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성 거부하고 모두 공유하는 대중성지녀

  날카로운 칼끝에 민중의 정서가 담겨있어

  판화는 미술사상 오랜 전통을 갖고 있는 것으로 인쇄기술의 발달과 밀접한 관계를 맺는 매체이다. 해방 후 지배세력에 대항하는 작가들에게서 얼마간 사용되었으며 1933년에 접어들면서 최초로 탁월한 선전력을 발휘하게 되었고 대량복제-수공적방법에서 점차로 기계적 방식으로 전환-의 생산력으로 인해 보급이 용이, 가장 확실한 선전매체의 하나로 자리잡게 되었다.
  판화는 간단히 말해 판을 이용해서 찍은 그림을 말하는데 굳이 판을 이용해서 찍어야 했던 이유는 한개의 그림을 여러장 복제해야 할 필요성에 의해서였다. 그림의 필요성은 어느 시대에서나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그림이 하나의 독립된 장으로 나타나기 전까지는 그 사회의 이데올로기에 밀착된 내용을 이루었고 판화는 특히 일반 민중들의 삶과 유기적 관계를 맺으면서 생활속에 필요한 생활의 그림으로 자리를 굳혀 왔다.
  옛날의 판화는 종교적 목적에 의해 발전하게 되었는데 문맹률이 매우 높았던 당시엔 부처님의 가르침이나 성경의 내용을 글자 대신 그림으로 표현함으로써 신자들에 대한 교화를 쉽게 이루어냈고 종교의 전파도 담당하게 되었다. 역사적으로 살펴보면 불화가 먼저 판화를 시작했고 기독교에서는 11세기이후 유럽으로 동양의 제지법이 전해짐으로써 그후 이루어졌다. 판화의 역사를 선사시대의 암각화나 수메르인의 진흙판까지 올라가는 사람이 있느나 판화를 하기위한 기본조건으로 판, 물감, 종이가 필수적이라면 105년 중국 한시대의 채륜이 종이를 발명하고 부터라고 봐야 타당할 것이다.
  판화의 쓰임이 종교적 목적에서부터 14세기, 15세기로 넘어오게 되면 생활 속의 미술로 쓰이게 된다. 하지만 사진술 개발되고 부터는 자생적 목적으로 오리지날 판화라하여 판화의 개념이 변하게 된다. 자본화된 사회에서는 목적가치가 아닌 상품가치로서 전락하고 만다.
  판화의 특성이 대중성, 복수성, 경제성이라 했을 때 일품성의 작품이 단 하나밖에 없다는 희귀성에 의해 작품이 독점되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판화는 한사람에 의해 독점되는 것을 거부하고 여러 사람에게 골고루 나누어 줄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다. 판화는 특성 자체가 대중성을 지니고 있다는 것인데 이런 대중성이 막연하게 여러 장 찍어낸다고 해서 반드시 대중성이라고 할 수 없다. 올바른 대중성이란 매체자체가 대중들에게 친밀해야 한다는 것이다.
  저렴한 가격, 간편성과 복수성, 이것이 바로 판화가 가지는 일반적 대중성이며 대중시각매체로써 수행해야 될 임무도 함께 가지고 있다. 변혁을 실천하는 미술운동에서 판화를 매체로써 쉽게 활용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대중성 때문이며 중국의 노신이 문예부흥을 목판화로 택했던 이유도 바로 여기에 그 특성이 있는 것이다.
  우리 민족의 판화는 민중들과 친밀하게 지냈다. 조선시대에는 사군자 대신 책표지 그림인 능호판과 주적, 편지지, 인간윤리의 지켜야 할 도리를 그렸고 임진왜란 이후에는 일본인의 잔악성을 날카롭게 비판하면서 민족의 긍지를 살리고 민족문화를 지켜보는데 한 몫을 해왔다. 판화가 권력체제에 깔려죽지 않고 잘못된 사회를 비판하면서 민중들의 삶의 활력소로 자리를 굳혀왔던 것이 아니며 누가 시켜서도 아니고 마지못해 나서는 것도 아닌 스스로 민중들이 스스로 권력을 쟁취하기 위해 칼을 갈고 예리한 칼끝으로 민중의 권력을 나타내고 있다.
  판화는 재료상으로 보아 나무, 금속, 고무, 실크 등이 있다. 현재 많이 쓰이는 것은 나무, 고무판이 전부이다. 경제적 부담이 적고 제작이 간편한 장점이 있고 한번 제작하면 여러장을 찍을 수 있으며 보관도 매우 용이하다.
  판화의 방법적인 면들은 판을 조각칼로 파서 표현한느데 파낸 부분이하얗게 나오고 파지 않은 부분은 까맣게 나오는 볼록판화의 경우 검은색 종이에 흰색물감으로 그림을 그리는 듯한 느낌이다.
  칼자체의 맛이 표현의 흥미를 더해주고 묘미를 느기게 하는데 목판, 고무판은 전문인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쉽게 다룰 수 있는 폭 넓은 대중성을 가지고 있다. 흑과 백의 극단적 명암으로 표현되는 강렬한 느낌과 큼직한 터치들은 일반 대중들에게 쉽게 호감과 신뢰감을 불러 일으켜 준다.
  판화는 그림이라든지 만화에 비해 굵고 짧은 선의 배치, 선의 생략 등으로 인하여 매우 강력하고 힘찬 기상을 보여준다. 판환느 압축적으로 지배세력을 회화화, 사건을 풍지, 민중의 생활상, 투쟁상에 대해 대중의 정서에 맞게 제작함으로써 힘있는 선전을 수행할 수 있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생활 속에서 만들어지는 많은 작품들이 나올 것을 기대마지 않는다.

  송현경<충문연(한남대ㆍ91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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