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진상조사 ‘7차 국민촛불집회’ 현장에 가다

 

   지난 14일, 황혼이 깔리는 서울시청 앞 광장에 ‘국정원 대선개입 진상규명’이란 팻말과 함께 촛불을 든 시민들이 모여들었다. 이 날은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국정원 정치공작 대선개입 시국회의’가 주최한 제7차 국민촛불집회가 열렸다. 집회에는 남녀노소할 것 없이 수 많은 인파가 모였다.

  
    ‘레포트 21’이라는 신문을 팔며 집회에 참여한 중학생 이승훈 군은 “작은 불씨가 커져 나가듯 나의 소신을 담은 집회 참여로 인해 국민들의 참여를 조금이나마 촉구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 “이러한 정치적 문제에 대해 깊이 있게 토론하고 이러한 문제들이 나타나는 근본적인 이유가 무엇인지 함께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국정원에 납치된 민주주의를 찾습니다’라는 주제 아래 모인 촛불집회에서 시민들은 “증인출석도 제대로 안하는 국정조사는 무효이고 국민기만”이라고 외쳤다. 촛불들의 외침은 깊은 밤까지 사그러들 줄 몰랐다.

   국정원 촛불집회가 보여주는 사회
   이번 집회는 2008년의 광우병 촛불집회를 방불케 했다. 광우병 촛불집회 때와 같이 국정원 촛불집회는 학생들이 주도했으며, 시민단체까지 참여하며 촛불의 불길이 점차 커지기 시작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두 집회에 대한 국민적 관심의 크기에는 차이가 있다.
   구속노동자후원회 장동규 운영위원은 “이번 국정원 사태는 대학생들에게 자본주의의 영향과 취업 등 여러 가지 사회 문제가 크게 작용해 참여가 낮은 것으로 파악된다”며 “광우병 촛불집회에서 이미 집회를 해도 사회는 변화가 없다는 것을 판단한 것도 원인”이라고 말했다. 또한 “광우병 집회의 경우 먹거리와 관련된 문제라 정파를 초월해 감성적인 문제로 크게 작용한 반면, 이번 국정원 사건의 경우 정치적 이해관계가 얽힌 문제이기 때문에 국민들이 크게 실감을 하지 못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날 집회는 비교적 평화로운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시민들은 자신의 입장을 나타내기 위해 스피커로 목소리를 내며 푯말과 현수막을 들었다. 주장을 펼치면서도 질서를 유지하려는 시민들의 노력이 곳곳에서 돋보였다.
   그러나 많은 수의 전경들이 집회 중 시민들을 비집고 돌아다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또 많은 전경 버스들이 집회 구역 전체를 에워 싸고 있었다. 이에 대해 장동규 운영위원은 “집회장 내에 공권력이 투입되는 것은 외국 선진국가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버스로 집회장을 둘러싸는 것은 외부에 사실이 퍼지는 것을 막아 사람들에게 위압감을 주기 위함”이라고 해석했다.
 

   침묵으로 일관하는 언론에 대항한 언론
   집회에 참여한 회사원 이상경씨는 “매스컴과 정부권력과의 유착관계 형성이 이 사안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흐렸다”며 “눈에 보이는 조직이 아닌 미디어의 영향으로 우리는 주체성을 잃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언론이 국정원의 행위에 묵언하고, 간접 동조했다는 비판은 계속 제기되고 있다. MBC는 예고까지 방영한 <시사매거진 2580>의 ‘국정원에서 무슨 일이?’편을 결방시켰고, YTN에서는 국정원의 선거 개입을 증명하는 특종보도가 중단되는 일이 벌어졌다.
언론의 저널리즘 윤리의식의 약화 속에서 국민들은 국민TV, 주권방송, 팩트 TV 등과 같은 방송을 새로 만들어 냈다.
   국민TV 조상운 사무국장은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의 지배로 인해 주요 언론사에서 공정한 보도를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제대로 된 언론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자 국민TV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국정원 국정조사와 촛불 집회를 매일 생중계하며 “가려진 진실을 조명하고 시대의 담론을 형성하겠다”고 외치고 있다.


   국정조사에 대한 무망한 기대
   국정원의 지난해 대통령 선거 개입 의혹과 관련, 국정조사를 통해 진상을 철저히 규명할 것을 촉구하는 것이 국정원 촛불집회의 궁극적 목적이다. 국정조사가 진행되더라도 진상 규명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할 것이라는 불신이 커지면서 민주주의를 수호해야 한다는 열망이 촛불 집회로 표출되고 있는 것이다.
   현재 52일째 홀로 시위하는 서울 향린교회 전도사 A씨는 “조직적이고 악의적인 댓글을 달며 국가기관을 조직적으로 활용하고 국정원의 대선개입을 공모한 것에 대한 정부의 대국민적 사과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대한민국 법에 명시된 국정조사 방법은 그 자체가 공개를 원칙으로 한다. 하지만 현재 국정조사는 비공개로 진행되고 있다. 이는 진상규명을 위해 실시하는 국정조사의 본래 목적을 상실했음을 시사한다. 그는 “비공개 조사는 진상규명의 불투명성을 높일 수 있으며 국민의 알권리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장동규 운영위원은 “정치적 결탁을 통한 시민 감시와 정치체제에 대한 개입은 국정원의 본분을 잃은 것”이라며 국정원이 자신의 역할을 수행해야 함을 강조했다. 또한 “촛불집회로 일부 국민들이 민주주의를 수호하고자 하는 상황에서 더 많은 국민들이 이것이 자기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는 데 눈을 뜨는 것이 중요하다”며 국민의 각성을 거듭 촉구했다.
 

   서울광장을 꽉 채운 수 많은 인파의 염원은 하나로 모여 빛을 냈다. 현재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정부가 공식적으로 입장을 밝혀 해명해야 한다. 국민의 목소리가 나날이 커져 가는 오늘, 정부는 더 이상 소통을 미루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국민을 진정 함께가는 동반자라고 생각한다면 말이다.

 

 글 / 정선아 수습기자 jungsuna21@cnu.ac.kr
사진 / 양희원 수습기자  hwyang@c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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