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익 비용 연간 200만원, 취업 컨설팅 비용 100만원···

 

   A양은 요즘 취업비용 때문에 고민이 많다. 평소에 학점관리도 철저히 했건만 막상 ‘취준생(취업 준비생)’이 되니 학점관리만 잘 한다고 되는 게 아닌 것 같다. 주변 사람들은 취업을 위해 취업컨설팅부터 심지어 성형수술까지 아낌없이 돈을 투자한다. 하지만 A양은 거의 한 달에 한 번 꼴로 보는 토익시험비와 시험 성적을 위한 토익학원 비용도 감당하기가 벅차다. 그런데도 남들보다 뒤쳐질까 조바심이 들어 아르바이트 한 돈을 보태 취업컨설팅을 받아볼 생각이다.

   2002년 고용노동부에서 조사한 청년들이 뽑은 ‘5대 스펙’이 있다. 바로 ▲학벌 ▲학점 ▲토익 ▲어학연수 ▲자격증이다. 작년에는 5대 스펙에 ‘봉사, 인턴, 수상경력’ 이 추가된 ‘취업 8대 스펙’이 주요 요소로 조사됐다. 그리고 오늘날에는 ‘경제적 능력’, 즉 취업비용도 ‘9대 스펙’의 반열에 올라서고 있다.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르는 어학시험비용

   본지 1048호(2012.3.12)에서 부담스러운 토익시험비용에 대해 다룬 적이 있다. 1년이 지난 지금 상황도 그 당시와 별반 다르지 않다. 토익시험에 1회 응시하기 위해서는 응시료 42000원을 지불해야 하며, 접수기간에 접수를 하지 못했을 시에는 46200원의 응시료를 내고 시험을 봐야 한다. 뿐만 아니라 취업의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는 토플 시험은 1회 응시 비용이 20만원에 달하고, 토익스피킹 시험은 1회 응시 비용이 77000원, OPIc시험의 1회 응시료는 78100원이다. 이와 같은 값비싼 어학시험비용은 취업준비생들에게 큰 부담을 안겨 주고 있다. 취업준비생 상당수가 조금이라도 더 높은 점수를 얻기 위해 거의 매달 시험을 치는 상황이므로 1년 동안 어학시험 응시료만 약 50~60만원이 든다.
   문제는 어학시험 응시료뿐만이 아니다. 시중에 판매하는 어학시험 책 가격은 약 2만원 정도이고 학원비는 한 달에 대략 13~15만원이다. 한두 번 어학시험을 치르고 책을 사고 학원에 다니다 보면 가랑비에 옷 젖듯이 어학시험비용만 1년에 200만 원 이상이 든다. 그러나 대부분의 기업이 채용 시 어학점수를 자격요건으로 하고 있고, 토익 등을 비롯한 대부분의 어학성적 유효기간은 2년이므로 취업준비생들은 어학시험을 안 볼 수가 없는 상황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준비하는 취업준비생 이모(27)씨는 “졸업 후 1년동안 거의 매달 토익 시험을 치뤘다. 입사 지원 요건은 700점대지만 사실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받아야 합격권에 들 수 있다. 토익 비용이 부담되긴 하지만 원하는 점수가 나올 때까지 시험을 계속 볼 생각이다. 영어실력이 많이 부족해 어학연수도 다녀오고 싶지만 토익비용을 부담하기도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또한 이동민(심리학과·1) 학우는 “토플 시험을 보려고 했지만 비용이 너무 비싸 포기했다. 미래를 위한 투자지만 연습삼아 응시하기에는 20만원이 너무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과도한 토익시험 응시료와 부당한 환불규정에 대하여 청년노조 청년유니온 등 시민단체가 기자회견을 열고 공정거래위원회에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청년유니온 양호경 정책팀장은 “청년 구직자의 권리라는 측면에서 접근하고 있다. 직무에 영어가 필요 없음에도 불구하고 과도하게 이력서에 영어시험이 요구되고 있고, 토익은 한국인 구직자 대부분이 보는 시험인데도 불구하고 응시료가 비싸다. 비용이 과하고 각종 취소규정이나 환불규정 등이 부당하다는 점에서 문제 제기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청년유니온 측은 공정거래위원회에 소송을 제기한 상태고 토익 비용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당사자들을 모아서 부당금반환청구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양 팀장은 “많은 구직자분들이 함께 문제제기를 해야 한다. 지난 몇 년간 토익 비용이 우리나라 물가상승률보다 높아졌고 구직자들이 사회에서 과도한 비용을 지출하고 있는데 이런 현상에 대해서 모두가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 회사에서도 청년 구직자들의 불안감을 통해 단물만 빨아먹으려 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취업 사교육 시장의 호황 도우미, 기업별 직무적성검사

   서류전형과 면접을 통과한 응시자들은 또 다른 복병을 만나게 된다. 바로 직무적성검사다. 최근 삼성, LG, 두산, SK 등 각 기업에서는 입사자의 직무능력과 인성, 적성 등을 평가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직무적성검사를 시행하고 있다. 일명 ‘삼성고시’라고 불리는 삼성직무적성검사(SSAT)가 대표적인 예다. 삼성의 경우 인문계와 이공계 유형을 다르게 하며 기초능력검사 100문항을 통해 언어력, 수리력, 추리력을 평가하고 직무능력검사 75문항을 통해 업무능력, 대인관계능력, 사회생활, 상식능력을 평가한다. 물론 과도한 스펙을 제한하고 업무능력을 위주로 열린 채용을 실시한다는 직무적성검사의 취지는 나쁘지 않다. 그러나 취업경쟁이 과열됨에 따라 직무적성검사는 사교육 시장의 주력 사업이 됐다.
   실제로 SSAT의 경우 현재 사설학원과 인터넷 사이트에서 다양한 SSAT 대비 강의를 실시하고 있고 한 달에 5~25만 원 정도의 수강료가 든다. 시중에 기출문제 등 관련 서적도 50여 종이 출판되고 있으며 가격은 2만 원대를 웃돈다. 취업전문 인터넷 강의 사이트 ‘고시넷’의 관계자는 “한달 과정의 온라인강의와 온라인 모의테스트를 서비스 하고 있으며, 매년 4만 여명의 삼성그룹 지원자가 당사의 온라인강의와 수험서를 통해 SSAT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이인용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사장은 지난달 2일 오전 수요사장단회 브리핑에서 “연간 20만명에 육박하는 지원자가 삼성직무적성검사(SSAT) 시험을 치르는데 너무 과열된 것 같아 걱정스럽다”며 “어떻게 하면 사회적 비용을 줄이고 바람직한 채용 문화를 확립할 수 있을지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어마어마한 취업 컨설팅 비용

   최근 취업난이 악화되면서 취업컨설팅에 대한 관심도도 높아지고 있다. 취업포털 인크루트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방학기간동안 취업컨설팅을 받을 계획을 묻는 질문에 251명 가운데 11.5%가 ‘그렇다’고 답했다. 강사마다 차이가 있지만 주로 입사 지원과 면접 스피치를 관리해주는 일반 컨설팅이 2시간에 20~30만원 내외고, 취업 전략을 상담하거나 취업 일정을 관리해주는 취업 컨설팅 관리 비용은 50만원 내외다. 취업 컨설팅 패키지를 구매하거나 서너 번 컨설팅을 듣게 되면 100만원이 훌쩍 넘어간다. 비싸지만 찾는 사람이 많아 빨리 신청하지 않으면 자리도 없다. 취업준비생들은 남들도 다 하기 때문에 뒤쳐질까 불안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컨설팅 업체를 찾게 된다. 취업준비생 강 모(25) 씨는 “주변에서 취업컨설팅을 받는 데 한 달에 100만원 가까이 들었다고 한다”며 “면접은 혼자 준비해도 된다고 생각했지만 주위에서 자꾸 이런 얘기가 들리면 괜히 불안하다. 스피치 훈련을 받을까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모도 스펙이다?

   취업준비생 우 모(25) 씨는 최근 한 중소기업의 사무직 면접을 봤다가 면접관에게 “살 빼고 다시 오라”는 막말을 들었다. 충격을 받은 우 모양은 살을 빼고 성형 수술 받을 것을 고려하고 있다. 그는 “그 일 이후로 취직시험에서 떨어질 때 마다 내 외모 때문이 아닌가 고민하게 된다”고 말했다. 우 씨와 비슷한 이유로 실제로 면접 때 호감형 인상을 주고 믿음직스러워 보이기 위해 쌍꺼풀 수술 등의 성형 수술을 받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서울시 압구정동의 한 성형외과 병원장은 KBS 아침뉴스 <화제포착>에서 “이미지가 면접에서 상당히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현실인 상황이기 때문에 취업 시즌이 다가오면 성형외과를 찾는 비율이 상당히 많이 올라간다”고 말했다. 케이블채널 온스타일 <겟잇뷰티> 34화에서는 탤런트 손예진과 가수 소녀시대의 유리를 ‘면접 호감형 인상’으로 입사 면접 시 신뢰를 주는 얼굴로 꼽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취업 면접 시에 외면을 가꾸기 위한 속칭 ‘포장’ 비용도 만만치가 않다. 지원서에 반드시 들어가는 증명사진을 찍기 위해 메이크업을 받고 머리를 손질하는 비용이 5만원에서 10만원 사이를 웃돈다. 또한 한 벌에 수 십 만원씩 하는 정장구입비용을 취업준비생이 부담하기엔 만만치 않은 일이다. 실제로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신입구직자 27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91.9%가 “면접복장 구입비가 부담된다”고 답했다.
   이 같은 흐름에 따라 최근에는 면접 정장 대여 전문업체와 비영리 민간단체까지 등장하고 있다. 본지에서도 1069호(2013.8.26)에서 이미 면접 정장 대여 시스템을 소개한 바 있다. 면접 정장을 대여하는 비영리 민간단체 ‘열린옷장’ 김소령 공동대표는 “청년 구직자분들이 면접을 볼 때 아주 잠깐 입는 정장을 구입하려 몇 십만원을 소비하는 것이 불합리하다는 생각이 든다. 정장이 필요할 때 합리적인 금액으로 이용하는 것이 실용적으로 옷을 소비하는 것이라는 생각에 열린옷장을 운영하게 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취업 시즌에 따라 다르지만 하루에 평균 20~30명이 열린옷장을 통해 면접용 정장을 대여하고 있다.

   과도한 취업비용, 그 해결책은?

   올해 공무원시험에 합격한 우리학교 졸업생 이모(24) 동문은 “공무원 시험 다섯 과목 기본서 값도 부담스러웠다. 부모님께 손을 벌릴 수는 없었기에 일하면서 공무원 시험을 준비했다. 대학을 대학등록금 내고 다녀놓고 또 취업을 위해 투자하는 건 마치 고등학교 때 내신은 내신대로 수능은 수능대로 공부한 기분이다”고 말했다. 이런 현상에 대해 청년유니온 양호경 정책팀장은 “좋은 일자리가 적어서 취업비용 문제가 심화된다고 생각한다. 적은 일자리 안에서도 직장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과도한 경쟁과 비용이 투자되고 있는데 직무에 쓰이지 않는 쓸데없는 스펙을 키우는 것은 구직자 당사자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면에서도 낭비다. 좋은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는 기본적인 원칙이 필요하고 기업들은 취업과정에서 직무에 필요 없는 스펙이나 이력 등을 제외하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취업비용 문제가 완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우리학교 취업지원과 취업전략기획팀 황명구 팀장은 “정부나 학교에서 무료로 지원하는 질 좋은 취업지원 프로그램이 많으므로 이를 잘 활용해 자기계발을 할 것을 권고한다”고 말했다.

 올해 대졸자 평균 취업률은 59.3%로 10명 중 4명은 취업 재수를 하는 상황이다. 이는 우리나라 대졸자의 상당수가 이러한 취업비용 문제를 겪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돈 벌기 위해 하는 취업에도 돈이 필요하다니 아이러니하다. 과도한 스펙에 직무 상 꼭 필요한 능력이 가려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구직자들도, 채용자들도 불필요한 것과 정말 필요한 것을 생각해보아야 할 때다.

최유림 기자 hahayoorim@c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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