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내 장학금에 대한 세 가지 시선

   지난해 정부로부터 국가장학금 유형2 예산을 지원받은 336개 대학 중 110개 대학이 학생들에게 교내 장학금을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미지급 금액은 593억원이다.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기로 한 계획을 어기면서 부당하게 국가예산을 받은 것이다.
   장학금에 대한 사회적 역할과 관심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학우들의 시각차도 커지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 교내장학금에 관한 각기 다른 시선을 조명해 봤다.


 

   시선①  “학비 감면 장학금이 더 늘어나길…”
   우리학교 경상대학 A씨는 등록금과 생활비 마련을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그는 방학 때 아르바이트를 해 모은 돈과 국가장학금을 합쳐 이번 학기에 등록했다. A씨는 학교에서 주는 성적 우수 장학금은 받을 수 없었다. 그는 “아르바이트 도중 틈틈이 공부해 학점을 4.2로 올렸지만 커트라인에 미치지 못 했다”고 토로했다. 공부에만 매진해 전 과목 4.5를 받는 학생들을 따라잡을 수 없었던 것이다. 서울에서 지방으로 와 생활하는 A씨는 기숙사에도 떨어져 비싼 자취 생활을 하며 학기를 보내고 있다.
   몇 년 사이 국가장학금의 규모가 늘어나면서 등록금 부담률이 낮아졌다. 하지만 A씨의 경우처럼 등록금이 사립대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우리학교에서도 경제적 부담에 시달리고 있는 학우들이 많다. 아르바이트를 하느라 공부 시간이 부족하고 그러다보니 성적이 좋지 않아 기숙사와 성적 장학금에서 탈락해 경제적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것이다. A씨는 “학내 저소득층을 위한 학비보조 장학금이 늘어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현재 정부는 대학에 장학금의 30% 이상을 경제적 곤란자에게 지급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그러나 우리학교는 지난해 전체 장학금 122억 8873만원 가운데 36억 8656만원을 사용함으로써 정부의 지침에 딱 맞추어 지급했다. 하지만 다른 거점 국립대 ▲강원대(49%)▲부산대(47%) ▲충북대(42%) ▲전북대(36%) ▲전남대(33%)와 비교해 볼 때 경제적 곤란 학생에게 주는 장학금 비율이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대학본부에서는 기존의 장학금 지원이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장학팀 한순영 주무관은 “소득분위별 국가장학금 지원과 학내 저소득층을 위한 백마복지장학금이 이미 마련돼 있다”며 “이외에 충남대 발전기금재단의 ‘CNU 멘토링 장학금’ 등 다양한 외부 장학금이 있다”고 말했다.


   시선②  교내 장학금, 입학성적우수자에게만 더 큰 포상?
   사회 양극화로 인한 구조적 문제는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공부 시간에 노동 시간까지 할애하도록 했다. 그러나 정작 대학들은 교내 장학금으로 우수 학생을 선발하는 데 치중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저소득층 학생에게 돌아가는 복지장학금과 성적 장학금의 비중이 감소할 수밖에 없다.
   타 대학교의 장학금 수혜현황을 보더라도 이러한 현실이 확연히 드러난다. 사립대인 한양대의 경우 입학성적 우수자에게 ▲4년간 등록금 면제 ▲생활비 지원 ▲교수임용 보장 ▲외국대학 복수학위 경비 등 파격적인 장학금 혜택을 제시하고 있다. 국립대인 경북대 또한 ‘도전장학금’을 입학성적 우수자에게 지급해 ▲4년간 등록금 면제 ▲영어 교육 ▲해외연수 등의 혜택을 준다. 충북대, 한밭대 등 다른 국립대도 비슷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우리학교가 입학성적 우수자에게 주는 장학금을 살펴보면 ▲수석 ▲리더십 ▲수능성적우수 ▲대전충남성적우수 장학금이 있으며 해당 학생에겐 ▲등록금 전액 ▲연간 교재비 ▲생활관비 등을 차등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각 대학의 상황이 이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우리나라는 6·25전쟁 직후 대학이 우후죽순으로 설립되면서 고등교육의 수요가 충족됐다. 하지만 장학금에 대한 기능은 학비보조의 본 취지와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한국대학교육연구소 이수연 연구원은 “당시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난했기 때문에 장학금 지급 시 경제적 기준보다는 입학 성적이 우선순위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이 현재까지 이어지면서 학습 보조 기능보다는 성적 위주의 시스템으로 장학금의 성격이 고착된 것이다.
   그러나 최근 교육부가 학령인구 감소로 대학 구조조정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비수도권 대학은 우수 학생 선발을 위해 경쟁적인 장학금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이에 대해 이수연 연구원은 “경제적 약자에 대한 보호가 중요시되는 현 시기에 학비 보조를 위한 수요가 많다면 대학 내부에서도 자체적인 복지 장학금을 늘려가야 한다”고 말했다.


   시선③  재학생 학업 성적 우수자에 대한 성과 포상은…“글쎄”
   우리학교는 매 학기 성적 장학금으로 ▲우수 ▲격려 장학금을 20% 이내의 인원에게 수여하고 있다. 하지만 ‘성과 보상’ 측면에서 학생들의 동기 유발이 떨어지고 있어 학업 성적 장학금에 대한 보다 세부적인 기준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한 단과대학 학우 B씨는 지난 학기 때 평점 4.3의 우수한 성적으로 격려 장학생에 선발됐으나 3.7을 받은 학우와 똑같은 금액을 받게 됐다. B씨는 “학점의 차이가 큰 데도 불구하고 받는 장학금 액수는 결국 똑같아 의욕이 떨어졌다”며 “기성회비 면제에 대한 성적 장학금도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우리학교 교내장학금은 ▲A급(등록금 전액) ▲B1급(기성회 전액) ▲B2급(기성회 반액) ▲C급(입학금, 수업료)로 분류하지만 성적 장학금의 경우 우수(A급), 격려(C급)로만 나눈다. 이 때문에 격려 장학생을 받는 학우들 사이에서 차이가 미미하다는 불만이 나오게 된 것이다. 이에 대해 권석범 학생과장은 “장학금 인원을 명확히 구분해 금액에 차등을 두기엔 어려움이 있다. 만약 각 단과대학의 장학금 변경 의견이 모아지면 논의를 진행해 보겠다”고 밝혔다.

   장학금이 모두를 만족시키지 못하는 것은 어쩌면 충분한 논의가 없는 형식적 장학금 수여만 되풀이 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또 학내 장학금은 복지 측면이든 성과 보상 측면이든 우선순위 선정 이전에 예산의 뒷받침이 있어야 가능하다. 장학팀 한순영 주무관은 “기성회비 수입이 낮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장학금 수입 확충에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렇듯 학생들의 등록금 재원으로 운영되는 교내장학금이 보다 ‘많은’ 사람에게 ‘적절히’ 돌아갈 수 있도록 ‘익숙한 것’에 대한 ‘다시 생각하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허보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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