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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소시오패스의 5가지 특징이다

1. 인생을 이겨야 되는 게임으로 여겨 타인을 이용할 도구로 생각한다.
2.말,특히 거짓말을 잘해서 자신의 성격을  카리스마로 위장한다.
3. 개인의 이익을 위해서 집단의 위험도 감수한다.
4. 자기 잘못이 들통 날 경우에는 동정심에 호소한다.
5. 범죄적 재능을 가지고 있거나 어린시절  잔인한 취미가 있었다.

자료:마사 스타우트  『당신 옆의 소시오패스』

 
   혹시 위 항목에서 본인의 모습이 많이 보인다고 하더라도 너무 걱정할 것 없다. 이 체크리스트는 병원에서 사용하는 정식 진단테스트가 아니고 미국의 한 심리학자가 주장한 소시오패스의 전반적인 특징을 나열한 것 뿐이다. 한국상담심리치료학회 회장 조경덕 배재대학교 교수는 “현대인은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누구나 이러한 정신질환의 기질을 가지고 있다. 다만 환경적, 경제적 요인에 따라 정신질환의 발병 여부가 결정된다”고 말한다.
 

   그들의 목소리가 들려
   최근 화제 속에 종영한 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의 인기요인은 단연 신선하고 짜임새 있는 극본과 탄탄한 연출이었다. 하지만 시청자들을 사로잡은 또 하나의 강력한 요인이 있다. 바로 배우 정웅인이 연기한 희대의 악역 민준국이다. 정웅인의 열연은 절대악인의 역할을, 대중의 뜨거운 관심을 받는 대세의 역할로 만들었다. 주인공 박수하의 아버지를 살인하고 사고사로 위장하는 것을 본 여주인공에게 “말하면 죽일거다. 네 말을 들은 사람도 죽일거야”라는 민준국의 이 대사는 수많은 패러디를 양산하고 여러 방송에 회자되기도 하며 그 인기를 방증했다. 이러한 잔혹한 범죄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가 제작되고, 또 인기를 끄는 이유는 무엇일까? 안타깝게도 현실에서도 잔혹한 범죄가 빈번히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 우리는 신문기사를 읽는 것 그 자체로 혐오감과 공포를 느낀다. 반인륜적인 사건· 사고 소식을 접하는 일은 어느새 일상이 됐다. 원한으로 인한 살인이 아닌 동기가 없는 살인, 재산문제로 인한 존속살인,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 등    이 비일비재하다. 유영철, 조두순, 용인 살인범, 인천 모자살인범 등이 저지른 범죄는 흔히 사이코패스의 범행으로 불리며 대중들에게 사이코패스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 일으켰다. 세간의 이목이 이러한 사이코패스에게 돌아간 사이 사이코패스의 등 뒤에 숨어 아픈 사회를 더 아프게 하는 이들이 있다. 바로 소시오패스다.

   닮은 듯 다른 사이코패스와  소시오패스
   사실 두 용어는 반사회성 인격장애(antisocial personality disorder)라는 진단 범주에 속하는 비슷한 용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사이코패스는 주로 임상심리학자들이 사용하는 언어로 ‘psycho’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심리가 강조된 용어다. 보통 6~7세 정도부터 존재하는 선천적인 감정 장애를 의미한다. 반면 소시오패스는 ‘socio’라는 용어에서 추측할 수 있 듯 사회심리나 사회복지계 학자들이 주로 사용하는 용어로, 보통 16~17세 정도에 증상이 늦게 나타나는 후천성을 강조한 감정 장애다. 사이코패스는 자기감정을 억제하지 못해 순간적으로 극도의 감정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많지만 소시오패스는 감정조절이 뛰어나고 타인의 감정을 잘 이용한다. 사이코패스의 대표적 캐릭터로 앞서 말한 <너의 목소리가 들려>의 민준국이 있다면, 소시오패스의 대표적 캐릭터는 배우 수애가 연기한 <야왕>의 주다해를 들 수 있다. 주다해는 어린시절 양부의 성추행과 지독한 가난으로 상처를 받고 자란 인물이다. 그 상처는 그녀를 돈과 권력에 집착하게 만들었다. 그녀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타인을 이용하고 태연하게거짓말을 일삼는다. 심지어 자신의 비밀을 알던 과거 연인의 살인을 청부하는 등 성공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당신 옆의 소시오패스
   심리학자 마사 스타우트의 저서 『당신 옆의 소시오패스』에서는 어느 한 소시오패스의 일생을 이렇게 기록한다. 어린 시절 폭죽을 개구리 입에 넣어 개구리를 터뜨리며 노는 일을 즐겼던 스킵(가명) 씨는 타인의 고통에 무감각하고 냉철하며 자신의 악행으로 타인이 놀라거나 무력해지는 것을 즐기는 전형적인 소시오패스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정체를 숨긴 뒤 사람들을 이용하는 뛰어난 능력을 악용해 광산용 폭파 장비 업체에 입사해 초고속으로 최공경영자가 되는가 하면 억만장자의 딸과 결혼하는 등 승승장구한다. 후배 직원을 성추행하려다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폭행하고 주가 조작 등 사기 혐의로 증권거래위원회에 고소당했지만 특유의 술수와 대중의 동정을 이용해 논란에서 빠져 나온다. 
   탈세와 횡령을 저지른 뒤 휠체어를 타고 법정에 나타나는 대기업 총수, 수백명의 목숨을 빼앗고 수천억원의 혈세를 가로채고도 당당한 전직 대통령, 교묘한 논리와 화술로 신도들의 몸과 마음을 유린한 종교인 등을 위에 묘사된 소시오패스와 연관짓는 것은 지나친 억지일까? 소시오패스는 이러한 유명인사 뿐만 아니라 당신의 옆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마사 스타우트의 저서에 따르면 소시오패스는 전 인구의 4%(25명당 1명) 정도로 우리 가족, 학교 혹은 직장에서 존재할 수 있다. 김준호 원장은 “사이코패스가 연쇄살인범과 같이 우리 사회 전반에 공포감을 준다면, 소시오패스는 우리 주변에 존재하면서 직장동료나 부하직원을 괴롭히고, 동료의 공적을 자신의 공적으로 가로채는 행동을 한다. 이기적이고 잔혹하며 무책임하지만 뛰어난 언변과 속임수, 그리고 외향적인 성격 때문에 보통 사람들과 언뜻 구분이 어렵다”고 말한다.

   현실적인 예방과 치료
   사회에 악영향을 끼치는 소시오패스의 발현을 막기 위한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전문가들은 어린시절 부모가 자녀에게 충분한 사랑을 주고, 가족 간 의사소통이 원활한 양육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또 중고등학교 시절에 가출, 반복된 거짓말, 음주, 청소년범죄 등 품행장애가 있을 시 병원에서 상담 및 치료를 한다면 반사회성 성격 장애로 진행되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고 말한다. 김준호 원장은 “현실적으로 사이코패스와 소시오패스 모두 치료에 어려움이 있다. 또 개인마다 원인과 증상이 달라 치료방법의 선택과 적용이 명확하지 않다. 하지만 최근에는 일반적인 상담치료를 넘어선 약물치료, 행동치료 등의 치료법이 효과적이라고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sociopath’의 socio는 사회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용어 자체에서 알 수 있듯이 개인의 질병이지만 사회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는 의미다. 과거에는 존재하지도 않았던 용어가 생기고 또 그 환자들이 생겨나는 것은 그만큼 해가 갈수록 병들고 있는 현대사회의 모습을 반영하는 듯 하다. 소시오패스는 경쟁과 낙오의 구조가 당연시 되고, 올바른 과정보다는 결과적인 성공에 가장 큰 의미를 두는 현대사회가 낳은 괴물이 아닐까.

 

박세윤 기자
tpdbs990@c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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