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증하는 유기동물, 그 실태는?

 

   길거리를 떠돌다가 대전광역시 동물보호센터에 들어오게 된  강아지 한 마리. 이 강아지에게는 이름 대신 ‘12-4-419’라는 일련번호가 붙여졌다. 생후 2개월로 추정되는 12-4-419는 검사 결과 홍역 판정을 받아 안락사로 짧은 생을 마감했다. 반려동물 천만 마리 시대인 요즘 이처럼 주인을 잃고 길거리를 헤매는 반려동물들을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점점 늘어나는 유기동물
   바야흐로 반려동물 천만 마리 시대다. 그만큼 반려동물은 현대인의 삶 깊숙한 곳에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반려동물 수가 늘어 갈수록 유기동물 수도 점점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대전광역시 동물보호센터에 따르면 작년 발생한 유기동물 수는 3441마리이며, 올해 1월 1일부터 8월 31일까지 발생한 유기동물 수는 2525마리이다. 이번 추석연휴 때 16마리가 더 들어온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까지 유기동물 발생현황으로 보아 올해 유기동물 수도 작년과 비슷하거나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립수의과학검역원에 따르면 2012년 1년간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유기동물 수는 99,254 마리이며 그 중 24,315마리는 안락사 처리됐다. 그러나 동물보호단체에서는 거리를 떠돌다 죽거나 조사 대상에서 제외된 사설 동물보호소에서 죽어가는 동물 수가 누락됐음을 감안하면 실제 유기동물 수는 공식집계의 몇 배가 될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보호 받지 못하는 유기동물
   운 좋게 살아서 동물보호소에 들어온 유기동물조차도 온전한 보호를 받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농림축산검역본부가 2012년에 공개한 정보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약 350개의 동물보호소를 운영해 유기동물을 보호하고, 5만 마리의 유기동물을 임시 수용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고 있다. 2012년 공식 집계된 유기동물이 약 10만 마리인 것에 비하면 턱 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시설의 규모뿐만 아니라 환경의 열악함도 문제다. 이는 시에서 운영하는 동물보호센터도 예외가 아니다. 대전광역시 동물보호센터 신명호 보호팀장은 “외부의 동물병원처럼 시설이 갖춰져 있는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질병에 걸리거나 다친 유기동물이 오면 한계가 있다. 더 이상 치료가 불가능한 동물은 안락사를 해야 한다”라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유기동물들은 동물보호소에 들어와 주인이 찾아갈 수 있도록 기다리는 공고기한 10일이 지나면 입양 대상이 된다. 하지만 새로운 주인을 만나는 유기동물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대전광역시 동물보호센터 현황에 따르면 작년 한해 총 발생 유기동물 3441 마리 중 입양을 간 유기동물은 930마리로 약 3.7%에 불과했다. 법률상으로는 공고기간 10일과 분양기간 10일의 기간만 의무화돼 있고, 동물보호법상 기간이 지났다고 해서 안락사를 시행해야 한다는 법은 없다. 따라서 기간이 지난 이후에는 유기동물의 처리가 보호센터의 자율에 맡겨진다. 각 보호센터마다 규정이 다르지만 대부분 기간이 지나면 비용 문제나 수용시설 부족 문제로 안락사를 시키게 된다.
   흔히 안락사 라고 불리지만 전혀 안락하지 않은 죽음을 맞는 경우도 있다. 법으로 정해진 동물보호센터의 안락사 방법은 마취제를 투여한 후 근육 이완제를 주사하는 것이다. 그러나 「유기동물에 관한 슬픈 보고서」에 따르면, 동물단체에서 2008년까지 조사한 결과 안락사를 시행할 때 비용 문제로 인해 대부분 마취제 투여 없이 근육 이완제를 주사하고, 동물들은 고통스럽게 몸부림치며 죽어간다. 의료폐기물에 해당되는 동물 사체는 의료폐기물 처리업자에게 위탁 처리한다. 그렇게 죽은 유기동물들은 박스에 넣어져 쓰레기 매각소에서 소각된다.

   반려동물등록제, 활성화 노력해야
   유기동물 문제 해결을 위한 가장 근본적인 대책은 유기동물 수를 줄이는 것이다. 유기동물 문제가 사회적으로 대두되자 정부에서는 2008년부터 유기동물 증가를 막고 유기동물 발견 시 주인을 신속하게 찾기 위해 반려동물등록제를 시행했다. 그동안 시·도에서 선택적으로 시행해 오다 올해 1월 1일부터 전국적으로 확대 실시됐다.
   그러나 아직 해결할 숙제가 많다. 「2012년 동물보호 국민의식 조사」의 반려견 사육마리수를 기반으로 측정했을 때, 현재 전국의 반려동물등록 대상 동물 400만 마리 중 10.5% 인 42만 마리만 등록된 상황이다. 결국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6월 반려동물등록제의 계도기간을 6개월에서 1년으로 연장했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등록률이 저조한 상황에서 등록을 하지 않은 동물 소유자에게 무리하게 20~4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경우 민원 발생 우려가 있고, 현재 동물등록용 내·외장형 무선식별장치를 시·군에서 일괄 구매하여 공급함에 따라 동물 소유자의 선택권이 제한된다는 부작용이 있어 이를 보완하기 위해 계도기간을 연장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견주들은 내장형 등록방법을 꺼리고 있다. 반려견 ‘라온이’ 견주 유현우(18) 군은 “마이크로칩을 삽입하는 것이 안전하다고는 하지만 반려견의 몸 안에 이물질을 넣는다는 것이 꺼림직해 외장형 등록방법을 선택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무선식별장치(마이크로칩)로 개를 포함한 다양한 동물의 개체 식별에 활용되고 있는 생체 합성 의료재질의 칩을 사용하도록 하고 있으며 규정에 따라 농림수산검역검사본부 동물약품관리과에서 허가한 제품만 사용이 가능하다. 또한 2011년 말 기준 동물등록제 시범사업을 실시하고 있는 53개 시·군·구에서 총 180,201마리를 시술했고, 일부 시술한 부위에서 염증 등 미약한 부작용 사례는 있으나 악성종양 등이 발견된 사례는 보고된 바 없다”고 말했다.
   반려동물등록제 활성화 방안에 대해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동물등록 시 광견병 백신 우선 지원, 등록에 어려움이 예상되는 외곽지역을 중심으로 현장 등록서비스 제공, 지자체별 동물등록의 날을 지정해 등록대행기관과의 협조를 통해 등록수수료를 감면하는 등 혜택 제공을 통해 단속보다는 자발적인 등록을 유도하기로 했다”며 제도의 원활한 정착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반려동물등록제는 시민들의 성숙된 반려동물 사육문화와 동물보호의식을 바탕으로 동물소유자가 자발적으로 참여할 때 진정한 의미가 있다”며 정부에서 계도기간을 연말까지 연장하고 제도개선 및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만큼 동물소유자들도 동물등록에 적극 참여할 것을 당부했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반려동물’ 이라는 단어는 없었다. 최근 들어 동물을 단순히 인간의 장난감이 아니라 인간의 반려자로 생각하자는 의미에서 ‘애완동물’ 이라는 말 대신 ‘반려동물’이라는 말이 생겨난 것이다. 말 그대로 반려동물은 인간의 반려자이자 소중한 생명이다. 인간이 스스로 이름붙인 반려자가 인간의 이기심으로 인해 쓰레기 버리듯 쉽게 버려지는 게 과연 옳은 일일까. 그들의 반려를 자청하기에 우리는 아직 자격미달일지도 모른다.


글 / 최유림 기자 hahayoorim@cnu.ac.kr
사진 / 양희원 기자 hwyang@c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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