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함 이상의 현명함으로 무장하다

 

   대학 4년 동안 단 한 번의 졸업식 그리고 종종 찾아오는 친구들의 결혼식. 이 두 중대사의 공통점은 정장이 필요한데 입고 갈 것은 없고 막상 사자니 버겁다는 사실. 이런 우리에게 필요한 건 바로 공유경제다. 내 옷은 아니지만 내 옷처럼 입을 수 있는 비결, 공유경제를 통해 우리에게 펼쳐진 새로운 생활을 시작해 보자. 
 

   공유경제, 나부터 시작하자
   경쟁이 중시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2008년 세계경제 위기는 많은 이들에게 위기의식을 느끼게 했다. 위기 속 자본주의 경제에 눈을 돌려 도착한 것은 바로 공유경제. 공유경제는 한 번 생산된 제품을 여럿이 공유해 쓰는 협업소비를 기본으로 하며 물품을 소유의 개념이 아닌 서로 대여해 주고 차용해 쓰는 경제방식이다. 한마디로 내가 가진 물건이나 지식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과 함께 사용하면서 무분별한 소비를 줄이자는 취지인 것이다.
   우리 주변에는 알고 보면 공유경제가 생활 곳곳에 포진돼 있다. 취업준비생들은 면접을 볼 때 필요한 정장을 새로 사자니 가격이 만만치 않을 터. 이런 고민을 시원스럽게 해결해줄 청년들을 위한 프로젝트 ‘열린옷장’이 있다. 열린옷장은 입지 않는 정장을 가진 사회선배들과 면접용 정장이 필요한 청년구직자들을 연결해주는 프로젝트다.
   뿐만 아니라 뜻과 취미가 맞는 이들이 함께 사는 셰어 하우스 ‘우주’도 있다. 우주는 한옥에서의 홈스테이가 주를 이루며 현재는 일반주택·아파트에서도 널리 퍼진 상태다.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사람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에겐 안성맞춤이다.
   은행권청년창업재단 양석원 팀장은 “대학교 안에 커뮤니티로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 건축학과 학생이라면 자기에게 필요 없는 기자재나 교구 등을 커뮤니티를 통해 중고거래를 하거나 공유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해외여행을 가게 되면 공유경제 숙박업체를 통해 숙소를 마련할 수도 있다.
   양 팀장은 “일거리가 많은 공유경제 플랫폼을 통해 대학생이라면 경제활동을 하는 주체가 될 수도, 시간이나 서비스를 공유 받는 형태도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누구나 자신의 재능을 잘 찾아낸다면 좋은 일거리를 만들 수도, 제공받을 수도 있는 것이다.
 

   생활의 놀이터가 되다
   최근 공유경제는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 확산되고 있다. 그 중 자신이 갖고 있는 지혜와 경험을 공유하는 온라인 사이트 ‘위즈돔’이 있다. 위즈돔은 개개인이 원하는 관계를 형성하고 소통하며 인생의 경험을 간접적으로 배우는 기회를 제공하는 만남의 다리다. 위즈돔을 즐기는 방법은 간단하다. 회원가입 후 원하는 모임을 신청하고 날짜와 시간에 맞춰 약속장소에 나가 그날을 즐기면 된다.
   기자도 위즈돔에 참여해보기로 했다. 무더위를 뚫고 찾아간 곳은 홍대의 그린피스 서울사무소다. 위즈돔을 통해 그린피스에서 주최한 ‘착한 참치캔이 필요해’ 캠페인에 참여하게 된 것이다. 이번 그린피스 주최로 열린 캠페인은 태평양에서 일어나고 있는 참치잡이로 인한 환경문제를 알리고 우리나라에 산적해 있는 해안이슈에 많은 활동과 관심을 촉구하는 데 있다.
   참치는 보통 그물이 아닌 FAD라는 엄청난 크기의 집어장치로 잡는다. 우리나라 참치업체가 2010년 기준 31만1925톤의 참치를 어획한 FAD는 태평양 국가에 환경 및 생계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이에 그린피스는 2004년 FAD-free를 선언하며 FAD를 이용하지 않은 착한 참치캔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나희 시민 참여 코디네이터는 “위즈돔을 통해 처음 실시하게 된 캠페인 이후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갖고 지속적으로 연락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처 알지 못했던 불편한 진실이 새로운 행동과 관심의 행렬로 이어지게 된 것이다. 기자는 위즈돔을 통해 평상시 멀게만 느껴지던 그린피스가 친근하게 다가온 의미 있는 시간을 보냈다. 김 코디네이터는 “위즈돔은 그동안 그린피스에 대해 편견을 갖고 있던 시민들에게 실생활에 관련되고 친숙한 단체라는 생각의 전환을 마련한 기회였다”고 말했다. 
   

   변화의 시작, 공유경제로부터 
   전문가들은 공유경제의 미래를 밝게 보고 있다. 가톨릭대학 행정학과 이종원 교수는 “공유경제의 영향력은 지금처럼 어려운 경제 환경 속에서 혁신적인 돌파구의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예전의 아나바다 운동처럼 현재는 정부나 단체가 협동조합을 많이 하고 있다. 협동조합이 각자 돈을 내는 것이라면 공유경제는 쓸 수 있는 범위에서 타인에게 혜택을 주는 것이므로 다르다. 이 교수는 “공유경제는 생활자체가 소유의 개념보다는 같이 나눌 수 있는 것”이라며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의 정보제공 역할을 할 수 있게 되고 자연스레 지역경제를 회생시키는 데 기여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 과도기 상태인 공유경제가 넘어야 할 산이 있다. 이 교수는 “공유경제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새로운 진입장벽을 없애줘야 한다. 기존 법의 틀에서 진행되기에 법적 규제가 확실히 존재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스템을 만들 때 설계가 잘못되면 불완전한 출발을 할 수밖에 없는 법. 정부가 규제를 완화하거나 새로운 제도를 통해 안전한 법적 검토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 교수는 “현재 공유경제는 온라인 회사를 통해 확산되는데 적은 비용으로 회사를 창립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익명성에 안주할 수 있다. 따라서 이에 적합한 제도가 세세하게 뒷받침 돼야 한다”고 말했다. 
적재적소에서 이용할 수 있는 효율성, 그리고 참여정신을 바탕으로 한 신뢰. 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것이 바로 공유경제다. 공유경제가 앞으로 우리사회에 이끌어 올 공유문화에 한번쯤 동참해 보는 것은 어떨까.


오수민 기자
brightid@c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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