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치 보는 인생에 염증 느낀 당신에게

박근영 저, 소울메이트
   점심. 언제부터 우리는 메뉴를 하나로 통일해야만 했던 것이었을까? “하나로 통일해. 각자 시키면 오래 걸려!”라고 입만 웃으며 말하는 주인 이모의 눈치 때문에? 아니면 “한 끼 대충 먹자!”라고 말하는 친구의 눈치 때문에? ‘이런 반복되는 사소한 일상에서까지 나는 눈치를 봐야 하는 걸까?’라는 생각에 짜증이 났던 경험은 누구나 한번쯤 있다.
   인간으로 태어나 누구나 고민할 명제들을 떠올려보자. ‘내가 선택한 삶의 길이 맞는 것인가?’ 혹은 ‘나는 누구인가? 지금 나는 온전한 내 삶의 주체로서의 삶을 살아가는 것 일까 ?’ 대부분 사람이 스무 살 전후로 이러한 명제들을 자신에게 되묻곤 한다. 하지만 이 시기가 10대에 시작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죽음에 가까워서야 비로소 묻게 되는 사람도 있다. 이 질문이 눈치와 무슨 관계가 있단 말인가? 하지만 저자는 이런 의문을 갖는 시기가 눈치를 결정한다고 한다. 그리고 질문의 답을 찾는 때가 빠를수록 자신의 심리적 건강에 이로울뿐더러 나아가서는 삶이 풍요로울 수 있다고 말한다.
   이 책은 일반적인 조건에서 눈치의 행동을 다루며 눈치와 혼동될 수 있는 것들의 차이를 그 출발점으로 하고 있다. 불안과 눈치, 지혜의 차이가 그것이다. 불안은 불안의 대상을 피하라는 것이지만 눈치는 대상과 가까이 접근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것이다. 지혜는 자아와 눈치가 맥락의 경계에서 자신에 대한 통찰을 전제로 구별되어야 한다. 저자는 개인적인 조건에서는 성격, 가족, 개인의 과거 경험을 통해 눈치 기제가 작동한다고 말한다.
   본론에 들어가서 저자는 눈치를 적응적 눈치와 부적응적 눈치로 나눠 설명한다.  긍정적인 눈치는 간략하게 설명하고 부적응적 눈치에 대해 강조한다. 부적응적 눈치는 폐쇄성, 변덕, 소진, 자기 부재, 불균형, 착취, 집착을 원인으로 심리적 장애로 표출됨을 역설한다.
   보다 세밀한 분류나 차원의 영역 확대로  저자는 읽는 이의 이해를 돕고 있다. “각박한 사회, 관대함이 사라진 사회, 웃음이 사라진 사회, 끊임없이 서로 감시하는 사회, 속내를 보이지 않고 체면을 강조하는 사회, 배신과 악의를 탐지하기 위해 의심에 집착하는 눈치가 지나친 사회라면 집단적인 편집성을 의심해봐야 한다. 이러한 편집성 눈치에는 생산성과 가능성을 모두 집어삼키기 쉽다. 편집성 눈치에는 공존과 포용이 없기 때문” 이라며 저자는 사회적 차원의 영역으로 확대해 설명한다.
   불면증과 이유 없이 아픈 몸, 잦은 핑계. 눈치의 과잉은 이 세 가지 증상으로 나타날 수 있는데 혹시 나도 이러한 증상이 있지는 않은가? 수고스럽게도 저자는 눈치 과잉의 해결책까지 제시해 준다. ‘마음챙김’이라는 방법인데 아쉬운 것은 해결을 위해 변화를 위한 절차적 지식이 중요하다고 말은 했지만 정작 제시한 마음챙김이 사실상 피상적이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 책의 가치를 폄하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심리적 자아의 상태 진단과 원인 파악만으로도 이미 충분한 의의가 있기 때문이다.    

 
                                                       김영원(경제·석사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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