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곳 잃은 너, 어디가니?

 

   지금의 우리는 갈 곳 잃은 한 마리의 양이다. 머리를 두리번거리며 어느 길로 가야 할지 고민하지만 우리의 발걸음은 제자리에 머물러 있을 뿐이다. 아는가? 당신의 모습이 그동안 한 마리의 갈 곳 잃은, 엄밀히 말하면 ‘갈 곳 없는’ 양이었다는 것을. 계속해서 우리는 스스로에게 ‘가야 할 길을 찾았는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가?’라는 끊임없는 질문을 던진다. 그러나 그 질문에 답변조차 하기가 어렵다. 왜냐, 질문에 대한 답변을 고민조차 해 본적이 없기 때문이다.
   세상은 급변하게 변하고 있다. 20대의 청년은 이런 세상에서 한시라도 바삐 자신의 꿈을 찾아 앞으로 나아갈 길을 찾아야 한다. 그러나 현재 필자의 주변을 둘러보면 하루 24시간을 황금처럼 쪼개 써가며 자신의 갈 길을 바삐 가려 발버둥치는 대학생이 극히 드물다. 이 고질적인 진로에 대한 인생고민에 대해 경제학과 안기돈 교수의 폐부를 찌르는 이야기를 들어봤다.
   우리는 도대체 왜 진로에 대한 이야기만 나오면 묵묵부답이 되는 것일까. 마치 묵언수행을 하는 것처럼 한결같이 결론을 내릴 시도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안 교수는 “학생들에게 무엇을 하고 싶냐, 앞으로의 꿈이 무엇이냐 묻지만 이에 속 시원히 대답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이는 자신에 대한 진로 고민을 너무 막연하게 생각하는 수준에서 그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대부분 한 번쯤은 대학을 졸업해 어느 직장에 가서 무슨 일을 해야겠다는  그림은 그려봤을 것이다. 그러나 단지 그뿐이다. 그 이상으로 좀 더 자신의 인생에 깊이 들어가 ‘진지한 탐구’를 해본 적은 없을 터. 안 교수는 학생들은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전한다. 하지만 학교에서는 학생들을 위해 진로탐색을 위한 많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그렇다면 학교에서 만든 프로그램에 많은 학생들이 참여하고 있을까? 그것도 아니다. 학생들은 다양하고 유익한 프로그램을 만들어도 관심조차 없다”고 말했다. 얼마나 모순된 행동인가. 갈 길을 모르겠다고, 도움이 필요하다고 그래서 도움을 주려하나 도움을 받지 않겠다는 태도와 같다.
   안 교수는 “이런 현상에 대해 많은 고민과 연구를 해왔다. 이를 결론 내릴 수 있는 답변은 단 하나다. 어렵고 귀찮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어렵고 귀찮은 일을 마주하게 되면 시작하기도 전에 이를 회피하려 한다”고 말했다. 20대 대학생에게 현실이 무서운 것은 다들 마찬가지다. 그러나 이런 현실을 대하는 우리 자세는 지극히 수동적이고 방어적이다. 대학에 들어오기 직전까지도 부모님이 지극정성으로 보살펴주어 인생의 제대로 된 풍파를 겪지 못한 채 스무 살의 대학생이 됐을 것이다. 그렇게 스무 살의 대학생에게 그동안에 누리지 못했던 엄청난 자율권이 쥐어줬다. 이런 자율권을 그렇다면 올바르게 썼는가? 좀 더 쉬운 것, 좀 더 편한 것만을 찾아 헤맸을지 모른다. 실례로 교양 강의를 대하는 우리학교 학생들의 전반적인 태도를 봐도 설명이 될지 모르겠다. 안 교수는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쉬운 방법으로는 절대 자신의 미래를 찾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20년 동안 부모님 덕에 편안하게 살아왔을 지라도 이제는 자신이 주체적으로 깨우치며 인생을 찾기 위해 고민하고 노력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디서부터 출발해야 할까. 안 교수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부터 찾아야 한다며 소리 높여 강조한다. 그는 “무엇이든지 시작이 가장 어렵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쉽게 찾을 수 있을 것 같지만 쉽게 그 답을 찾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아 자기분석을 하고, 그 후 그 중 자신이 잘하는 것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 모든 단계가 끝났을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경쟁력이다.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그런 일이 아닌 나만이 할 수 있는 그런 일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안 교수는 “자신만의 경쟁력 있는 일을 찾았을 때는 이를 입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에 가장 중요한 것이 현장답사”라고 말했다. 실제로 하고자 하는 일에 종사하는 선배, 혹은 주변 지인들을 통해서라도 종사자를 만나 그들에게 묻는 것이다. 내가 과연 이 일에 적합한 사람인지, 이런 성격을 가진 자가 과연 이 직종을 잘 할 수 있는지 등, 세세하게 물어보고 맞춰가며 자신이 그린 그림과 답지의 정답이 일치한지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안 교수는 “사실 이 세 단계는 매우 간단하다. 그러나 대다수는 애초에 하려는 마음조차 없다”며 그는 “학생들에게 강제성을 띄어서라도 진로를 찾을 수 있게끔 학교에서 그 발판을 마련해 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우리 모두 타성에 젖어 쉬운 길만을 찾아 20년이 훌쩍 넘는 시간을 보내왔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제는 앞으로 살아가야 할 수 많은 날들을 생각해서라도, 우리는 미래의 꿈을 찾는 노력을 지금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오수민 기자 brightid@cnu.ac.kr

저작권자 © 충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