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 대한 당신의 지출은?

 

   매달 초 든든하게 채워진 주머니는 한 주의 즐거운 신호탄을 던진다. 그러나 이런 풍요로움도 잠시, 마지막 주로 갈수록 주머니는 깃털처럼 가벼워져 간다. 시월의 중턱을 넘어가는 이 시점에서 남은 날의 주머니 걱정을 해소해 줄 경영학부 임학빈 교수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매달 말이면 청산하고 싶은 가난한 가계부. 이 모든 것들의 원인은 우리 모두 ‘부(不)자유자’이기 때문이다. 몸도 아닌 마음도 아닌 우린 ‘돈’의 부자유자이다. 재벌이건 가난한 대학생이건 생활 속 쪼들림의 강도에 차이만 있을 뿐. 임학빈 교수는 “돈이 주는 굴레는 대부분의 인간에게 적용된다”며 “이런 청산할 수 없는 문제는 관점을 달리하는 것이 방법일 수 있다”며 “다소 철학적으로 들릴지 모르겠지만 지출 가용 금액을 내가 결정할 수 없다면 궁핍을 받아들이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 경우 돈이 상대적으로 덜 필요한 생활을 하거나 돈을 쓸 시간이 없는 라이프스타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방법으로 “지출 가용 금액의 규모와 한도를 본인이 스스로 정할 수 있다”며 “이는 경제적 독립을 의미하는데 추가적인 지출을 위해 추가적인 소득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학생들의 특권인 아르바이트를 통해 쓸 돈을 직접 만드는 것도 나름의 대안일 수 있다.
   그렇지만 때론 돈이 돈 같지 않게 쓰일 때가 있다. 더 좋은 옷, 더 좋은 가방, 더 좋은 핸드폰 등 사리사욕을 채우고자 소비는 끝을 모른 채 하릴없이 달리기만 한다. 임 교수는 “요즘은 나이든 사람들도 외모에 신경을 쓰는데 대학생이라고 오죽하겠냐. 이는 지극히 자연스럽고 아름다운 행위이다. 외모 가꾸기나 치장에 들어가는 지출은 아름다운 지출”이라고 말했다. 다만 지출의 아름다움이 추함으로 변질되지 않기 위해 내면의 아름다움도 병행해야 한다. 그는 “굉장히 이상적인 이야기일 수 있는데 내면과 외면의 균형을 이루는데 노력을 해야 한다”며 “자아실현을 위한 행동들은 대부분 금전이 많이 필요하지 않다. 그래서 두 면(面)의 균형을 이루는 노력을 통해 전체적인 지출을 줄여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어렵지만 가장 현실적인 이야기인 듯하다.
   혹자는 지출의 규모 있는 쓰임새를 위해 필요한 지출과 불필요한 지출을 구분하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도무지 계획을 세워도 필요한 것과 불필요한 것을 구분하기란 어려울 따름이다. 임 교수는 “자신의 욕구를 위해서 소비된 지출은 모두 다 필요한 지출이 아닐까”라며 반문했다. 그는 “효율적인 지출을 위해서 반드시 예산을 수립해야 한다”며 “그 예산을 제대로 실행하기 위해서는 과거의 지출행태를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먼저 지난달의 소비를 떠올려 비슷한 항목끼리 묶어보자. 의·식·주, 문화, 자기계발, 건강관리 등 여러 항목을 비교해 과다 항목은 제거하고 일정한 예산을 정립하는 것이다. 그는 “이 과정에서 예산을 엄격하게 만들면 오히려 지키지 못할 수 있으니 일정 범위 내에서 유연성을 허용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예산에서 효율적인 지출까지 모두 삭제해 버리면 곤란하다. 그는 “지출 대비 지출효과가 큰 지출은 의미 있는 지출이다. 이러한 지출은 단기적이 아니라 장기적인 목표와 관련이 있는데 쉽게 투자라고 생각하면 된다. 효과가 반짝 드러나지 않더라도 미래에 대한 의미 있는 지출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말처럼 한 번의 지출은 평생의 지출습관을 결정지을 지도 모른다. 임 교수는 “경험상으로도 지출습관은 오래 가는 것 같다. 그런데 그 습관이 문제가 없다면 구태여 고칠 필요가 없을 것”이라며 “다만 살아가는데 적당한 돈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렇기에 20대의 청춘부터 적극적인 미래 설계가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열정이 있는 청춘이 아름답듯이 땀 흘린 사람들의 몫은 평생을 배신하지 않을 것임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오수민 기자 brightid@c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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