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암치료의 한계에 도전하는 킬러 바이러스

  사진: <네이처>에  실린  부산대 황태호 박사팀의 연구

   암치료에 새로운 바람이  불다
   암은 변신의 귀재다. 영국의 스와튼 박사는 동일한 환자의 신장암 덩어리에서 수백가지의 서로 다른 암 유전자를 발견했다. 이는 똑같은 암도 수백가지 방식으로 치료해야 함을 의미한다. 현실적으로 모든 종류의 암을 발견하고 그에 맞는 표적치료제를 개발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최근 모든 암의 근본적인 공통점을 찾아가 공격하는 똑똑한 바이러스가 주목받고 있다. ‘킬러 바이러스’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JX-594 바이러스가 그 주인공이다.
   올해 2월 세계적인 의학저널 <네이처>의 공식 웹사이트에 ‘암 살상 바이러스’라는 제목으로 부산대 황태호 박사팀의 연구 사진이 실렸다. 황태호 박사 연구팀은 JX-594라는 백시니아 바이러스(우두 바이러스의 일종)를 이용해 말기 간암 환자를 치료하는 임상실험에서 성과를 거뒀다.


   모범생으로 환골탈태한 백시니아 바이러스
   황태호 박사는 “완전한 생명체가 아닌 바이러스는 자가 번식이 불가능하지만, 숙주세포에 기생해 자신을 증식하는 독특한 특징을 지니고 있다. 이 특징이 치료의 근본적인 원리”라고 말했다. 백시니아 바이러스는 유전적 변형을 거쳐 마침내 JX-594라는 고마운 바이러스로 환골탈태한다.
   암세포만 골라 기생하도록 변형된 JX-594 바이러스는 암의 무한 증식 능력을 역이용한다. 암세포 조직에 침투한 JX-594는 무한 증식을 시도하고 떠난다. 그 과정에서 암세포는 폭탄이 터지듯 괴사한다. 그 폭발로 인해 인근 암세포 조직으로 바이러스가 직접 퍼지거나, 인체의 혈관을 따라 암세포를 찾아다니면서 암세포를 다시 공격을 한다. 암세포에 주입된 바이러스가 연쇄적으로 증식, 파괴, 다시 증식의 과정을 무한히 반복하는 것이다.
   백시니아 바이러스는 바이러스를 이용한 암치료에 대표적으로 사용된다. 황박사는 “천연두 백신을 개발한 에드워드 제너가 처음 백시니아 바이러스를 인류에게 사용했다. 이후 1979년 WHO(세계보건기구)가 지구상의 천연두 종결을 선언한 180여년 동안, 백시니아 바이러스는 수억명의 인류에게 내성이 생겨 안정성은 어느 정도 확보된 상태다. 또 백시니아 바이러스는 타 바이러스에 비해 항체 생성 능력, 즉 인체의 면역 생성을 유도하는 능력이 매우 뛰어나다”고 말했다.
 

   “암치료 패러다임의 새로운 혁신”
   바이러스를 이용한 암치료는 기존 암치료와 비교했을 때 월등한 경쟁력을 지니고 있다. 연구 초기에는 바이러스를 종양에 직접 주사했다. 하지만 오랜 연구과정을 거쳐 정상세포가 아닌 암세포에서만 활동하도록 완전한 유전자 변형이 이뤄졌다. 현재는 혈관을 통해 JX-594를 주입한다. 정맥주사만으로 손쉽게 암세포를 제거할 수 있는 단계로 발전한 것이다.
   기존의 항암치료는 이미 발견한 암세포를 치료하는 과정이 주를 이뤘다. 그러므로 다른 장기로 전이된 암세포에 취약점을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체내에 주입된 JX-594는 이미 발견된 암세포는 물론, 혈관을 통해 체내 곳곳을 돌며 숨어있는 암세포를 발견하고 파괴한다. 암의 전이에 대한 해결책까지 준비된 치료법인 것이다.
   또 기존 항암치료는 정상세포까지 손상을 입혔다. 특히 세포의 성장이 빠른 모발, 손발톱 세포엔 일반세포보다 훨씬 큰 손상을 입혔다. 항암치료 과정에서 머리카락, 체모가 빠지고 손발톱이 상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암세포에서만 활동하도록 변형된 바이러스는 정상세포에 손상을 입히지 않고 암세포만 파괴한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가 영화 속에서 종종 봐온 바이러스의 괴기스러운 부작용은 없을까? 다행스럽게도 황박사는 “일시적인 저혈압, 식욕부진, 근육통 등이 있지만 임상학적으로 중대하지 않은 이상 반응이며 기존의 항암제 부작용과 비교할 경우 상당히 경미한 편”이라고 밝혔다.
   황 박사는 바이러스를 이용한 암치료가 3~5년 후에 기존의 암치료와 더불어 대표적인 암치료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바이러스를 이용한 암치료가 대중화 된다고 하더라도 처음부터 마법의 신약이 나오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패러다임의 혁신이 시작되는 것”이라며 “향후 20~30년 간 이 분야의 연구에 지식이 축적되고 연구의 질이 향상된다면 암세포 제거에 더욱 효과적인 신약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며 새로운 암치료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박세윤 수습기자
tpdbs990@cnu.ac.kr

저작권자 © 충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