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대 · 배재대 · 카이스트 · 한남대 신문사의 허심탄회한 논의

 우측부터 시계방향으로 배민경 편집국장(배재대), 정진훈 편집국장(카이스트), 강은경 편집국장(한남대), 최선경 편집국장(충남대)

   지난 9일 충대신문 편집국에서 항간에 보기 드문 만남이 있었다. 본사 주최로 대전권 학보사들이 대학언론의 발전방향을 논의하기 위한 좌담회를 가진 것이다. 이번 좌담회는 현 대학언론의 위기와 앞으로의 발전방향에 대해 실현가능한 의견을 나누자는 취지에서 비롯됐다. 좌담회에는 배재대 배민경 편집국장, 카이스트의 정진훈 편집국장, 한남대 강은경 편집국장과 우리학교 최선경 편집국장이 참석해 크게 ▲콘텐츠 ▲소통 ▲인력에 관한 진솔한 이야기를 풀어냈다. 
 
   충남대(이하 충): 최근 학보사들이 겪고 있는 위기를 얘기하자면 한도 끝도 없을 것 같다. 사회 전반적으로 종이신문에 대한 영향력이 미비해지면서 학내에서 학보사의 영향력까지 약해졌다. 덩달아 예산도 줄고 인력난도 이전보다 심해진 상황이다. 이런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재작년부터 올해까지 발행 횟수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 학내 사안에 더 많은 고민을 해야 하는 입장에서 부수적인 일들 때문에 그런 여유조차 같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배재대(이하 배): 현재 배재신문은 종이신문에서 전자신문으로 바뀌어 종이신문은 1년에 2번 발간하고 있다. 그런데 학내에서는 신문이 나오는지조차 모르는 학우도 있다. 전자신문만의 신속한 전달력이 장점이기도 하지만 학우들이 보기에 불편할 수밖에 없는 사실은 무시할 수 없다. 인력난도 정말 큰 문제 중 하나다. 인력이 부족해져 남은 기자들의 장학 복지는 많이 나아졌지만 오히려 그만큼 손해다. 소수의 한정된 인원으로 운영되다 보니 질적으로 우수한 기자를 양성하는데 할애할 교육시간이 오히려 적어지더라.
   한남대(이하 한): 현재 학보사 기자 중에는 저널리즘에 대한 가치관마저 불투명한 경우가 허다하다. 기자들에게 기본적인 전문 교육이 반드시 필요한데 때론 교육하는 나조차 어려움을 느낄 때가 있다. 기자들이 기자학과 같은 전문 교육을 학점과 관련해 받을 수 있다면 상황이 나아지지 않을까 싶다.
   카이스트(이하 카): 다른 편집국에 비해 우리는 특수한 상황이다.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기자들이 이공계라 걱정되는 부분이 많다. 지난 편집국이 언론에 대한 감각이 남달라 학내에 그 역할이 탄탄해진 상태다. 이런 시점에서 학보의 역할을 더 끌어올려 줘야 하는데 이에 대한 추가적인 노력이 수반돼야 하는 상황이다.

   콘텐츠
   충:
지금부터는 대학언론이 나아갈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에 대해서 이야기해보자. 신문에서 제일 중요한 건 아무래도 콘텐츠라고 생각된다. 콘텐츠, 즉 내실이 잘 잡혀야 그 기반을 바탕으로 홍보를 자신있게 할 수 있는 것 같다. 그런데 대학신문은 일간지처럼 매일 찍어낼 수 없다 보니 시의성이라는 한계에 부딪치곤 한다. 격주로 발행하다 보니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문제다. 그래서 대학신문의 경우 이미 구체화된 사건을 다시 공론화시키는 역할을 해야 한다. 학내에서 이미 이슈거리가 된 사안도 추가적으로 변경된 사항과 함께 인터뷰를 보도해 공론화하는 독자와 사건을 이어주는 매개 역할이 되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카: 시의성을 다투는 문제는 보통 SNS나 학내 커뮤니티를 이용한다. 재작년부터 독립적인 뉴미디어국을 만들어 기자들이 관리하면서 속보를 다루고 있다. 인터넷기사로도 간단하게 작성해서 운영 중에 있다.

   “대학신문 시의성 한계있지만 재공론화 기능 가능해”

   한: 우리는 시의성을 확실히 구분하는 편이다. 이미 시기가 지난 것은 정말 중대 사안이 아니고는 제외한다. 보통은 앞으로 일어날 일을 더 많이 실으려고 기획성 콘텐츠를 활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학내 건물마다 정수기가 있다면 정수기의 위생 상태를 외부 수도업체를 통해 기사에 다루는 것이다. 이처럼 학우들에게 몰랐던 부분을 알려주고 실생활에 닿아있는 부분을 풀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충: 그렇다면 보통 아이템은 어떤 식으로 선정을 하는지? 
   한: 시의성이 큰 것은 가능한 빨리 다루고 학내 사안에 중점을 두려 한다. 사회적인 이슈도 학보로 끌어와 다르게 보는 것이다. 한미 FTA를 다룬다면 기자회견장에 가서 취재하는 것보다 그 사안을 우리 학내식당으로 들고 오는 것이다. 식당 내 농산물을 언급하면서 최대한 학내에 사안을 접목시키려 하고 있다.
   배: 우리는 오히려 한남대와 다르게 사회적인 이슈를 그 현장에서 직접 취재하는 방식을 취한다. 학내로 문제를 끌어올 때는 최대한 학우 인터뷰를 활용하는데 최근에는 설문조사를 많이 이용한다. 얼마 전 위안부와 관련된 내용을 조사하며 학우들에게 사안이 와 닿을 수 있도록 조명해 봤다.
   카: 요즘은 학보사의 콘텐츠가 일간지 신문처럼 뉴스성이 넘치는 기사가 너무 많아졌다. 그래서 일반 뉴스성 보도를 기획성 기사로 전환하기 위한 방법을 강구해야 할 것 같다.
   충: 학보사에서 중요한 기능은 바로 감시기구로서의 역할이다. 학내 자정작용을 위해서 크고 작은 사건을 기사에 숨김없이 드러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부분에서 본부와의 마찰이 불가피할 때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기사에 어떻게 접근하는가.
   배: 지난 학기에 일어난 학과구조조정문제도 그렇고 작년 재정지원제한대학 문제까지 최근 다사다난한 사건이 많았다. 이런 시기에 대학본부를 일방적으로 비판하기란 곤란하긴 마찬가지다. 하지만 학우들이 알아야할 문제이기에 최대한 기사에 다루려 한다.
   카: 학내에서 중요한 문제들은 보통 어렵거나 관심 없는 혹은 소외받는 이슈다. 하지만 이런 문제들까지 얼마나 잘 설명하고 풀어내느냐가 학보사의 역할이라 생각한다. 학우들의 이목을 사로잡을 수 있도록 기획을 한다면 학내에서 충분한 논의를 끌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충: 학보사의 제대로 된 목소리를 키우려면 1면 기사가 정말 중요한 것 같다. 배포대에 놓인 신문에서 먼저 눈에 들어오는 부분이 1면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어떤 기준으로 기사를 배치하는가.
   카: 주로 1면에는 뉴스성 보도를 다룬다. 중요한 기획성 기사는 3, 4면으로 빼고 시기적 중요도에 따라 지면에 순차적으로 분배한다. 학술·문화는 섹션이기 때문에 주로 뒷면에 배치한다.
   한: 데스크 칼럼이 1면에 위치하는데 뒷면의 내지까지 읽을 수 있도록 유도하는 편이다. 1면에 뒷면의 기사를 간단히 안내하는 부분을 도출해내기도 한다.
   배: 큰 보도는 1면에 싣고 카이스트와 마찬가지로 중요 순서도에 따라 기사를 순차적으로 싣는다. 대신 항상 사진을 한 두 개 실어 가시적으로 학내문제를 드러내려 하고 있다.
   충: 1면 탑 기사에 따라 신문을 가져가는 빈도가 확연하게 차이가 나는 것 같다. 탑 기사 헤드라인에 따라 현격하게 차이가 나기도 하더라. 자극적이고 이슈화되는 부분이 때론 학우들에게는 많은 관심을 얻는 것 같다.

   소통
   충:
매체와 독자 간의 쌍방소통이 없으면 장기적으로 봤을 때 그 영향력은 줄 수밖에 없다. 소통문제를 어떻게 극복하고 있나.
   한: 대전·충청권에서 이번처럼 소통하는 자리가 거의 처음인 것 같다. 지속적으로 유지된다면 대전·충청권 커뮤니티를 만들면 좋을 것 같다. 현재는 우편물 배송으로 각자 학보를 받아보지만 커뮤니티 안에 pdf파일을 올려 서로 공유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공유된 공간 안에서 목소리를 내기도 수월하고 합쳐진 학보사들이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력도 커져 자연스레 학내 관심까지 얻게 될 것이다.

   “다양한 이벤트 활용 대학신문의 무거운 이미지 쇄신 필요”

   카: 본교의 교지는 커뮤니티가 있는데 모이는 일이 힘들다고 한다. 학보사는 교지와 다르게 추진만 잘한다면 전대기련처럼 같은 형식의 다른 성격을 띠는 커뮤니티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독자와 신문 간에 상호방식 또한 다르게 창출돼야 하는 시기다. 그러나 기성언론조차 이런 흐름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학보사만이 할 수 있는 새로운 소통방식을 찾아야 하는데 아직까진 명료한 답안을 잘 모르겠다.
   충: 다른 학보사의 경우 제보가 활발한 편인가.
   한: 물론 자율적인 제보를 바라지만 보통은 강의에서 그 모티브를 얻거나 교수님 또는 학우들의 투고 글을 통해 얻는 정도다. 제보가 많아지면 좋겠지만 학보사는 먼저 다가가야 하는 입장이기에 이미지 자체를 변화시켜야 할 필요성이 있다. 그래서 학보사를 무겁게 생각하는 학우들에게 함께할 수 있다는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시험기간에 작은 이벤트를 열기도 했다. 페이스북에 선착순 댓글을 받아 선물을 주는 이벤트를 했는데 반응이 좋았다. 감사하게도 인증샷까지 올려주셔서 적은 인원이었지만 한남대신문의 존재를 알리는 계기가 됐다. 학보사가 무겁게 기사만 배출하기보다는 재밌게 독자층에 다가가려는 트렌디한 방법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배: 기사를 통해 학우들이 이벤트에 참여하도록 유도한 적이 있었다. 작지만 이런 이벤트가 확실히 홍보효과와 이미지 쇄신에 좋은 듯하다.
   한: 신문을 내고 그저 거기에서 그친다면 독자들의 반응도 피드백도 받지 못하는 상황이 되풀이될 것이다. 결국엔 기자들 또한 일에 대한 보람을 느끼지 못할 텐데 기계적인 활동에서 벗어나 학우들에게 신문사의 활동을 알리고 여기에 학보사의 원동력까지 얻으니 일거양득의 기회인 것 같다. 
   충: 단순한 선물주기식 이벤트에서 끝난다면 의미가 없겠지만 신문을 읽고 그 안에서 참여할 수 있도록 만드는 수단은 신문도 발전하면서 동시에 독자층까지 넓히는 이중효과를 누릴 것이다. 충대신문의 경우 독자들의 사진을 게재하거나 투고형식에서 그치고 만다. 현실적으로 여론면을 늘리고 싶지만 지면 여건상 그렇지 못해 아쉬움이 있다.
   카: 카이스트신문에는 독자의 소리, 독자칼럼 등 다양한 여론란이 있으나 참여율이 그리 높은 편은 아니다. 이벤트 기획을 생각해보지 않은 건 아니지만 단발성 효과에 그치고 말거라는 생각이 든다. 열독률을 높이기 위해 결국 콘텐츠가 질적으로 높아져야 할 것 같다. 학우들의 관점에서 다양한 시도와 접근을 하고 관심을 가질만한 부분은 생활에 밀접하게 기획하는 것이다. 이번에 문화섹션에서 영화나 책 혹은 근처 전시회를 소개하는 형식으로 개편해봤는데 앞으로도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할 듯 싶다.
   한: 콘텐츠가 좋아야 하는 것은 당연한 말이지만 독자층을 넓히는 것 또한 중요하다. 한 사람이라도 더 신문을 보도록 하려면 가끔은 단발성 이벤트가 콘텐츠와 잘 버무려져 시도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인력
   충:
편집장을 하면서 가장 걱정했던 부분이 바로 인력이다. 학보사는 하나부터 열까지 사람이 하는 일이다. 이렇다 보니 인력이 받쳐줘야 한다. 그래서 인력을 어떻게 현명하게 관리하는지가 굉장히 중요한 것 같다.
   한: 모두들 공감하겠지만 사람 사이에는 갈등도 많고 오해도 많다. 이런 때에 사고의 틀을 넓혀 언론출판협의회를 만드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현재 한남대 신문방송사는 국자, 영자, 방송국을 다 합치면 40명의 인원이다. 이들이 한 목소리를 내기 위해 방중에는 워크샵을 다녀온다. 백짓장도 맞들면 낫다. 같은 콘텐츠를 공동 취재해 국자와 영자가 각각 신문으로 발간하고 방송국이 방영한다면 그 시너지 효과가 클 것이다. 총학 선거시즌에 이를 이용할 예정이다. 올해부터 처음 시작하게 됐는데 요즘 같은 인력난에 3사가 같이 뭉친다면 개별적인 상황보다 나아질 수 있다.

   “수습기자부터 책임감과 저널리즘 확립 필요해”

   배: 본사도 그동안은 원활하지 못했다. 그런데 지금은 간담회를 하면서 같이 취재하다 보니 3사 간의 왕래가 조금 늘었다. 하지만 운영방식의 차이가 굉장히 달라 어려울 것 같기도 하다.
   충: 학보사 내부끼리만 뭉친 것보다 3사가 뭉친다면 정신적인 부분에서 나을 것 같다. 우후죽순처럼 인력이 나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도 3사가 힘을 모으는 게 중요한 부분인 것 같다.
그리고 앞서 언급된 것처럼 수습기자들에 대한 전문적인 교육이 반드시 필요하다. 처음부터 기자로서의 책임감과 저널리즘을 확립시켜 줘야 하는데 정기자 때는 이미 늦은 것 같다.
   카: 보통 신문사 시스템은 1학기 때 수습기자를 뽑고 2학기 때부터 일을 하면서 실전을 겪는 것이다. 아무리 1학기 동안 실전에 입각한 교육을 배우더라도 직접 굴러봐야 하는 것 같다.(모두 웃음) 하지만 방중활동부터 못 견디고 나가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충: 장기간의 내부 교육도 좋지만 전문 교육을 짧게 받는 게 더 효과적일 것 같다. 지역신문 일간지에 산학협력을 맺어 현직기자들의 교육을 이용하는 것도 ‘산’ 교육이 될 수 있다. 
   배: 대전·충청권끼리 힘을 모아서 단 하루라도 전문 강사를 섭외해 교육을 받게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그보다 더 좋은 방법은 신문사 편집국장 간에 연합회를 만들어 프로그램을 짜고 학보사끼리 연대하는 방법이다. 지역대학신문이 뭉치는 게 우선이 돼야하지 않을까 싶다.
   충: 지역대학신문 간 소통이 잘 이뤄져 다른 타 지역의 학보사에까지 그 영향력이 미치면 좋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학보사들이 함께 직접 행동으로 옮기는 등 많은 노력이 수반돼야 할 것이다.

 학보사가 중요한 이유는 단지 기사를 쓰는 것이 아니라 학교의 이야기를 그리고 그 안에 속해 있는 학우들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아낼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현재 학보사에 대한 사회의 우려와 학내 무관심은 학보사가 애당초 만들어진 이유를 무색하게 만든다. 이런 상황에 대전권 학보사들이 보여준 의기투합이야말로 앞으로 학보사가 나아가야 할 그리고 발전해야만 하는 분명한 이유를 확인한 소중한 징표였다.


글 / 오수민 기자 brightid@cnu.ac.kr
사진 / 양희원 기자 hwyang@c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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