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지구적인 대기온도 하강·생태계 파괴 등 장기적인 악영향 끼쳐

   지난 2010년 4월 23일부터 28일까지 대한민국에 갑작스런 화산재 주의보가 내려졌다. 놀랍게도 그 화산재는 지구 정반대편의 아이슬란드 에이야프얄라요쿨 화산폭발에서 생성된 것이다. 2010년 4월 14일 분화한 화산으로 인해 대서양을 지나는 항공기의 절반이 결항됐으며 북서유럽의 항공기 운항은 중단됐다. 이렇게 유럽의 하늘길을 마비시켰던 화산재가 상층기류를 타고 일주일만에 극동아시아까지 온 것이다. 과학자들은 화산폭발의 규모를 화산폭발지수를 통해 1부터 8까지의 범위로 나누는데 단위가 하나 올라갈수록 규모는 10배로 커진다. 아이슬란드 화산폭발은 4의 규모였다. 화산폭발지수가 4였던 보통 규모의 화산폭발조차도 지구 반대편인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친 것이다. 그렇다면 이보다 더 높은 지수의 화산폭발은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까?

사진: 크라카타우 화산과 탐보라 화산의 위치

   1816년 유럽인들을 빙하기로 착각하게 만든 탐보라 화산폭발
   과거 지구에는 아이슬란드 화산폭발보다 규모가 큰 폭발이 훨씬 많았다. 학자들은 서기 930년 경의 백두산 대폭발이 아이슬란드 화산폭발의 1000배가 넘는 규모였고, 그로 인해 발해가 멸망했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과학적인 측정과 기록이 가능해진 19세기 이후 슈퍼화산들의 분화기록은 읽는 것만으로 피해현장의 참혹함을 생생히 느낄 수 있다. 1815년 4월 5일 인도네시아 숨바와 섬의 탐보라 화산폭발에 의해 인근 40km 일대가 용암으로 뒤덮였고 수억톤의 화산재와 먼지가 대기로 솟아올랐다. 솟아오른 화산재는 태양빛을 차단하며 기류를 타고 지구 전역으로 이동했다. 이듬해 여름에는 유럽에 눈과 서리가 내리는 기상이변이 발생했고 전 세계적으로 농작물 및 생태계 피해가 발생했다. 이렇게 어마어마했던 탐보라 화산의 화산폭발지수는 7이었다.

   지구 평균 기온을 1.5도 낮춘 크라카타우 화산
   1883년 8월에 일어난 인도네시아 크라카타우 화산 폭발은 섬 전체를 흔적도 없이 날려버렸다. 화산폭발 후의 지진으로 높이 30m가 넘는 해일이 발생했다. 3500km 떨어진 호주의 퍼스 지방에서도 폭발음을 들었다는 기록이 있다. 뜨거운 화산재가 인근 수마트라 섬에 비처럼 내려 수천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해일은 추가적으로 35,000명 의 사상자를 발생시켰고 인근 섬의 165개 마을을 초토화시켰다.
   이 화산폭발은 전 세계적인 이상기후를 만들었다. 폭발이 일어난 다음해에 지구의 평균 기온이 1.5도 떨어졌고 1880년 대 말까지 이상기후는 계속됐다.

   슈퍼화산이 다시 분화할 가능성 
   가까운 미래에 대규모의 슈퍼화산이 분화할 가능성을 얼마나 될까? 일본은 최근 가고시마현의 사쿠라지마 화산폭발에 이어 1707년 마지막 분화를 하고 휴식중인 후지산마저 화산폭발 징후를 보이고 있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올해 9월 5일 과학 전문지 〈네이처 지오사이언스〉에 미국 텍사스 A&M대학 윌리엄 세이거 박사 팀이 발견한 슈퍼화산이 실렸다. 이 화산은 일본에서 동쪽으로 약 1600km 떨어진 태평양 심해 대지 샤츠키 고원에 위치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지난 9월 16일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 북부 시나붕 화산이 폭발해 인근 주민 4천명이 대피했다. 아직까진 규모가 작은 폭발들이지만 안심하기는 이르다. 충분히 백년전 슈퍼화산의 규모를 능가하는 폭발이 일어날 수 있다.
 

박세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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