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정통성 논란은 필연이다.

『5인5색 한국현대사 특강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묻다』,한홍구 외, 철수와 영희
   2009년에 발행된 책은, 2008년이 어느 해보다 역사를 둘러싼 심각한 논란이 벌어진 해라고 기록하고 있다. 당시 정부는 뉴라이트의 역사관에 근거하여 근현대사 교과서 수정을 밀어붙였다. 집필 기준과 관련하여 이승만 정권이 친일청산을 위해 노력했다는 것을 기술해야 한다고 못박기까지 했다. 당시의 서울시 교육위원회는 ‘좌편향’인 근현대사 교육을 바로잡는다며 각계 전문가 140여 명을 강사로 위촉하여 시내 각 고등학교에서 근현대사 특강을 개최하라고 지시했는데, 강사의 면면을 보면 근현대사 전문가는 한 명도 없었고, 역사학자도 고대사 전공자 한두 명에 불과했다. 예비군 훈련장의 안보강사나 안기부(국정원의 전신)에서 정치공작을 하던 퇴물들이나, 심지어 레크레이션 강사가 등장했으니 할 말 다한  것이었다. 당시의 이런 현실을 좌시할 수 없었던 ‘전국역사교사모임’, ‘한국역사연구회’는 역사교사들을 대상으로 한 특강을 준비했고, 그 특강을 정리한 내용이 바로 책의 내용이다.
   책은 제목부터 도발적이다. 하나의 정권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묻는다고 한다. 뉴라이트의 역사인식, 해방과 대한민국 정부 수립, 정당하게 평가받지 못한 독립운동, 북한 현대사, 식민지와 독재 시기를 아우르는 경제성장의 문제를 다루고 있는 책은 시종일관 우리가 상식이라고 생각했던 사실들을 부정하며 불편한 진실을 드러낸다. 2008년 이명박 정권의 근현대사 교과서 수정 기도는 필자들의 동의 없이 수정한 교과서가 배포되어서는 안 된다는 판결로 마무리되는 듯 했다. 하지만 이것으로 끝난 것일까? 뉴라이트가 집필한 이른바 새 교과서는 심의를 통과했고, 이 교과서에 김구는 테러리스트로, 5·16군사 쿠데타는 혁명으로 서술되어 있다.
   정통성이란 피치자가 지배 권력을 승인하는 관념이다. 관념은 논리이기도 하고 심리상태이기도 하다. 작년 대선을 거치면서 전 국민이 알게 된 다카키 마사오. 그리고 최근 정국을 달구고 있는 국정원의 불법적인 선거개입은 현 정권의 정통성을 밑바닥부터 흔들고 있다. 일왕에게 견마의 충성을 맹세한 특급친일파의 후손이 국가기관을 동원한 절차적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불법적인 선거공작을 통해 차지한 지배권력을 승인하는 관념이 형성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를 잘 알고 있는 지배 권력은 더욱 역사문제에 집착할 것이다.
   박근혜 정권의 정통성 논란은 피할 수 없는 필연이 되었다. 그리고 더 생각해볼 것이 있다면 대한민국의 정통성이다. 대한민국은 건국 65년의 신생국가이다.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공동의 언어를 사용하고 역사적 배경을 가진 민족의 역사는 수 천 년에 달한다. 정통성 논란이라는 지배와 피지배의 언어와 관념을 넘어 민족과 국가에 대해서 자유로운 상상을 펼치는 것도 청춘들에게 가능한 일이지 않을까.

 

김선근 대학원생 기자  kmunja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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