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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기하지 않는 젊음이 아름다운 그대청각장애 딛고 SK텔레콤 합격한 신기정(전자공학·4)학우를 만나다
오수민 기자 | 승인 2013.11.26 14:53|(1075호)

   
 

    경북 예천에서 나고 자랐다. 유년시절을 보내며 2남 1녀 중 둘째로 부모님의 큰 걱정없이 잘 자랐다. 자연을 벗삼아 작은 시골 마을에서 학창시절을 보내던 그는 초등학교 4학년이 된 해에 청각장애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워낙 낙천적인 성격인지라 구김살 없는 청소년기를 보냈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잘 듣지 못한다는 이유로 따돌림을 받거나 놀림을 받은 적이 없다. 고등학교에 입학하고서도 늘 주위에는 좋은 친구들이 많았다”는 그는 여전히 특유의 밝은 모습으로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이토록 긍정적이고 밝은 사람이 있을 수 있나.’ 신기정 학우를 처음 만나고 느낀 인상이다. 해맑은 웃음에 또박또박 말하는 목소리까지. 한 눈에 보기에는 그에게서 청각장애라는 흔적을 전혀 찾을 수 없었다.
   장애라는 아픔을 당당히 밝히며 자신의 약점을 강점으로 만든 신기정 학우. 그래서일까. 인터뷰 내내 그에게서 나오는 긍정의 에너지가 주변으로 전파되고 있음을 느꼈다. 청각장애 2급이라는 표현이 무색할 만큼 남들과 똑같이 말하고 듣기에 열중하는 그에게 그동안 수많은 노력의 시간들을 들어보았다.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
   ‘합격을 축하합니다.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 경북 예천의 신기정 학우 집으로 배달 온 꽃바구니 리본에 적힌 메시지다. 그때를 떠올리는 신기정 학우의 얼굴에는 완연한 웃음꽃이 떠나지 않았다. 그는 “서울에서부터 합격자들 사이로 집에 꽃배달이 왔다는 소문이 돌았다. 대구에 사는 합격자들한테도 꽃배달이 도착했다는 소식을 듣고 그때부터 연락이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렸다”고 말했다. 서울을 찍고 대구를 거쳐 광주를 돌아서야 드디어 그에게도 전화 벨소리가 울렸다. “여기 꽃집인데요. 꽃배달 때문에 연락드렸어요.” 얼마나 반가운 목소리였을까. 그는 “집으로 전화해 어머니와 통화를 했는데 SK텔레콤에서 꽃배달이 왔다고 하셨다. 어머니께 그게 무슨 꽃인지 아냐고 물으니 모르겠다고 하시더라. 그래서 최종합격한 거라고 말씀드리니 어머니는 ‘그래?’하시며 오히려 무덤덤하셨다(웃음)”고 말했다.
   최종 합격자 발표가 있는 하루 동안 애간장을 태우던 그는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합격을 하고 한참의 시간이 지난 지금 그에게 심경을 묻자, “아직 실감이 나지 않는다. 솔직히 이번에 떨어지면 많이 부족한 거라 생각하고 더 공부해서 시험을 보려 했다. 그런데 막상 이렇게 한 번에 붙으니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한편으로는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갓 23살. 대학생의 티가 아직 남아 있는 예비사회인이다. 남들은 힘들게 돌고 돌아 취업이라는 문턱을 넘는다고 하는데, 그는 그 문턱을 단숨에 넘어버렸다. 심지어 2013년도 하반기 SK텔레콤 최연소 합격자라는 수식어까지 붙었다.

   남보다 한 발짝씩 앞선 적극성
   신기정 학우는 이번 SK텔레콤 채용 직전, 지난 여름 상반기 인턴십과정에 참여한 바 있다. 사실 그가 인턴십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아주 사소했다. 그는 “친한 형이 SK텔레콤 인턴십 설명회가 학교에서 열린다고 하길래 우연한 기회에 같이 참석하게 됐다”고 말했다. 유명 연예인들이 친구 따라, 오빠 따라 우연히 기획사에 들렀다 발탁된 것처럼 그 역시 우연한 기회가 지금의 그를 만들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인턴십과정에 선발되기까지가 순탄한 것만은 아니었다. 장애인전형과정으로 지원한 그는 다행히 회사 측에 사정을 말해 영어말하기 성적은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인적성검사와 실무면접, 인성면접에 이르기까지 무수한 시간을 손에 땀을 쥐며 노력하고 또 노력했다. 그는 “SK텔레콤은 자기소개서를 중요시했기 때문에 이에 심혈을 기울였다. 인적성검사도 오로지 SK텔레콤 한 곳만을 집중적으로 공부하고 연습했다”고 말했다. 그런 노력 덕분에 그는 최종면접의 기회까지 얻게 됐다. 그는 “당시 면접은 자료를 받고 즉석에서 아이디어를 내고 3명의 응시자들과 서로 토론하는 형식이었다. 다른 지원자들에 비해 받은 자료가 3배 이상 돼 적잖이 당황했지만 결과적으로 잘 치뤘다”고 말했다. 면접이 끝난 후 돌아가는 길에 면접장에 함께 있던 안내원분들도 신기정 학우가 속한 조가 다른 조에 비해 활발한 토론을 했다고 전했다. 운이 좋게도 당시 그와 함께한 지원자들 중 2명도 이번 공채에 최종합격을 하게 됐다.
   그는 인턴십에 뽑힌 이후 대전본부의 둔산데이터운용팀에서 일하게 됐다. 그가 맡은 일은 데이터망을 관리 및 감시하고 고치는 작업이었다. 인턴십은 개인과제와 팀 과제로 이뤄졌는데 인턴십 초기만 해도 그는 별다른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그는 “처음에는 일을 할 때 소극적이고 궁금한 게 있어도 지나친 적이 많았다. 그러나 팀장님이나 멘토님이 그런 저를 걱정하시는 걸 알게 된 이후 달라져야만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정상인과 똑같이 일할 수 있다는 것을 어필하기 위해서 스스로 극복하는 방법을 생각했다. 방법을 찾은 후에는 부족한 부분을 채워가며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려고 했다”

“언젠가는 ‘만일 귀가 잘 들린다면’을 생각해봤다. 그런데 막상 귀가 잘 들리면 내가 더 노력을 안 할 수 있겠다 싶었다. 부족한 것을 고칠 필요가 없으니 더 발전할 필요성을 못 느꼈을 것이다”


   그때부터였을까. 그에게 감춰졌던 적극성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문제가 생기면 관계자들에게 메일을 보내고 문자를 하고 때론 직접 찾아가기까지 해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려고 노력했다. 그는 “여기서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런 노력 끝에 결실을 맺듯 그는 상위권의 성적으로 인턴십을 마무리 할 수 있었다. 그는 “정상인과 똑같이 일할 수 있다는 것을 어필하기 위해서 스스로 극복하는 방법을 생각했다. 방법을 찾은 후에는 부족한 부분을 채워가며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순간순간 노력했던 그의 보이지 않는 구슬땀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시작과 끝은 ‘노력’으로부터
   그러나 신기정 학우라고 단 하루 아침에 성실함으로 똘똘 무장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들리지 않던 세상의 소리에 귀 기울이기 위해 애쓰며 장애를 극복하려 했던 청소년기가 있었다. 그는 “초등학교 4학년 무렵 TV를 볼 때 귀가 잘 들리지 않아 가까이에 가 듣곤 했었다. 당시 병원에 가 진찰을 받아보니 선천적인 청력장애라는 진단을 받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고등학생이 되면서 그는 변하기 시작했다. 그는 “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조금씩 욕심이 나기 시작했다. 내가 잘 듣지 못한 내용을 듣고 싶고, 알고 싶었다”고 말했다. 중학생 때까지는 아무 곳에나 앉던 자리도 고등학생이 되면서 맨 앞줄로 옮기기 시작했다. 궁금한 것은 친구들한테 물어보고 들리지 않는 귀를 보이는 입으로 극복하려 애썼다. 이런 그의 노력을 알아주듯 친구들은 수업시간이면 오히려 나서서 그가 잘 들을 수 있도록 도와주곤 했다. 그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잘 듣지 못한다는 이유로 따돌림을 받거나 놀림을 받은 적이 없다. 작은 시골에서 나고 자라 고등학교에 입학하고서도 늘 주위에는 좋은 친구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대학에 들어오면서도 운이 좋은 그답게 역시 좋은 선배, 동기들을 만나게 됐다. 그렇다고 첫 대학생활부터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그는 “처음 진로를 선택할 때 문과적 성향이 강함에도 의사소통이 많이 필요할 것이라 판단해 이과를 택하게 됐다. 그렇게 전자공학과에 입학하게 됐는데 생각보다 만만치 않았다. 특히 2학년 때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전공 공부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어려운 전공 용어로 진행되는 수업을 그가 따라가기란 역부족이었다. 그러나 이런 그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준 곳이 있었다. 바로 우리학교 장애학생지원센터다. 장애학생 도우미 지원사업은 장애학생의 학업과 생활을 돕고 장학금을 지원해주는 제도다. 신기정 학우의 경우 도우미 학생이 강의 노트를 만들어주거나 함께 공부하면서 불편함을 덜어줬다. 그는 “대학교에 들어오면서 ‘손울림’ 수화동아리에 참여했다. 그때 동아리에서 알게 된 누나를 통해 학교의 장애지원센터에 도움을 요청했고, 3학년 때부터는 매학기 학과에서 선배, 동기들이 도우미 역할을 해줬다”고 말했다. 도움을 받으면서 그의 성적도 수직 상승하게 됐다. 그는 “그냥 부탁해도 당연히 들어줬겠지만(웃음) 심적으로 선배나 동기들한테 덜 미안할 수 있고 결과적으로 성적도 좋게 나와 좋은 경험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전공 공부를 하면 할수록 공부에 재미를 느끼게 됐고 전자·회로 분야라는 관심 분야까지 생기게 됐다. 교수님과 상담 끝에 네트워크·통신 분야가 그가 잘 할 수 있는 일이고 환경의 제약도 가장 덜 할 것 같기에 그 길을 택하게 됐다. 그는 “통신 분야의 경우 컴퓨터로 하는 일이 많아 일을 잘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됐다”며 “자신이 관심을 갖고 있고 남들보다 잘 할 수 있다는 판단이 든다면 그 분야로 가는 게 맞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약점이 꼭 약점인 것은 아니다. 신기정 학우는 “언젠가는 ‘만일 귀가 잘 들린다면’을 생각해봤다. 그런데 막상 귀가 잘 들리면 내가 더 노력을 안 할 수 있겠다 싶었다. 부족한 것을 고칠 필요가 없으니 더 발전할 필요성을 못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그는 그의 약점이 그를 성장시킬 수 있었던 원동력이라고 전한다.
    그는 “나는 대단한 사람이 아니다. 하지만 같은 장애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나의 이야기를 듣고 희망을 갖길 바란다.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찾아 나아갔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긍정, 노력, 적극성. 이 세 가지를 모두 아우를 수 있는 신기정 학우. 어떤 상황에서도 다음 장으로 넘어갈 수 있는 힘이 그에겐 언제나 준비돼 있을 것만 같다. 하루를 살아도 아낌없이 살아갈 그이기에 오늘도 신기정 학우의 시간은 빠르게 흘러갈 듯싶다.

글 / 오수민 기자 brightid@cnu.ac.kr
사진 / 양희원 사진부 기자 hwyang@cnu.ac.kr 

오수민 기자  brightid@c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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