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지표융기·화산성 가스 증가 등 화산폭발 징후 보여

   일본이 심상치 않다. 2011년에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한 후 후지산을 포함한 20개 이상의 화산이 분화하거나, 분화하려는 징후를 보이고 있다. 실제로 지난 8월 가고시마현의 사쿠라지마 화산까지 폭발하면서 일본의 재난은 전세계적인 우려가 되고 있다. 사쿠라지마 화산 폭발은 대규모의 화산폭발이 아니었지만 화산재가 해발 5000m까지 올라갔으며 이로 인해 인근 도시가 화산재로 뒤덮혀 한동안 마비됐다.
   그렇다면 일본에 비해 재해가 적은 우리나라는 영원한 안전지대일까? 지금으로부터 약 300년 전의 기록인 조선왕조실록 숙종 일기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실록에는 “하늘과 땅이 갑자기 캄캄해졌는데 연기와 불꽃 같은 것이 일어나는 듯 하였고… 큰 화로에 들어앉아 있는 듯 몹시 무덥고… 흩날리던 재는 마치 눈과 같이 산지사방에 떨어졌는데 그 높이가 한 치 가량 되었다"며 1702년 6월 3일 백두산 화산폭발 후 함경도 부령과 경성에서 벌어진 일을 기록하고 있다.

사진출저 :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백두산은 깨어나는가
   서기 930년경 백두산에서는 대규모 화산폭발이 있었다. 이로 인해 백두산에서 1200km 떨어진 일본 혼슈 북부 및 훗카이도 지방에서 3cm~5cm 사이의 화산재 퇴적층이 발견됐다.
   현재 백두산은 1903년 마지막 분화 후 오랜 기간 숨을 죽이고 있다. 하지만 최근 우려할 만한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다. 연간 수십 차례를 넘지 않았던 지진의 발생빈도가 백단위를 넘어선 것이다. 백두산 인근 온천수의 온도상승과 화학성분의 변화도 관측됐다. 부산대학교 지구교육학과 윤성효 교수는 “최근 백두산 천지 직하 2~5km에서 화산성 지진이 급격히 증가했다. 또 인근 온천수의 온도가 과거에는 70도 중반이었는데 최근에 80도를 넘었고 온천에서 나오는 화산가스 성분검사에서 헬륨과 수소의 함량이 10배 증가했다”며 “이것은 천지 지하에 마그마가 왕성히 활동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백두산 천지 주변의 땅이 7~10cm 씩 지속적으로 융기했다가 침강하는 것 역시 백두산 지하의 왕성한 마그마 활동이다.
   백두산을 경계로 북한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중국은 1999년 천지온천 북쪽에 천지화산관측소를 설립해 다음 분출에 대비하고 있다. 천지화산관측소는 “백두산의 분출 잠복기는 약 300년으로, 다음 100년 안에 분출할 확률이 매우 높다”고 전망하고 있다.

   최악의 시나리오
   천지화산관측소가 분석한 백두산 화산폭발 최악의 시나리오는 할리우드 재난 영화를 방불케 한다. 엄청난 폭발음을 시작으로 지름 6cm 이상의 화산탄과 막대한 화산재는 일대 가옥 및 농작물에 치명적 피해를 준다. 폭발과 함께 흘러나오는 마그마의 유독가스는 사람과 가축을 질식시킬 위험도 있다.
   화산에 의한 1차 피해보다 더 큰 피해는 천지의 물에 의한 2차 피해다. 해발 2700m 이상의 높이에 고여있는 20억 톤의 물이 화산폭발과 함께 쏟아진다면 백두산 일대는 가공할 만할 홍수 피해를 입을 수 있다.

   “동북아 국제공동연구 필요”
   남·북한은 기압 및 풍향으로 볼 때 중국보다 더욱 큰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있지만 백두산 화산 연구의 주도권을 중국에 내어준 채 연구성과를 거의 내지 못하고 있다. 남북한은 2007년 이후로 공동연구에 관한 협의를 진행해왔으나, 남북관계의 개선과 악화가 반복되면서 연구 성과가 정체된 상황이다. 윤 교수는 “백두산 화산 폭발의 전조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남북 공동연구는 시급하다. 강력한 화산 감시 모니터링과 함께 화산재해를 줄이기 위한 사전 방재대책을 세워야 하며, 더 나아가 중국과 협력하는 동북아 국제공동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세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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