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화학공단으로 폐허된 어촌민의 사랑과 분노

  -이남희(철학ㆍ80졸)장편소설 「바다로부터의 긴 이별」

  이남희씨는 충대 철학과를 졸업한 소설가이며 작품으로는 「저 석양빛」「지붕과 하늘」이 있다.
  그는 현실에 대한 관찰과 체험에 기초한 객관적 현실의 발전과정을 진실되이 형상화 해내려고 노력한다.
  현대 사회는 인간 전체의 생존권과 존엄성에 대한 일차적이고 기본적인 문제가 도외시된 채, 물질만능주의가 팽배해져 가고 있다. 가진자들 중심의 경제원칙으로 생산을 하고 그들 중심의 정치가 이루어지고 있다.
  「바다로부터 긴 이별」은 이러한 물제들을 환경오염의 측면에서 접근해가고 있다. 이 소설은 자본가들의 이기적이고 개인주의적인 경제행위 속에서 황폐해져가고 있는 어촌민들이 자신의 생존권을 위해 자연스레 삶의 투쟁으로 변화해 가는 모습을 다룬 장편소설이다.
  우리는 언론매체를 통해서 환경오염의 문제에 대해 들어왔다. 특히 요즈음은 그 심각성이 절박하게 와닿는 구체적인 사례들까지도 접하고 있다. 특히 요즈음은 그 심각성이 절박하게 와닿는 구체적인 사례들까지도 접하고 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공해문제에 대한 대다수 사람들의 절대적 인식부족 현상에 일정 정도의 기여를 하고 있으면서도 그것의 원인, 해결책을 전달하는데 있어서 개인이나 개별기업에 책임성을 국한시켜 나가는 경향이 강했다. 하지만 이제는 그것만으로 민중들의 생존권요구에 부응할 수 없게 되었다. 이미 그들의 마을은 여러 형태의 산업화로 인하여 폐허가 되었으며, 민중들은 자신들을 지켜나가기 위해 일상생활속에서부터 여러가지 형태로 생존권 투쟁을 현실화 해내고 있다.
  이 소설은 이러한 현실의 변화들은 깊이 있는 뿌리리까지 체계적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중화학공단 건설로 폐허가 된 어촌민들의 사랑과 분노, 그리고 싸움에 이르는 심리변화를 인간의 감성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전달해내는 힘을 지니고 있다.
  작가는 작품의 마지막에 「사람들에게 환경오염이 얼마나 심각하고 절박한 문제인지 알리고 싶으면서도 그것이 단순히 목소리로 튀어나오는 것이 아니라 평범한 인간의 삶을 더듬어가는 동안 생생하게 공감하게 하는 것이었으면 한다」고 쓰고 있다. 이러한 의도 그대로 이 작품은 작가의 주관적 의지가 목적의식적으로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깊이 있는 철학적 사색으로 섬세한 인간의 감성을 풍부하고 다채롭게 표현해내고 있어 독자의 가슴에 은은히 올려 감동을 일으킨다. 이러한 점에서 이 작품의 뛰어난 미학적 가치를 찾을 수 있겠다.
  이 글은 현재의 시점에서 과거로 역행하여 이야기가 전개되어 현 시점까지 도착되어진다. 당황에서 올라 온 이해윤은 자신의 과거에 대해 전혀 말하지 않는 조용한 성격의 소유자다. 하지만 동료들과의 술자리에서 공해문제에 대한 대화가 나올 때 그녀는 이해할 수 없을 정도의 신경질적인 행동을 취하게 된다. 결국 독자는 그녀의 과거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며, 소설은 과거의 시점으로 전환되어진다. 이러한 구성방식은 작가가 이해윤이란 인물을 설정하여 그녀의 과거에 대한 강한 호기심을 일으켜 주며, 주제를 강력히 표현하고 인물형상을 보다 뚜렷하게 부각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중심 인물은 경택, 상모, 해윤, 이섭과 같은 20대의 청년들이다. 이 작품은 어느 한 인물을 부각시켜 문제를 해결해 나가지 않는다. 그들은 같은 마을에서 살며 환경오염의 문제에 대해 고민하지만, 서로 상이한 조건의 생활 속에서 독특한 자신의 삶의 방식을 선택하게 되며, 다양한 삶의 측면에서 문제에 다가가게 된다. 대학에 다니다 기업에 취직한 경택, 진학을 포기하고 노동자가 된 이섭, 공해병으로 동생을 잃은 상모, 그리고 해윤, 그들의 다양한 형태의 사회적 조건이 사회문제에 부딪쳐 어떠한 형태로 변화하는지 구체적으로 묘사되어 진다. 또한 어촌계장인 경택의 아버지 김판술시는 문제의 해결에 적극적으로 동참하지만 결국 어업권을 가진 주민과 자신의 이익에만 급급해 하고 있다. 이 작품은 김판술시를 등장시켜 각 계급의 특성을 명확히 해내고 있다. 또한 이 글은 구체적인 개개인의 일상생활속에서 사회의 이상을 발견하고 그것의 해결점을 밝혀나가고 있다. 인간은 현재에 안고 있는 모순을 해결하고 다른 발전된 형태로의 삶을 지향하게 된다. 문학작품 또한 그러하다. 그것이 도식적이며 추상저이고 선언적이어서 문학적 감흥이 떨어지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민중들의 흔적을 찾아 그들의 생활을 관찰하고 함게 실천하여 풍부하게 형상화한 작품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이 글 역시 환경오염의 문제로 폐허가 되어가는 어촌의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아 그 폐허가 된 마을에서 생활하며 얻은 체험을 뒷받침 해서 쓴 글이다.
  이글의 마지막 부분에 노동자 생활을 해 온 이섭이 직업병으로 시달림을 받는 여동생을 보며, 자신의 개똥철학이라고 말하는 부분에서 전체 내용이 함축적으로 전달되어진다. 『차라리 자원을 덜 쓰고, 인간을 사용할게 아니라 노동하게 하며, 물건도 조금 만들어 공평하게 나누어 쓰고 쓰레기도 조금 만들어 우리의 자식들도 이 지구에서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인간답게 사는 것이 아닐까?』라고 한 이 내용에서 인간답게 살고자 하는 전반적인 작품의 내용이 전달되어진다. 또한 철학이 지식인들만이 향유하는 것이 아닌 민중들의 삶을 이끌어 가는 것이며 지극히 평범하고 일반적인 삶속에서 투쟁으로 변화하는 인물들을 독자 스스로 자신의 삶처럼 받아들이게 된다. 새로운 사회의 이상을 꿈꾸는 이섭을 그려 나가는데 있어서도 이념을 통해 현실을 옮겨 나가는 것이 아니라 현실 속에서 문학으로 옮겨 독자에게 전달하는 감동을 크게하고 있다.
  마지막은 이해윤 어머니의 죽음으로 마무리 되어진다. 이해윤 어머니의 죽음의 원인 역시 공해병에 의한 것이다. 고기도 죽고, 벌레도 죽고, 새가 죽고, 이제는 인간까지도 살기 어려운 마을을 그대로 전개한다. 이 소설은 문제의 해결을 끝으로 하지 않는다. 환경오염의 문제를 독자 자신의 아픔으로 공감하게 하고 소설 주인공들과 함께 분노하며 문제 해결에 대해 올바른 형태로의 고민을 하게 하는데 이 소설의 의의가 있겠다. 환경오염의 문제가 심각해지는 요즈음 올바른 해결지점의 모색과 건강한 미래에 대한 민중들의 몸부림이 현실화 되는 속에서 이 소설의 적극적인 의의를 찾을 수 있겠다.
  작가 이남희씨는 세계와 사물에 대한 진정한 공감의 선상에서 소설을 쓰고자 한다. 이러한 그의 자세와 철학적 사유방식에서 비롯되는 독특한 문체가 그 만의 개성있는 목소리를 갖게 한다.
  이러한 창작방법과 과학적 세계관으로 90년대의 민중의 목소리를 문학으로 풍부히 형상화 해 낼 수 있는 작가로 기대 되어진다.

  표미향(국문ㆍ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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