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 나도 가능한 만원으로 일주일 살기

   단돈 만원. 만원으로 가능한 모든 일을 떠올려보자. ‘일주일이 행복한 만원 레시피’, ‘만원 투자해서 오억 원 만들기’ 등 수많은 일들을 쉬지 않고 써 내려갈 수 있다. 요즘같이 천정부지 모르고 돈을 쓰는 시대에 만원을 알뜰살뜰 아껴 쓸 사람은 과연 몇이나 될까. 지난 7일간 만원으로 살아보기를 결심한 것도 바로 그런 이유에서다. 앞으로 펼쳐질 길고 지난했던 7일간의 만원으로 버티기를 숨김없이 알리려 한다.
 

 
 

   알뜰살뜰한 적립카드
   습관처럼 이용하기


   1일차. 시작은 한걸음부터
   ‘만원을 갖고 일주일을 살 수 있을까.’ 눈앞이 아득해졌다. 시작은 계획 짜기부터. 지난 1072호 「고민타파」에서 임학빈 교수가 알려준 지출 계획이 떠올랐다. ‘모든 소비의 시작은 예산 정립부터’를 외치며 평소 소비습관을 떠올려봤다. 그동안의 소비 형태를 분석해본 결과 엥겔지수는 50%를 육박했다. 할 말을 잃었다. 젊은 청춘이라면 그만큼의 소비량이 있어야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는 씁쓸한 위로 정도로 마음을 달랬다.
   대략적인 예산을 짜본 결과 식사만 해결된다면 7일간의 도전에 큰 무리는 없어 보였다. 본래 기숙사에 살다보니 주중의 아침·저녁은 식당에서 해결하지만 문제는 7일간의 점심 그리고 주말이었다. 주말식단을 기숙사비에서 제외한 것이 이런 때 걸림돌이 될 줄이야.
   1일차 점심은 간단하게 식빵으로 시작했다. 편의점에 들려 자주 먹던 식빵을 집어 들었다. 그런데 빵만 먹으면 서운하기에 바나나까지 집어 들었다. 식빵 한 봉지에 1500원, 바나나 2개에 1200원 무려 2700원. 이때를 대비해 아껴뒀던 보라색 카드를 꺼내 들었다. 편의점 포인트 카드로 적립돼 있던 1100포인트를 써 모두 1600원에 구입했다. 지금까지 포인트를 차곡차곡 모은 보람이 있었다. 점심 식단이 맨 빵에 바나나라, 기가 막힌 조화라고 혀를 내두르겠지만 다 믿는 구석이 있다. 평소 본가에서 반찬 등을 가져오는 탓에 기숙사생이지만 자취생 못지않은 냉장고가 떡하니 있다. 반찬뿐이랴. 딸기잼까지 잊지 않고 공수해왔다. 여기에 기숙사 식당에서 아침에 제공해주는 우유까지 챙기면 남부럽지 않은 한 끼 식사가 완성된다.

   2일차. 답습의 시간
   둘째 날 점심. 기대할 만한 번듯한 식사는 마련돼 있지 않다. 2일차 식단은 오히려 초라했다. 어제 남은 식빵과 딸기잼 그리고 우유. 바나나마저 허용되지 않는다. 바나나는 후일에 쓰일 용도가 따로 있기에 눈물을 머금고 손을 멀리해 본다.

   3일차. 빵만 먹을 수 있으랴 …
   식빵이 남아도 태산처럼 남아 있다. 그러나 식빵만 먹기란 물리는 법. 셋째 날 점심은 컵라면과 밥으로 정했다. 어머니의 정성 담긴 김치도 빼놓지 않고 곁들여 먹었다. 마지막에 즉석밥을 국물에 말아 먹는 것도 잊지 않았다. 지난 MT때 챙겨온 4개의 즉석밥이 요긴하게 쓰일 줄은 예상치 못한 결과다. 라면, 김치, 밥의 삼박자가 어우러진 배부른 한 끼를 먹었다.

   4일차. 번뜩이는 아이디어= 생명줄
   3일간의 연속된 시험이 끝나고 기분전환이 필요했다. 시험이 끝나면 가장 즐겨하는 일은 바로 혼자 영화보기다. 2008년 연말 이벤트 당첨으로 영화를 혼자 본 이후 그때부터 혼자 영화보기의 진가를 알아버렸다. 이른 아침 소소한 즐거움을 찾아 버스를 타고 영화관으로 향했다. 만원으로 사는 중에 무슨 영화냐고 어리둥절하겠지만 이번 역시 모아둔 포인트로 영화를 예매할 계획이었다. 그저 시기적으로 맞아 떨어졌을 뿐 절대 이번 체험을 위해 포인트를 작정하고 모아둔 것은 아니다. 조조영화였음에도 5000포인트가 아닌 8000포인트가 차감돼 약간은 의아했지만 텅 빈 극장에서 롤러코스터를 타듯 즐겁게 영화 관람을 마쳤다.
   영화 관람 후 배꼽시계의 밥을 주기 위해 약속을 잡아 둔 동료기자와 만났다. 불행 중 다행인걸까. 운이 좋게도 어제 저녁 기숙사 식당에서 빵과 주스, 바나나를 간식으로 배식해줬다. 원래는 첫째 날 점심에 사둔 바나나로 물물교환을 할 예정이었으나 여기에 주스까지 얹게 돼 일이 더 손쉬워졌다. 동료에게 주스와 바나나의 강제 구매를 종용시킨 후 1학생회관에서 3첩 반상이 차려진 맛난 식사를 즐겼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식후 커피까지 절로 호강하는 신세를 누렸다.

   5일차. 고비는 언제나 배고플 때ㅠㅠ
   만원 생활을 시작한 이후 최대 고비가 왔다. 이른 아침은 기억에서 잊혀졌던 눅눅해진 식빵과 우유로 때웠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청주에서 선배의 결혼식이 있는 날이었다. 기자실 경비로 가는 탓에 차비 부담은 없었다. 그러나 기숙사에서 유성시외버스터미널까지 가는 게 문제였다. 그 먼 거리를 걸어갈까도 생각해봤지만 깜냥이 안 돼 재빠르게 버스를 택했다.
   10기수 위의 선배는 곱게 입은 순백의 드레스와 어울리는 아름다운 신부였다. 그런 아름다운 선배 덕에 맛있는 식사를 할 수 있어 감사할 따름이었다. 오후 5시를 넘겨 기숙사로 돌아왔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꺼질 줄 몰랐던 뱃구레는 예의 없게 순식간에 사라져 있었다. 대비책으로 남겨 뒀던 우유와 지난날 간식으로 받은 빵으로 가볍게 저녁을 먹었다.
 

   6일차.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아침은 굶어야 했다. 이른 아침부터 교회를 가야 하기에 씻은 후 곧장 기숙사를 나왔다. 교회에 갈 때는 전용 승합차가 운행해 편안하게 갈 수 있었다. 경건한 마음으로 예배를 드리고 언제나 그렇듯 주일헌금으로 천원을 냈다. 예배를 마치고 교회에서 제공해주는 점심을 먹었다. 늘 먹던 교회 점심이지만 만원생활 기간에 먹는 점심이라 그런지 유난히 꿀맛 같았다. 교회에서 기숙사로 돌아오는 길에는 지하철을 탔다. 버스로 환승하는 것 또한 잊지 않았다.
   아침이 지나고 점심이 지나고 어김없이 찾아오는 저녁시간. 매번 찾아오는 밥, 밥, 밥시간이지만 이번 끼니는 더욱 걱정이었다. 따로 빵을 사자니 내일의 점심이 걱정되고. 그래서 내린 결정은 비빔밥이다. 바로 고추장 비빔밥. 평소 룸메이트도 고추장, 참기름 등 갖은 반찬을 본가에서 갖고 온다. 룸메이트의 고추장과 참기름과 함께 집 반찬을 즉석밥에 맛있게 비볐다. 비록 정체불명의 비빔밥이었지만 그토록 맛있게 느껴졌던 건 왜일까.

   뭐니뭐니해도
   집 밥만한 밥은 없더라

   7일차. 50원까지 “탈탈” 털어      
   길고 긴 시간에 종지부를 찍을 일만 남았다. 처음 체험을 시작하면서도 과연 그 끝이 어떨지 상당히 기대됐었다. 막상 그려지지 않던 끝이 보이자 시원섭섭했다. 1일차 1600원(식비)+2일차 0원+3일차 1050원(식비)+4일차 2200원(교통비)+5일차 2200원(교통비)+6일차 2100원(헌금, 교통비)까지 총 9150원을 썼다.
   이제 남은 돈은 850원. 그런데 단돈 50원이라도 남기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그래서 800원짜리 컵라면을 사 남은 즉석밥과 김치와 함께 마지막 점심을 마무리했다. 굳이 50원을 남긴 이유는 의미있는 일에 쓰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 50원은 결국 이웃돕기 모금함에 ‘땡그랑’ 들어갔다.

   대학생이 일주일에 만원으로 산다는 말에 혹자들은 ‘그게 말이 돼?’하며 반문할 것이다. 이에 이번 경험으로 ‘예’라고 말해주고 싶다. 물론 여러 운이 따라줬고 지난날의 모아둔 자산(?) 덕에 가능했다. 하지만 습관도 미래도 모든 일은 의지에 달려 있다. 비록 팍팍한 세상살이지만 세상을 마주하는 자세에 의지를 더한다면 돌파구가 생기지 않을까. 우리 모두 생각만 하지 말고 일어나 기지개를 켜보자!


오수민 기자
 brightid@c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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