은 현관에 들어서기까지 스무 계단 정도를 걸어올라 가야만 한다. 계단을 오르면 벽에 붙어있는 수많은 만화 포스터들을 볼 수 있는데 낯선 그림체와 생소한 이름이 적혀있는 오래된 것들뿐이다.
입구에 들어서자 그리 넓지 않은 공간에 책들이 빽빽이 꽂혀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책들이 어찌나 많은지. 책꽂이에 마저 다 꽂아 넣지 못해 바닥에 차곡차곡 쌓아놓은 책부터 시작해 조그만 틈새로 꾸역꾸역 쑤셔 놓은 책들도 볼 수 있었다.
   가구나 형광등 역시 새 것을 쓰지 않고 과거에 사용했던 것들을 계속해 쓰고 있었다. 흠집 많은 책상에 낙서 가득한 벽지 그리고 테이프가 덕지덕지 붙어 있는 옛날 형광등도 옛 모습 그대로다.
   정돈돼 있지 않은 책꽂이, 누렇게 변한 책들 그리고 오래된 물건들로 가득한 청춘만화방은 복고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그런 옛 분위기를 다시 한 번 느끼고 싶어서였을까. 청춘만화방에는 마침 중년의 남성 셋이 있었다. 두 사람은 차를 마시며 조용히 대화를 나눴고, 다른 한 사람은 자신의 책을 가득히 쌓아놓고 하나하나 읽고 있었다.
   그들의 표정에서 공통적으로 편안함이 묻어났다. 마치 집에 있는 것 마냥 편안한 표정이었다. 하지만 함께 차를 마시던 두 분의 대화 속에서 이렇게 추억이 가득한 만화방이 하나둘씩 문을 닫고 있어 안타깝다는 소리를 어깨 너머로 들을 수 있었다.
   청춘만화방, 이름 그대로 청춘과 추억이 가득한 만화방이다. 새로운 것보다 옛것을 간직하고 지키려는 만화방 주인 덕분에 그곳을 찾는 사람들은 짧게나마 추억에 젖어 편안하고 애틋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만화방의 낡은 허물을 벗다
   청춘만화방과는 반대로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새 단장을 마치고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 위해 노력하는 곳도 있다. 바로 ‘COMEX만화카페’다. 이곳도 청춘만화방과 마찬가지로 중앙로역 1번 출구에서 5분 정도만 걸으면 찾을 수 있다.
   COMEX는 가구부터 실내 인테리어까지 모든 것이 새로운 느낌을 준다. 특히 여성 고객층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항상 청결에 유의하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작가별, 시기별, 장르별로 나눠 놓아 책을 찾는 것이 수월하도록 해 놓았다.
   또한 밝은 실내를 유지할 수 있도록 큰 창문을 사용하고 있었다. 큰 창문을 통해 들어온 빛이 고객들이 읽고 있는 책에 비춰질 수 있도록 책상 앞에 창문을 설치해놓은 것도 인상적이었다. 또 일반 형광등이 아닌 LED형광등을 사용해 눈이 부시지 않도록 고객을 배려하고 있었다.
   의자는 1인용 소파와 2인용 소파로 구분해 놓았는데 만화방을 데이트 장소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 곳을 찾아갔던 당시에도 여성 고객과 젊은 층이 많이 찾고 있었다.
   COMEX의 책들은 찢어져 있거나 낙서돼있는 책을 거의 볼 수 없었을 정도로 상태가 양호했다. 책들의 상태뿐만 아니라 웹툰 만화를 볼 수 있도록 컴퓨터를 설치한 공간도 따로 마련했다는 것이 흥미롭다.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것과 전체적으로 깔끔한 정리 정돈 그리고 화사한 내부 인테리어 때문에 만화방보다는 작은 도서관에 온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만화방과 함께 카페의 성격을 띠는 만큼 한쪽에서는 과자와 빵 같은 간식, 커피와 차 등의 음료도 팔고 있다. 책을 보며 입이 심심하지 않도록 군것질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필자는 그 곳에 있는 모든 것들에서 고객을 위한 배려를 느낄 수 있었다. 사소한 것 하나하나까지 새로 고치고 손님이 만족할 수 있는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이런 만화방의 새로운 도전은 좋은 성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조심스레 생각해봤다.
   계속해서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풍조는 만화방뿐만 아니라 다른 것들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이런 사회의 흐름 때문에 찾아오는 위기 속에 만화방들은 나름대로 대비책을 내놓고 있는 것이다.
   추억과 과거를 간직한 채 사람들에게 편안함을 주고자 하는 청춘만화방, 전통적인 만화방의 틀을 깨고 새로운 모습으로 사람들에게 다가가고자 하는 COMEX만화카페, 서로 다른 모습으로 다시 한 번 만화방의 황금기를 꿈꾸는 두 곳의 재도약을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최병인 기자
bright9400@c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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