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이라면 진격하라

『진격의 거인』,
이사야마 하지메, 학산문화사
   거인이 인간을 잡아먹는다. 섬뜩한 설정이다. 그러나 이제까지 우리가 봐온 여느 공포물이나 좀비물과는 확연히 다르다. 만화 <진격의 거인>에서 식인 거인들은 성큼성큼 다가와 무심한 얼굴로 인간을 뜯어 먹고 또 먹는다. 공포를 마저 다 느낄 틈도 없이 순식간에 이루어진다. 오히려 혼란과 공포는 그들이 한차례 다녀간 뒤에 더 크게 인식된다. 스토리의 초점은 ‘인간이 먹힌다’는 자체보다 ‘인간이 왜 먹히는가’로 향한다. ‘인간이 먹히고 있다. 내가 먹힐지도 모른다’는 1차원적 공포에서 벗어나 외부세계(식인거인 포함)에 대한 무지에서 오는 공포, 수많은 합리화로 가리워진 자기 안의 공포를 바라보게 한다.    이사야마 하지메의 만화 <진격의 거인>은 이미 유명한 작품이다. 예능 프로그램이나 광고에서도 ‘진격의 OOO’이란 표현이 자주 등장한다. 이야기를 단순화하면 인간이 거인의 침략을 받아 벽을 쌓고 그들의 인식대로 ‘평화롭게’ 살고 있는데, 100년만에 거인이 다시 찾아와 인간을 잡아먹기 시작한다. 마침 성벽 밖의 세계에 대한 호기심과 자유에 대한 갈망을 가지고 있던 주인공 엘렌은 엄마의 죽음을 통해 본격적으로 거인과 맞선다. 현재 50화까지 나왔지만 계속되는 반전과 또 다른 이해관계를 가진 종족들의 등장으로 이야기가 동화처럼 순순히 결말지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시작부터 이 작품은 사회구조에 대한 많은 철학적 질문을 던져온다. ‘당신은 정말 평화로운 곳에 살고 있는 것이 맞나?’ ‘자유란 무엇인가, 자유롭게 살고 싶지 않은가’하는 질문에서부터 ‘누가 정말로 적인가’ ‘조직을 믿을 것인가, 개인의 힘을 믿을 것인가’ 등 현실 속 선택갈등에 대한 질문들까지. 때문에 독자는 자신을 둘러싼 현실사회와 대비하면서 보는 재미와 긴장감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외부의 적은 오히려 내부의 현실구조를 직면할 수 있게 했다. 성벽 안팍에는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져 있었고 적은 외부에만 있는게 아니었다. 사람들은 평등하지 않았고, 식량이 없다는 이유로 가난한 자들은 희생되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벽 밖으로 나가 거인에게 저항하는 것 자체를 두려워 했으며 벽 밖의 세상을 금기시했다. 주인공인 엘렌은 이런 공포와 절망 속에서 자유를 찾았고 그 의지가 그를 거인으로 변하게 했다. 그렇게 보면 진격의 힘은 어쩌면 잘못된 현실을 바꾸고자하는 강한의지, 즉 집념의 힘이다.
   청춘들은 ‘무엇을 할까’ ‘어떻게 살까’ 고민이 많다. 얼핏 정답같은 자기계발서를 따라하기보다 <진격의 거인>에서 답을 찾는 것이 훨씬 더 재밌을 뿐더러 정말 자기에게 필요한 답을 발견하지 않을까 싶다. ‘잘못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을 앨렌에게 물어보길 바란다. 흔히 용기란 두려움이 없는게 아니라 두려움을 가지고도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라 하지 않던가. 만화가 아닌 현실 속에서도 나는 가끔 진격의 거인을 본다. 

      
주무늬 대학원생 기자
snowmoon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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