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작 <밤 6시의 일상>

   올 한해동안 독자들이 보내준 ‘내가 찍은세상’ 사진 중 충대신문 기자들의 의견을 모아  선정했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전기공학과 3학년 소영수입니다. 지금은 휴학 중이고요. 고향에 내려가 있다가 우연히 학교에 볼 일이 있어 왔는데, 마침 기쁜 소식까지 듣게 됐네요. 저는 공대 2호관 옥상에서 마주한 학교의 정문을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원래 사진을 찍을 생각은 아니었어요. 사진을 여러 장 연속으로 찍어 동영상을 만들려고 했는데 생각처럼 잘 되지 않더라고요. 이 정문 사진은 그렇게 찍다가 얻어걸린 케이스라고 할 수 있겠네요. 그땐 제가 사진에 대한 열정이 넘치던 때여서 이런저런 시도를 했습니다. 사실 대학교 1학년때부터 사진에 관심이 있긴 했는데, 그땐 놀기 바빴죠. 군대 전역 후 본격적으로 카메라도 사고, 사진을 찍었습니다.
   처음 이 사진을 봤을 땐, 실망스러웠습니다. 저에겐 별로인 것 같았어요. 그런데 페이스북에 올렸더니 반응이 폭발적인 거에요. 좋아요 수가 엄청났습니다. 마침 백마게시판에서 충대신문이 ‘내가찍은세상’ 사진을 받는다는 게시물을 봤어요. 학교 신문이니까 학교에 대한 사진을 올리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냉큼 페이스북에서 가장 인기가 많았던 이 사진을 보냈습니다.
   카메라를 잘 모르시는 분은 사진에 빛 갈라지는 효과를 신기해 하시더군요. 그런데 이거 정말 쉽습니다. 인터넷에 치면 금방 나와요. 그래도 제가 한번 더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야경 사진을 찍으려면 꼭 삼각대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조리개값을 F11 정도로 놓으면 가장 예쁜 빛깔이 나옵니다. 제 사진처럼 빛 갈라지는 효과를 주려면 이렇게 하시면 됩니다. 또 야경이라도 칠흑같은 하늘보단 푸르스름한 하늘이 더 좋죠. 이렇게 하려면 카메라 색 온도값을 3500K 정도로 하면 됩니다. 화면이 조금 파랗게 되는 겁니다.
   ‘내가찍은세상’에 소개되고 나서는 기분이 좋았습니다. 학교생활하면서 신문에 실릴 일이 얼마나 있겠어요. 아쉬운 점은 주변에서 알아본 사람이 없었다는 겁니다. 하긴, 신문보는 사람들은 기사를 읽지 사진을 주의깊게 보진 않는 것 같아요.
   저는 가족사진들을 감상하면서 사진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인터넷에 올라오는 예쁜 가족사진을 보며 감명을 받았죠. 그때부터 사진에 대한 열정을 가진 것 같네요. 인물사진으로 사진에 발을 들여놔서 그런지 풍경사진보다는 인물사진을 더 좋아합니다. 그런데 인물사진을 찍고 싶어도 찍을만한 인물이 마땅치 않아요. 그래서 제가 마지막으로 하고싶은 말은 … 인물사진을 찍기 위해 여자친구가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소영수
전기공학·3

   감상평

   한 번도 해가 진 후의 학교 정문을 자세히 들여다 본 일이 없다. 숨가쁘게 달려온 하루 끝에서 어른거리는 도시의 잔상과 함께, 그곳은 지친 걸음이 의미없이 터덜터덜 제 갈 길을 가는 통로였다. 차가 막히네, 집에 몇 시쯤 도착할까. 나는 3년 내내 그런 생각들과 함께 정문을 지났던 것 같다. 익숙한 공간인 동시에 소비와 벌이의 도돌이표와, 모두의 지친 하루의 끝자락과, 비좁은 버스 틈바구니에서 견뎌야 할 다리의 통증이 기다리는 곳. 정문과 정문 앞 오거리는 나에게 그런 이미지들의 다발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우리 신문에서 마주한 소영수 학우의 사진은 나에게 사소하지만 의미있는 전환으로 다가왔다. 내일의 일출을 기다리는 젊은 우리에게, 밤은 아침으로 가기 위해 통과해야 할 터널이다. 또 밤은 내일도 모레도 어김없이 돌아올 약속의 시간이다. 마음먹기에 따라 매일 보는 간판들의 명멸이 반짝이는 별빛으로 보일 수도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주체는 오롯이 나라는 것을 이 사진을 통해 새삼 깨닫는다. 우리가 하루 끝의 피곤을 예견하면서도 오늘 전력을 다하는 것은 내일의 기약이 있기 때문이다. 오늘이 어땠던 간에, 일단은 은하수가 흐르는 오거리를 지나 힘차게 집으로 떠나 보자. 오늘이 별로였다면 내일도 있다.

송민진 사회부장

   우리는 보통 여행, 졸업 등 인생에 한번뿐인 순간을 남기기 위해 사진기를 꺼내든다. 매일 매일 지나치는 풍경, 사람들은 그냥 일상일 뿐이지 감명을 주는 특별한 그 무언가는 아니다. 하지만 소영수 학우는 카메라를 꺼내 들고 셔터를 눌렀다. 반복되는 평범한 거리와 일상이 셔터를 누름으로써 그의 특별한 순간으로 재탄생된 것이다.
   사진은 해가 지고 난 뒤 정문 밖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어둑한 저녁 무렵이 아니라 더 늦은 시간에 찍었더라면 캄캄한 밤과 조명의 극명한 대비를 통해 주제를 좀 더 명확하게 전달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도 남는다.
   올해는 사진작가 로버트 카파의 탄생 100주년이 되는 해다. 그는 전쟁사진작가로 수많은 전쟁터를 누비며 역사를 생생히 기록했다. 얼마 전 가본 그의 100주년 사진전의 입구엔 이런 문구가 적혀있었다. ‘한발짝 더… 카파처럼 다가서라.’ 중요한 역사의 순간을 담은 사진, 기술적으로 뛰어난 사진 그리고 아름다운 절경을 찍은 사진만이 좋은 사진은 아니다. 사진은 찍는 순간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니게 된다. 카메라를 꺼내 들고 셔터를 눌러보자. 그렇다면 이미 카파처럼 한발짝 더 다가간 것이다.

이현지 전 사진부장

   빛을 받아들이는 노출 시간을 길게 하는 기법인 장노출 사진기법으로 찍은 사진이다. 장노출 기법을 사용하면 우리의 눈으로 인지하는 것과는 다른 형태가 나오는데 대표적인 것이 이 사진과 같은 자동차 헤드라이트다. 셔터를 열어놓은 시간동안 일어났던 모든 일들이 고스란히 표현되기 때문에 자동차가 이동하면서 보여지는 헤드라이트의 궤적이 표현된다.
   장노출은 손의 미세한 떨림으로도 실패할 경우가 많은데, 삼각대를 사용한 것인지 아니면 한 곳에 카메라를 올려둔 것인지 모르지만 흔들림 없이 촬영한 것으로 보인다.

양희원 사진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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