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동의 감성밴드 '염통 브라더스'를 만나다

 
   바야흐로 스펙의 시대이다. 취업난에 시달리는 이 시대의 청춘들은 스펙을 쌓기 위해 언제나 분주하다.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찾아 즐기세요’라는 말은 이제 교과서에 박제된 말이 됐다. 이런 현실에서 하고 싶은 일을 찾아 실천하는 사람들은 부러움과 의아함이 섞인 눈총을 받는다. 우리학교에도 이런 달콤 쌉쌀한 시샘을 받는 2인조 밴드가 있다. 우리는 언젠가 한번쯤은 그들과 마주쳤을지도 모른다.


   소개합니다, 염통 브라더스
   매해 전국을 들었다 놨다 하는 TV 프로그램이 있다. 바로 대국민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 K’이다. 이 프로그램에 당당하게 대전지역 대표로 합격해 전국의 인재들과 경합을 벌인 도전자가 있다. 아마추어들 실력은 비슷비슷 하더라며 호탕하게 웃던 어쿠스틱 감성밴드 ‘염통 브라더스’가 그 주인공이다. ‘염통 브라더스’는 배상호(언론정보·4) 학우와 허창우(심리·2) 학우가 야심차게 만든 2인조 밴드다. 전국 대표 경합에서는 아쉽게 떨어졌지만, 개의치 않고 다시 즐기기 위해 악기를 잡는 그들을 만나봤다.
   ‘염통 브라더스’라는 독특한 이름부터 심상찮다. 이름에 담긴 뜻은 더 심상찮다. 배상호 학우는 궁동에서 제일 맛있는 염통집에서 염통을 먹다가 지은 이름이라며 “담배가 2500원이기 때문에 흡연자들은 항상 500원짜리 잔돈이 많다. 연습 후 늦은 밤에 잔돈 500원으로 염통을 사먹으며 귀가하는 게 일상이었다”고 이름이 지어질 당시를 회상하며 말했다.
   두 멤버는 사회과학대학이 학부제였던 시절 신입생으로 처음 만났다. 1학년 내내 붙어다니며 놀았던 둘이 본격적으로 음악을 시작한 것은 전역 후였다. 배상호 학우는 “전역하기 전에 음악을 해보자는 얘기가 오갔고, 전역 후 바로 진행했다”고 말했다.
   배상호 학우는 중학교 1학년 때부터 기타를 연주했다고 한다. 대학에 입학하기 전까지 클래식 기타 동아리에서 활동을 했다는 그는 음악은 단순한 취미의 수준을 넘어섰다고 말했다. 대학 입학 후에도 1인 밴드로 음악활동을 했다고 밝히며 남다른 열정을 드러냈다. 허창우 학우 역시 정식으로 악기를 배우진 않았지만 노래 부르기를 즐기는 청년이었다. 배상호 학우는 “노래를 잘 부르는 사람은 많아도 모창이 아닌 자신만의 음색이 있는 보컬은 드물다”며 허창우 학우는 그만의 독특한 음색이 있다고 했다. 노래를 즐긴다며 너스레를 떠는 허창우 학우의 모습에서 그 역시 단순한 호기심으로 시작하진 않았다고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노래하는 평범한 대학생
   놀랍게도, 혹은 놀랍지 않게도 두 멤버 모두 어린 시절 꿈이 음악은 아니었다. 어린 시절 과학자가 되고 싶었다던 허창우 학우는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PD로 장래희망을 정했다. 또래 고등학생들이 그렇듯 노래 부르는 것을 좋아했을 뿐이다. 배상호 학우 역시 음악은 취미였을 뿐 밴드까지 꾸리게 될 줄 몰랐다고 한다. 다만 앞에 나서서 일 벌리는 것을 좋아한다고 했다.
   이들 역시 취업의 문턱에서 자유롭지는 못한 학생이었다. 다만 스펙 한 줄에 급급하기보다는 지금의 즐거움을 찾는 것이 생산적이라고 판단할 뿐이다. 다른 학생들과 취업을 대하는 자세가 다른 셈이다. 허 학우는 “부모님은 하고 싶은 일을 찾았다는 것 자체에 기뻐하신다”고 말했다. “다만 학생의 본분은 학업이니 공부도 열심히 하라고 하신다”며 “원하는 일을 하는 것에 지원해주는 편”이라고 말했다. 배 학우는 “처음 기타를 잡을 때부터 부모님과 마찰이 있었다”며 “부모님은 걱정하시면서도 좋아하는 일을 하는 아들을 응원해주신다”고 말했다.
   전공과 상관없는 활동을 하고 있는 이들은 주변의 눈총을 당연하다는 듯 인식하고 있었다. “‘나잇값 못한다, 쟤네 미쳤다’는 말은 많이 들었다. 하지만 지금 나름대로 성과를 내서 그런지 예전만큼의 쓴 소리는 들려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염통 브라더스는 즐길거리, 호락호락 페스티벌 등에서 무대에 서고 있다. 자작곡도 한 두곡 모여가고, 염통 브라더스의 페이스북을 찾는 사람들도 점점 많아지고 있다.

   쌈박하게 놀줄 아는 그들이 왔다
   염통 브라더스의 무대는 넓다. 길을 걷다가 잠시 쉬어가는 곳이나 덩그러니 놓여있는 벤치는 모두 그들의 무대가 된다. 그렇게 발길 닿는 모든 곳에서 연주를 한다. 거리공연의 특성상 관객은 연주자를 위에서 아래로 쳐다보게 된다. 그들은 “자연스럽게 관객들의 눈높이가 우리보다 높아지니 관객을 위한 곡을 연주하는 것 같아 좋다”고 말했다. 어쩌면 그냥 지나칠 수도 있는 사람들과 음악을 통해 교감하는 것이 거리공연만의 매력이라고도 귀띔했다.
   처음에 비해 인지도도 많이 높아졌다고 한다. 배상호 학우는 “우리의 자작곡을 듣고 다운받고 싶어 하거나, 노래방에서 찾아봤다고 하는 소리를 들으면 뿌듯하다. 또 우리를 알아보는 경우 무척 신기하다”고 말했다. 허창우 학우는 “처음 공연을 시작하면 아무도 없다. 눈을 감고 몇곡 부르다가 눈을 떴을 때 사람들이 모여있는 것을 보면 짜릿함을 느낀다”며 눈을 반짝였다.
   그들은 가장 기억에 남는 공연으로 올해 4월에 있었던 온천문화축제를 꼽았다. 배상호 학우는 “온천문화축제 마지막 날 구석에 자리를 펴고 거리공연을 했다. 술 취하신 아버님, 어머님들이 옆에서 춤을 추셨다. 사람들도 두세시간 동안 자리를 지키며 음악을 끝까지 들었다”고 말했다. 이날 모인 관객들과 다 같이 맥주를 마시며 공연을 즐겼다고 한다. 허창우 학우는 “한번 거리공연을 하면 3~4시간씩 한다. 아무 음향장비가 없으니까 목이 많이 아프다”며 “그래도 즐거우니까 한다”고 말했다. 음악을 하고 싶어 시작한 만큼, 공연도 하고 싶은 만큼만 한다. 이들은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을 때 목이 아프면 그 자리에서 담배를 핀다. 그럼 사람들이 그냥 간다”며 웃었다. ‘쌈박하게 하고, 쌈박하게 쉬고’ 그들이 인터뷰 내내 가장 많이 했던 말이다. 
 
   자급자족형 아마추어
   염통 브라더스를 이야기할 때 그들의 자작곡을 빼놓을 수 없다. 염통 브라더스는 허창우 학우가 멜로디 라인을 읊으면 배상호 학우는 코드를 따고 가사를 붙인다고 한다. 배 학우는 “아마추어이기 때문에 녹음실은 없고,  휴대폰으로 녹음한 파일을 그대로 올린다”며 “곡마다 다르긴 한데 전체적으로 반응이 괜찮은 것 같다”고 말했다.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자작곡을 불렀는데 심사위원들의 평이 좋았다고 덧붙였다. 그 때 불렀던 노래는 염통 브라더스가 작사 작곡한 ‘멍석 까는 노래’이다.
   사실 염통 브라더스 두 멤버가 좋아하는 음악은 서로 판이하게 달랐다. 배상호 학우는 클래식이나 힙합, 인디 음악에 열중한 반면 허창우 학우는 아이돌 음악 같은 대중적인 음악을 좋아한다고 말한다. 두 음악적 취향의 교집합이 지금 그들이 하고 있는 음악이다. 이들은 “프라이머리의 음악과 비슷하다”며 “프라이머리의 음악을 듣고 염통 브라더스가 추구하는 음악에 대해 어렴풋이 알아간다”고 말했다. 프라이머리의 음악이 그들의 음악 활동에 촉진제가 된 셈이다. 평소 쌓은 내공들도 그들의 음악에 한 몫 한다. 배상호 학우는 “평소 책 읽는 것을 좋아하고 이것 저것 배우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그의 얕고 넓은 지식이 가사 쓰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하며 “음악은 자신의 무의식을 반영하는 번역어라는 말도 있듯이, 그 동안의 지식이 표현하고 싶은 것을 표현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했다.
 

   현재 염통 브라더스는 자작곡을 실은 앨범을 준비 중이라고 한다. 그것으로 돈을 벌기보다는 사람들과 음악을 나누고 발자취를 남기고 싶다고 했다. 배상호 학우는 “욧골공원이 제 2의 홍대가 됐으면 좋겠다. 그곳에서 기타를 치고 노래를 하고 소모임을 여는 게 당연한 문화로 자리 잡았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밝혔다.
    늦은 밤 궁동 거리에 ‘염통 쫄깃한 음악 소리’가 들려온다면 욧골공원에 가보자. 염통 브라더스가 가로등 불빛에 기댄 채 기다리고 있을 지도 모른다. 콘서트를 보러 가는 것처럼 예쁘게 꾸민 플래카드나 야광봉은 필요없다. 준비물은 쫑긋 세운 귀, 열린 마음과 염통꼬치 두어개 정도면 충분하다.

 

 

글 / 안수진 기자
 luckysujin@cnu.ac.kr
사진 / 양희원 수습기자
hwyang@c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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