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자의 독무대

  박정희 군부쿠데타가 일어난 5ㆍ16이후 30년만에 부활한 이번 지자제는 87년 6월 대민주항쟁의 민중투쟁 성과물이다.
  그러나 지금 한창인 지자제는 과연 우리의 지난한 투쟁에 대한 올바른 댓가인가?
  국민이 고대하던 「풀뿌리 민주주의」로서의 지자제가 아니라 수서억대비리 은폐, 축소를 위해 부랴부랴 강행, 전락해 버린 부패된 지자제가 지방유관기관의 축제로 서서히 진행되고 있고, 실제유권자인 대다수 국민은 이미 역대 정치권의 비리와 범죄를 익히 당해 온 터라 무관심과 투표거부 움직임이 일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지방들판에는 온통때 이른 청색, 황색바람만 무성하다. 전국구에 걸쳐 친민자의 압도적 다수와 광주, 전남지역의 친평민 득세, 무투표 당선자 전체의원정수의 12.7%, 또한 무투표 선거구의 후보금권거래설등 가진자들만의 축제판으로 정작손님은 없고 주인만 설쳐대는 꼴이다.
  수서억대비리에 분노한 국민을 호도하기 위해 거대민자는 자기집 단속도 못한 처지에 어설픈 소수야당을 들러리로 선거판에 끌어 들이고, 「국민 모두가 지켜보자! 후보경쟁」등 공명선거 운운하며, 이러한 민자의 독무대 분위기를 십분 발휘하여 결코 고삐를 늦출 수 없는 민주세력에 대한 탄압을 뒷구멍에서 자행하고 있다.
  사글세 전전하다 끝내 죽은 영혼마저 분노할 수서비리와 기만적 지자제 실시에 대한 국민의 자주적 항변, 규탄에 대해 선거법을 멋대로 해석, 적용하여 모든 국민의 의사를 지자제 빌미로 묵살, 집회ㆍ결사의 자유마저 짓밟고 있으며, 「박해받는 노동자 해방」의 박노해씨를 좌경ㆍ용공으로 몰아 구속, 또 다시 공안한파가 불어닥치고 있다.
  노동자의 온당한 지위와 생존을 위해 운동에 투신한 13년간 얼굴없는 시인으로 얼굴을 적들에게 빼앗긴 채 살아왔던 그가 진정한 남한 노동자계급의 전위적 상징, 살아있는 얼굴로 지난 12일 드디어 모습을 나타냈다.
  그가 말한다. 『나는 특출나거나 신비로운 인물도 아니다. 나는 가장 평범한 한 노동자에 불과하며 「이땅의 작품」일 뿐이다!』라고.
  다방면에 민자의 독무대가 판을 치는 지금, 보통사람 노씨가 보통사람, 이웃을 위해 헌신적으로 투쟁하는 사람을 잡아가는 지금, 모든 집회ㆍ결사ㆍ언론ㆍ출판의 자유가 지자제선거 비상국면으로 몰려 박탈당하고 있는 지금, 타인을 위해 「의자를 비워드리겠습니다」라는 글귀가 새삼 가슴에 다가온다.

  <기>

저작권자 © 충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