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강한, 옥천신문 이안재(사학과·82) 대표를 만나다

 

   언론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존재이다. 정보 제공과 여론 형성은 물론이고 사회의 감시자 역할까지 수행한다. 그런데 최근 언론이 위기를 맞고 있다. 특히 지역 언론은 중앙 언론에 밀려 본연의 기능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런 현실에서 지역민들과 유대하며 지역 언론의 성공 사례로 우뚝 선 한 지역 언론사가 있다. 바로 충청북도 옥천군에 위치한 옥천신문이다. 매주 금요일 4천 부를 발행하며 독자들의 관심과 사랑을 한 몸에 받는 옥천신문. 그 중심에는 옥천신문을 이끌어 가는 이안재 대표가 있다.

   언론의 격변기에 옥천신문에 입사하다
   우리 학교 사학과 82학번인 이안재 대표는 1989년 5월 옥천신문에 입사했다. “대학 시절 교지편집위원으로 활동하며 언론의 중요성을 알게 됐고 그 계기로 기자의 길을 걷게 됐다”고 말했다. 그 당시만 하더라도 지역 주간지는 전국에 홍성신문 하나 밖에 없었다. 정부에서 일간지를 각 도에 하나씩만 남겨두고 다 없애버렸기 때문에 지역 언론이 발전하지 못했다. 정권이 바뀌면서 언론 관련법이 개정되고 그제서야 지역 언론의 숨통이 트이기 시작했다.
   그 후 지방자치제가 시행되면서 본격적으로 주간신문이 만들어졌다. 선거를 시행할 때 작은 지역 후보자의 정보까지 일간지가 담아낼 수 없어 주민들의 알권리 충족을 위해 지역주간신문이 만들어진 것이다.
이 대표는 입사한지 15년 만인 2005년, 옥천신문 대표로 취임했다. 당시 전임 대표는 옥천신문을 가장 잘 알고 있으면서 언론인으로서의 사명이 투철한 사람이 신문사를 이끌어가길 바랬다. 그래서 남은 유일한 창간멤버였던 이 대표가 옥천신문을 이끌어 가게 되었다.

   옥천신문은 군민주로 운영된다
   옥천신문은 다른 신문과는 차이점이 있다. 주민들이 직접 회사의 주인이 되는 군민주 회사로 창간됐다는 점이다. 지역신문을 만들 때에 권력이나 자본에 휩쓸리지 말자는 취지에서 군민주를 채택한 것이다. 옥천신문은 군민주라는 건전한 주식 공모를 통해 자본으로부터 자유로운 설립 형태를 갖췄다.
대부분의 신문사들은 광고료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그러나 옥천신문은 처음부터 구독료를 유료로 받았기 때문에 광고료에 크게 의존하지 않는다. 광고가 적으면 적을수록 광고주의 압박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그래서 옥천신문 기자들은 광고나 구독에는 절대 관여하지 않고 편집권 독립을 통해 기사에만 집중하고 있다. 
   옥천신문은 창간 이래로 한 번도 쉰 적이 없다. 이 꾸준함으로 독자들의 신뢰를 얻게 됐다. 인터넷 뉴스도 회원제로 운영해 구독자들이 줄어들지 않게 했다. 이 대표는 “주주들과의 충분한 협의와 합의를 통해 소유구조를 좀 더 분산시키고 싶다”며 “옥천신문이 옥천군민이 모두 구독하는 신문으로 만드는 것이 희망사항”이라는 바람을 내비쳤다.

   “인정받을 때 가장 행복하다”
   이안재 대표도 대표로 취임하기 전까지는 기자 신분이었다. 독자에게 인정받을 때가 제일 기뻤다던 기자 시절, 그에게는 잊지 못할 기억이 있다. 옥천의 한 초등학교 앞에 통일탑이 세워져 있었는데 그 학교 교장선생님이 이 탑은 일제의 잔재인 황국신민탑이라고 주장했다. 그래서 그것을 옥천신문에 기사화 했고 이를 토대로 KBS에서 조사한 결과 그 탑이 황국신민탑이라는 사실이 드러나 그 탑은 철거됐다. 이 대표는 그 때가 기자로서 가장 보람찼던 기억이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힘든 일도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옥천은 작은 도시라 건너건너 모두 아는 사이다. 따라서 주민들과 서로 도움을 주며 항상 원활한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하지만 모든 기사를 좋은 쪽으로만 쓸 수는 없다. 취재 중 민감한 부분을 건드리면 종종 기사를 내지 말아달라는 부탁을 받곤 하는데 그 때가 가장 난감했다고 이 대표는 말한다.

   지역 언론은 뿌리 같은 존재
   지역 언론은 중앙 언론과 달리 지역 언론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 이안재 대표는 “소통과 교류를 통한 지역공동체 회복이 지역 언론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지역 언론은 지방자치제가 실시되면서 전체 민주주의 발전에 크게 기여할 수 있게 됐다. 지방자치제에 가장 중요한 선거에 관해 지역민들의 알 권리를 충족시켜 주는 것이 지역 신문의 중요한 역할이기 때문이다.
   요즘 언론이 재정부족으로 수익사업을 하는 사례가 많다. 수익사업을 하지 않고서는 재정을 충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이럴 때일수록 신문 본래의 의무, 책임을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사회를 비판, 감시하고 대안 제시를 통해 사회가 올바르게 나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언론의 기능이다. 언론 본연의 기능에 충실한 것이 지역 언론이 나아가야 할 방향인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신문시장은 열악한 상황에 처해 있다. 반면 외국의 경우 지역 언론 지원제도가 잘 돼 있다. 하지만 외국에 비해 우리나라의 지역 언론은 지원을 많이 받지 못하고 있다. 지역발전을 위해서라도 국가에서는 지역 언론을 지원해야 한다. 이 대표는 “언론을 통해 지역을 살리지 않으면 사상누각”이라며 “지역은 곧 나라의 뿌리이기에 지역이 무너지면 수도권도 무너지게 된다”고 말했다.

   흔들리는 대학 언론, 독자와의 소통 중요해
   이안재 대표는 대학 시절 교지편집위원으로 활동했다. 그 때와는 사뭇 다른 현재 대학언론의 모습에 많이 놀랐다고 한다. 이 대표는 “학보사 기자들이라도 사명감과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시대의 흐름에 맞춰 인터넷을 통해 학우들과 소통을 많이 하고 의견을 수용해야 하며 학내구성원들이 궁금해 하는 것을 해결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늘진 곳을 들춰 문제점을 해결해나가는 모습을 보인다면 독자들은 관심과 믿음을 가질 것이다. 그는 “대학 사회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 역할은 대학신문이 해야 한다”고 말한다. 대학 언론이 위기에서 벗어나려면 대학 구성원의 믿음과 관심이 필수적이지만 그만큼 대학 언론 스스로의 노력이 우선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이다.

  옥천신문은 지역 언론의 위기를 용감하게 정면돌파하며 극복하고 있었다. 이안재 대표는 독자들과의 소통을 거듭 강조하며 언론 본연의 기능에 충실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주민들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그들의 알 권리를 위해 달리는 이안재 대표. 그의 쉼 없는 노력 덕분에 오늘날 옥천신문이 지역 언론의 성공사례로 손꼽히는 것 아닐까.


글 / 사진 오주형 기자
jhoh24@c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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