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과 위법 사이의 기로에 선 토렌트

 

   A군은 드디어 고된 과제와 시험, 아르바이트를 끝내고 꿈에 그리던 주말을 맞이했다. 여자친구와 약속이 있는 토요일, 깔끔히 멋을 내고 약속장소에 나가려 했으나 급한 일이 생겨 다음에 보자는 여자친구의 연락을 받는다. 잠시 짜증이 났지만 A군은 집에서 영화를 다운받아 보기로 한다. 토렌트를 이용해 다운을 받으며 친구와 메시지를 주고받던 중 친구가 자기도 영화를 보고 싶다고 한다. A군은 자신이 받은 씨앗파일을 친구에게 보내주었다.
   대학교에 입학한 후 꾸준히 토렌트를 이용한 A군의 컴퓨터에는 지금까지 다운받은 드라마, 영화, TV 예능프로그램이 가득하다. 가끔 토렌트 이용에 대한 경찰의 단속 기사를 보고 토렌트의 살벌함을 느끼기도 하지만, 속도도 빠르고 원하는 자료가 넘쳐나는 토렌트의 달콤함에서 벗어날 수 없다. A군은 토렌트의 달콤살벌한 유혹을 뿌리치지 못한 채, 여전히 토렌트를 이용해 원하는 자료를 구하고 있다.


   파일공유의 최종진화, 토렌트

   P2P는 인터넷으로 연결돼 있는 컴퓨터간의 다양한 정보와 자료를 공유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술이다. 시대를 풍미했던 P2P로는 소리바다, 당나귀, 프루나 등이 있으며, 현재 가장 많이 쓰이는 P2P는 토렌트이다. 우리는 흔히 토렌트라고 부르지만 본래는 비트토렌트가 정식 명칙이다. 비트토렌트가 사용하는 파일의 확장자명이 토렌트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천재 소프트웨어 개발자 브램 코헨은 2001년 비트토렌트를 처음 세상에 선보였다. 브램 코헨은 비트토렌트 기술을 폐쇄적이고 독점적인 기술이 아닌 누구든 개선할 수 있는 오픈소스 기술로 발전시켰다. 그 결과 뮤토렌트, 유토렌트 등 다양한 토렌트 클라이언트가 개발됐다.
   토렌트 기술은 파일 전체를 공유하는 기존의 공유방식과 달리 파일을 수 천개의 조각으로 나눠 공유한다. 이러한 구조를 통해 전세계 토렌트 이용자로부터 수많은 무작위 조각들을 얻을 수 있다. 자료를 주는 이와 받는이의 구분없이 자료를 구하는 이들 모두가 서로의 자료 조각을 공유하는 방식인 것이다. 토렌트는 다운로드 받는이의 수와 다운로드 속도가 반비례하는 옛 공유방식의 한계를 넘어 다운로드 받는이의 수와 다운로드 속도가 비례하여 모두에게 이익인 윈윈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바로 이 점이 토렌트의 속도와 자료의 접근성을 기하급수적으로 높여준다.
   토렌트와 기존의 공유방식을 구별하는 가장 큰 특징은 바로 씨앗파일(seed)이라고 부르는 토렌트 확장자 파일이다. 이 토렌트 파일에는 실제 콘텐츠가 존재하지 않지만 콘텐츠의 제목, 파일의 크기 그리고 무작위로 분할된 파일의 원본 모양이 담겨있다. 원하는 자료를 찾아가는 방향을 알려주는 지도이자 다운받은 수천개의 조각들을 다시 하나로 맞출 수 있는 조립 설명서인 셈이다. 다만 토렌트의 조각 공유방식에 아쉬움이 하나있다. 콘텐츠가 처음부터 순서대로 다운로드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다운로드가 완료되기 전까지는 파일의 진위를 확인할 수 없다는 점이다.

   A군이 경찰서의 전화를 받은 이유
 
   빛이 있는곳에 그림자가 존재하듯 토렌트 역시 저작권 침해라는 문제를 피할 수 없다. 요즘 심심치 않게 ‘토렌트 사이트 폐쇄조치 혹은 운영자 입건’에 관한 기사를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많은 토렌트 유저들이 ‘다운만 받으면 처벌대상이 아닐 것이다. 사이트 운영과 공유에 적극적인 이용자만 처벌대상이고 다운로드만 받은 다수의 소극적 이용자는 해당되지 않을 것’이라며 이용자 게시판에서 갑론을박 하고 있다.
   이에 대해 대전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 조재완 분석관은 “토렌트 이용과 저작권 위반에 대한 사법부 판례가 많지 않고, 대부분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이라 확정적인 답변은 어렵다. 하지만 적극적 이용이건 소극적 이용이건 모두 위법행위인건 명백하다”고 말했다. 또 “세상에 일어난 모든 범죄를 인식하고 수사하기 어려운 것처럼 모든 토렌트 범죄들을 인지하고 수사하는데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 그래서 토렌트 사이트 운영자나 배포를 주도하는 적극적 이용자 위주로 단속한다”고 말했다. 조 분석관은 “이는 다수의 소극적 이용자에게 범법행위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울 뿐 아니라 적극적 이용자에 의해서 파생되는 소극적 이용자의 잠재적 범죄까지 차단할 수 있다”며 처벌대상의 범위에 대한 논쟁을 일축했다. 덧붙여 조 분석관은 최근에는 컨텐츠 저작권자들이 법무법인 등의 전문 대리인을 고용해 소극적 이용자까지도 고발하는 추세라며, 일반 사용자 역시 언제라도 위법행위에 대한 처벌을 받을 수 있음을 시사했다.
   그렇다면 ‘토렌트는 기존의 공유방식과 달리 파일을 매우 작은 조각단위로 공유하기 때문에 기존 정보통신법의 규제대상에 속하지 않는다’는 항간의 주장은 타당할까? 이에 대해 조 분석관은 “법의 해석은 본인의 가치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불법공유로 인한 지적재산권의 본질적인 침해는 달라지지 않는다”며 토렌트의 위법성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유해 저작물과 악성코드에 오염 중인 토렌트
 
   토렌트는 음란물 등 유해 저작물의 유통경로로 악용되기도 한다. 2012년 영상물보호위원회가 66개의 토렌트 사이트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총 5만 9666개의 음란물이 유통되었다. 조 분석관은 “토렌트의 특성상 중앙 서버 관리자가 없다. 토렌트 이외의 공유 사이트는 대부분의 음란물, 저작물 등을 관리하고 접근을 차단하는 중앙 관리자가 있다. 그러나 토렌트는 공유되는 자료의 위치와 분할방식 등의 정보만 제공할 뿐 공유자료의 내용에 대한 모니터링 기능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토렌트가 유해 저작물 유통에 취약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말했다. 또한 토렌트는 회원가입의 절차 없이 파일을 공유하기 때문에 수사의 사각지대로 지적된다.
   한편 토렌트를 사용한 학우들은 컴퓨터가 느려지거나 고장나는 경험을 겪은 적이 있을 것이다. 우리학교 정보통신원 관계자는 “토렌트 프로그램 자체는 컴퓨터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그러나 토렌트로 공유되는 다수의 자료에 바이러스와 스파이웨어 등의 악성코드가 숨겨져 있다. 누구나 쉽고 빠르게 자료를 공유하고 공유 받을 수 있는 장점이 역으로 누구나 쉽게 악성코드를 퍼뜨릴 수 있게 한다”며 토렌트 사용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지금으로부터 12년 전 브램 코헨은 세상을 더 편리하게 할 큰 꿈을 가지고 비트토렌트 기술을 세상에 선보였지만 그 꿈은 곧 불법 유해자료와 악성코드를 가진 우리의 이기심으로 훼손됐다. 다행스럽게도 토렌트 기술의 혁신성을 여러 IT 및 게임회사(오페라소프트웨어,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에서 응용하고 발전시켜 기술의 가치를 지켜주고 있다.
   최근 그와 그의 회사가 비트토렌트 싱크라는 새로운 기술을 발표했고, 100만 이용자를 돌파했다. 우리의 사적인 정보와 자료를 제3자인 중앙관리자가 관리하고 제3자에 의해 빅데이터로 이용되는 것에 대한 반발에서 만들어진 기술이다. 토렌트의 사례에서 엿볼 수 있듯이 기술의 가치는 그것을 이용하는 사람에 의해 만들어진다. 이번에는 그 기술의 가치가 지켜질 수 있을지 기대해 본다. 
                        

 

박세윤 기자
tpdbs990@c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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