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견 수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출처. 오마이뉴스
   지난 6월, 서울지역대학생연합과 이화여대·경희대·동국대 총학생회 등 많은 대학들이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국정원 사건’과 관련한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대학생들은 시국선언문에서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국정원이 정치적 이해관계 속에서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국정원 사태에 대해 대학들은 시국선언문과 성명서 발표 등으로 국정원 사태에 대한 진상을 촉구했다. 촛불집회는 이렇게 학생과 교수진으로부터 시작됐으며, 시민단체들이 참여하면서 촛불 집회의 불길은 점차 커지기 시작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학교 See&New 총학생회는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국정원 사건과 관련한 입장을 표명하기 위해 지난 6월 21일 학생 대표자 회의를 진행했다. 투표결과는 총원 120명 중 74명이 투표했으며 찬성 35표, 반대 36표, 무효 3표로 부결됐다.
   시국선언에 대한 대표자 회의 결과에 대해서는 백마게시판과 SNS를 통해 논란이 됐다. 백마게시판에 의견을 개제한 이송이 학우는 “사회의 지성인인 대학생으로서 책임의식을 갖고, 이 사안에 대해 실천과 행동으로서 적극적인 태도를 보여야 한다”며 “우리학교 총학생회 또한 시국선언에 동참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정치외교학과 곽모 학우(25)는 “아직 정부에서 결과가 나오지 않았으며 대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총학이 정치적으로 신중한 태도를 보인 것은 옳은 판단”이라고 말했다.
   한편 학우들의 의견 수렴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사회과학대 장무현 학생회장은 “대표자 회의 전에 학우들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학생전체회의를 열고자 했으나 시기상 불가능했다”며 “각 단대 대표자들은 학우들을 대표했기 때문에 대표성 자체에 대해서는 문제가 제기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교육학과 홍모 학우(25)는 “회장을 뽑는 기준은 그 사람 자체를 놓고 평가하는 것”이라며 “정치적 의견 반영을 의견 수렴의 과정 없이 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말했다. 또한 한혜지(경영학과·2) 학우는 “학우들의 의견 수렴이 반드시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그 과정은 전혀 없었다”며 “심지어 학과 학생회에서 조차 이번 사안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고 말했다.
   의견 수렴의 미비함 외에도 대표자들의 정보 부족과 회의 자체의 모호한 기준에서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다. 자과대 김아현 학생회장은 “대표자들 먼저 자신의 생각을 명확히 해야하는데 일단 정보가 부족했다”고 말했다. 인문대 최재현 학생회장은 “회의에 대한 기준과 목적 조차 명확하지 않은 상태였다”고 말했다.
   배진욱 총학생회장은 총학생회에서 학교 이름을 걸고 학생들의 동의 없이 독단적으로 시국선언을 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생각했다. “학우들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고자 했다”며 총학생회는 대표성을 갖추기 위해  노력했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짧은 논의 시간과 소통 공간의 부족은 학우에게 의문을 제기하게 했다. 이번 학내 시국선언 논란은 SNS와 댓글만으로는 단기간에 여러 학우들의 심도있는 의견을 수렴하기 어려움을 보여준다. 사안의 중요도와 무게에 따라 다양한 논의의 장이 마련돼야만 다시는 이런 논란이 없지 않을까.

 

정선아 수습기자
jungsuna21@c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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